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비피도박테리아의 에너지 대사와 인간과의 공진화(co-evolution)-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19)
[연재]비피도박테리아의 에너지 대사와 인간과의 공진화(co-evolution)-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19)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8.0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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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피도, 인간과 영양분 주고 받으며 공생
영양 결핍된 대장 환경에 변화하며 생존

△김혜성 원장<사과나무치과병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최소한 현재까지는 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끊임없이 자연선택에 노출됨에 따라 스스로를 진화시키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비피도 박테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유전자를 발달시키며 생존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비피도 박테리아는 장 안의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길러 왔다. 소장에서 지속적으로 분비되는 담즙을 퍼내는 수송체를 만들기도 하고, 답즙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음식물이 들어오면 변하는 삼투압에도 잘 견디도록 에너지를 작동한다.

에너지 대사면에서 이러한 적응들은 더욱 잘 관찰할 수 있다. 대장 안에 주로 서식하는 비피도 박테리아는 자칫 영양이 결핍될 수 있다. 대부분 포유류는 소장에서 소화 흡수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장까지 탄수화물을 포함한 영양소가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때문에 비피도 박테리아는 인간을 포함한 숙주가 소화시키지 못해 결과적으로 대장까지 온 탄수화물을 분해시킬 수 있는 유전자를 키운다. 펙틴이나 헤미셀룰로오즈, 자일란과 같은 식물에서 유래하는 복합탄수화물이 그렇게 해서 비피도 박테리아의 먹이가 된다.

또 비피도박테리아는 뮤신과 같이 숙주세포가 대장을 코팅하기 위해 분비하는 탄수화물이나 대장의 다른 미생물들이 분비하는 외세포당(extracelluar polysaccharide)과 같은 다양한 탄수화물도 섭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O'Callaghan and van Sinderen 2016)

이처럼 탄수화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뽑아 쓰는 능력에서 비피도 박테리아는 질적·양적으로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째, 양적인 면에서 비피도 박테리아는 전체 유전자중 평균 12% 정도가 탄수화물 분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다양한 탄수화물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O'Callaghan and van Sinderen 2016)

또한 탄수화물 분해효소인 glycosyl hydrolase(GH)도 더 많이 분포한다. GH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숙주가 어떤 음식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그 군이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채소를 많이 먹은 사람에게는 GH43이 많이 나타나고, B. longum sub longum 이나 B. bifidum 같은 종에서 GH군(family)이 더욱 다양하게 분포된다. 이는 숙주인 포유류와의 공동진화(co evolution)의 결과로 보인다.(Milani, Lugli et al. 2015)

둘째, 질적인 측면에서도 비피도 박테리아는 동일한 탄수화물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발효를 통해 유산만을 만드는 정상발효(homofermentative) 군의 경우 1몰(mol)의 포도당으로부터 2몰의 유산과 함께 2몰의 ATP를 만든다. 이상발효군(heterofermentative group)의 경우는 1몰의 포도당을 통해 1몰의 에탄올, 1몰의 유산과 함께 1몰의 ATP를 만든다.

비피도 박테리움은 이상발효군에 속하면서도 fructose-6-phosphoketolase라는 독특한 효소를 갖고 있다. 이 효소는 비피도 박테리움이 속해있는 Bifidobacteriaceae 과(family)의 분류학적 표식자(taxanomical marker)이기도하다. 이 효소를 통해 비피도 박테리아는 포도당 1몰을 발효시켜 1몰의 유산 및 1.5몰의 초산(acetate)과 함께 2.5몰의 ATP를 만들 수 있다. 즉, 같은 에너지원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Pokusaeva, Fitzgerald et al. 2011) 이런 비피도 박테리움의 독특한 대사 시스템을 비피도 션트(bifido shunt)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비피도 박테리아는 숙주인 인간과 영양분을 주고받는다. 특히 셀룰로즈처럼 인간 스스로 분해하지 못하는 복합탄수화물도 잘게 쪼개 인간이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간에게 부가적인 영양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에 인간도 장 상피를 코팅하고 있는 뮤신을 통해 비피도 박테리아에게 영양소를 제공한다. 뮤신은 글리칸(glycan)이나 당단백(glycoprotein)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것은 다른 영양소가 결핍된 대장의 환경 속에서 비피도 박테리아의 중요한 영양소가 된다. 

이처럼 비피도 박테리아는 장내 환경에서 다양한 영양소를 최대한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적응하며 유전자를 변화시켜온 것으로 보인다.(Milani, Turroni et al. 2015)

그래서 심지어 비피도박테리아는 인간과 함께 공생(endosymbiotic)하는 세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Endosymbiotic이란 말은 큰 의미가 있다. 미토콘드리아나 염색체처럼 에너지원을 생산할 수 있는 세포소기관이 진핵세포에 흡수 합입돼 공생을 모색하는 형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비피도박테리움은 인간과의 공생도가 높다.

비피도 박테리움이 당을 소화하는 방식은 ‘도킹 스시템’이다.(Ventura, O'Flaherty et al. 2009) 인간 소장에서 스스로 소화되지 못하고 대장까지 온 xylan같은 다당류를 비피도 박테리움은 접착분자(binding molecule)나 효소를 이용해 세포벽이 붙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장내 세균들이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경쟁구도가 성립된다. 세포벽에 붙여진 다당류는 효소작용에 의해 올리고당으로 잘라져서 세포벽을 통과하게 되고, 세포막을 거쳐 발효돼 유산을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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