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GMO 식품 위험하다면서 표시제는 왜?
[기자수첩]GMO 식품 위험하다면서 표시제는 왜?
  • 배미현 기자
  • 승인 2015.08.08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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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현 기자
△배미현 기자

“닭, 계란, 양식어류, 애호박, 두유(베지밀), 우유 등은 GMO사료로 생산되기 때문에 먹지 말아야합니다.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우리 전통발효식품인 장류도 한국산이지만 모두 GMO콩으로 만듭니다. 라면도 상당수 제품을 GMO 원료로 만드는데, 농심은 GMO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증명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어요.”

지난 27일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GMO추방 공동대책위원회가 개최하고 김혜련 서울시의원이 후원한 ‘제1회 유전자조작생물체(GMO) 포럼 및 특별강연회’에서 임학태 강원대 교수는 ‘GMO란 무엇이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GMO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임 교수는 감자육종학자로서 자신도 GMO 연구를 하다 ‘한국의 GMO재앙을 보고 통곡하다’란 책을 읽고 GMO 추방 운동에 합류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래서 그의 GMO 강의에 청중들이 집중했다.

“식물은 세포벽이 있어 소위 말하는 섹스(Sex)를 못하는데, GMO는 게놈(genome: DNA로 구성된 유전정보)에 자기 것이 아닌 외부 것을 강간하듯이 강압적으로 삽입한 것입니다.”며 성적 비유를 곁들인 GMO 설명은 부정적 이미지를 심기에 충분했다.

GMO 기전에 대해 “하나의 생명체는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와 같은데, 여기에 꽹과리가 끼어들면 화음이 깨지고 전체를 망치게 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인간이 감히 자연을 바꾸려하기 때문에 GMO를 재앙이라고 한다”며 맹비난했다.

“사먹고 안 사먹고의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입니다. 하지만 성분표기는 제대로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습니까? 동의하면 큰 박수 부탁합니다.” 임 교수는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는 듣는 내내 답답증이 밀려왔다. 강사 말대로라면 시중에 유통되는 가공식품은 온통 GMO 사료를 먹여서 생산했거나 GMO 원료로 만든 것인데, 표시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차라리 식품을 사먹거나 외식하면 GMO에 의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집에서 직접 길러서 먹으라고 하면 될 일인데 왜 저리 목청을 돋우며 공포감을 조성해야하는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행사장 내외부 벽면 곳곳에 ‘GMO OUT’과 ‘농진청 OUT’이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고, 출입문 입구에는 ‘GMO 추방공대위 1000만 서명인명부’와 붉은색 글씨의 ‘GMO OUT’이 쓰여진 검정색 티셔츠, 포럼 연사 중 한 명인 오로지돌세네 씨가 저술한 ‘한국의 GMO재앙을 보고 통곡하다’란 서적이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 수익금은 후원금으로, 강연에 사용할 카메라 등 장비 구입에 쓰인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100석 규모의 회의실 안은 50~60대 중년층이 주를 이뤘다. 업계나 학계, 연구기관 등의 관계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일반 시민이나 부모를 따라 온 어린 학생들, 승려복과 수녀복을 입은 종교인 몇몇도 눈에 띄었다.

이날 서울시의회 김혜련 의원은 인사말에서 “GMO의 유해성 여부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는 정부와 기업체, 시민단체가 동의해야한다”며 “따라서 GMO를 생산하거나 수입해 이익을 거두는 기업체에 안전입증 책임부담, 위해성 수시 평가 결과 표시 및 잠재적 위험 예상시 유통정지제도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의회 김용석, 김제리, 이윤희 의원과 서울시 김창보 시민건강국장, 구장희 식품안전과장 등이 함께해 서울시의 GMO 안전관리 정책에 대한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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