식품 조사(照射)에 ‘엑스선’ 도입 본격 논의
식품 조사(照射)에 ‘엑스선’ 도입 본격 논의
  • 김현옥/천진영 기자
  • 승인 2016.07.2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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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구원, 식량안보 차원 심포지엄 개최…기술 공감대 조성

식품조사 기술에 현행법상 허용된 감마선과 전자선 외에도 엑스선(X-ray)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1일 오후 서울 JW메리어트호텔 3층 미팅룸에서 ‘엑스선 식품조사기술 활성화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식품조사 기술에서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엑스선의 식품조사 기술에 대한 최신 연구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이 기술의 허가 및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조성 노력을 기울였다.

△윤지섭 소장

윤지섭 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전 세계 253개 품목이 방사선조사식품으로 승인받은 상태이며, 국내의 경우 26개 품목이 인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된 것은 한 품목도 없다”면서 “식품은 식량안보와도 직결된 중요한 사항이므로 본원에서는 환자용 급식과 수출용 농수산물 검역 등 두 가지 전략 방안으로 엑스선 조사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자력연구원은 심포지움에서 수렴된 의견들을 토대로 엑스선 식품조사 신규 허가를 위한 ‘식품 등의 기준 및 규격(식품공전)’ 개정 신청서를 마련해 오는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방침이다.

원자력연구원의 계획대로라면 엑스선 식품조사는 허가신청 후 식약처의 검토 및 공청회(2년 소요 예상)와 입안 행정예고 및 고시(3개월 소요 예상)까지 2년 3개월의 기간을 거쳐 오는 ‘19년 3월 경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코덱스 기준 불구 국내선 감마·전자선만 허용
식품공전 개정 신청서 마련 식약처에 제출키로 

△송범석 박사

이날 원자력연구원 생명공학연구부 송범석 박사는 엑스선은 코덱스(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 기준에 따라 국제적으로 사용 가능한 3종의 방사선 중 하나이나 우리나라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코발트 선원에서 발생하는 감마선과 10MeV 이하의 전자선만 허용된 상황에서, 엑스선의 도입을 위해 지난 '13년부터 3년간 실시한 ‘엑스선의 살균효과 및 조사식품이 품질특성’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송 박사에 따르면 식품조사처리는 저장기간 연장과 미생물학적 안전을 위해 방사성동위원소 또는 기계적으로 발생되는 이온화 에너지(방사선)에 식품을 일정시간동안 노출시키는 공정으로, 세계 56개국에서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식품공전에서 26개 품목에서 감마선과 전자선을 허용하고 있지만 수출용 제품을 제외한 내수용은 전무한 상황으로 식품조사 청정국가라 할 수 있다. 이는 조사식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방사선은 빛에너지와 같은 성질로서 식품에 잔류하지 않고 통과하는데도, 식품에 잔류해 인체에 해를 입힐 수 있는 방사능물질 오염과 혼동하기 때문이다.

송 박사는 "1895년 독일과학자 뢴트겐에 의해 처음 발견된 엑스선은 의학 분야의 획기적인 기술 발전에 공헌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에너지가 낮은 엑스선을 이용해 식품의 이물을 검출하고 있다"며 "엑스선의 에너지 수준을 높일 경우 감마선이나 전자선과 같은 살균·살충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엑스선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선원으로 전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발생장치의 전원을 차단하면 더 이상 엑스선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에 관리적인 측면에서 감마선에 비해 안전하다. 또 엑스선은 전자선에 비해 투과력 높아 많은 제품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산업적으로 유용하며, 이미 대중 속에 자리 잡아 수용성 증진 부분에서 친숙도가 높다.

이러한 엑스선은 육류나 건조 채소류의 병원균 등 살균 효과나 과일·임업분야의 살충 효과면에서 감마선이나 전자선과 별 차이가 없는데다 고춧가루 닭고기 등 식품의 조직감이나 관능평가, 잔류물질 등 품질 영향에 있어서도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송 박사는 말했다.

살균·살충 효과 높고 잔류물질·독성 없어 안전
소비자 거부감 안 갖게 정보 제공 등 소통 주문  

△강일준 교수

‘엑스선 조사처리 식품의 독성학적 안전성 평가’에 대해 발표한 한림대 강일준 교수는  “식품조사는 독성학적으로 가장 철저하게 검토된 기술”이라고 강조하고, 30kGy의 엑스선을 쬔 닭고기의 복귀돌연변이시험과 염색체 이상, 소핵 시험 결과 유전독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실험결과를 소개했다.

또 엑스선을 쬔 닭고기를 체중 kg당 최고 2000mg 농도로 섭취시킨 수컷과 암컷 ICR 마우스 모두에서 특이적 독성을 나타내지 않았고, 매일 2500mg의 농도로 90일간 구강 투여한 마우스에서도 어떠한 독성학적 징후를 관찰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처럼 안전한 식품조사기술인 엑스선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과 소통의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부회장은 “70% 이상의 대다수 소비자들이 방사선과 방사능을 구별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감마선에 비해 엑스선은 국민들에게 친숙한 단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식품조사 처리가 허가될 수 있도록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한 장점 및 단점을 균형 있게 다루는 쌍방향 정보 제공의 자리가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자력연구원이 개최한 ‘엑스선 식품조사 기술 활성화 심포지엄’ 에서는 전문가들은 엑스선 식품조사를 통한 안전성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철호 이사장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철호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식품과학기술 중 실용화되지 못해 안타까운 두 가지 이슈로 ‘방사선조사식품’과 ‘GMO(유전자변형)식품’을 꼽고, 직면한 벽을 뛰어 넘지 못하면 식품과학기술의 새로운 도약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과학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시기며 이 같은 시스템에 힘입어 정부는 신념을 갖고 이끌어 가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침체된 방사선 조사기술의 활용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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