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 밀[小麥] 정책, 이대로 좋은가?
[기고]우리 밀[小麥] 정책, 이대로 좋은가?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8.1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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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셀리악병 거의 없고 밀 소비 증가 추세
이남택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교수

■ 식생활 문화의 변화

△이남택 교수
활발해진 서구문화 유입으로 우리의 식생활 문화도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이중 과거 밀가루 음식을 대표하던 국수와 빵을 비롯해 피자와 스파게티 등 음식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우리의 주식은 밥’이라는 인식이 약해진지 이미 오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밀 소비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편 건강측면에서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고 있는 서양인보다 오히려 동양인에게 밀가루 음식이 체질적으로 더 잘 맞는다는 보고가 나왔다. 게다가 밀가루 글루텐(gluten) 성분에 의해 유발되는 셀리악병(Celiac disease) 발병률이 서양인에게는 약 1% 정도에 이르지만 동양인에게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실제 미국인의 셀리악병 환자가 연간 200~300만 명 발생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셀리악병 환자는 거의 없다. 이는 셀리악병 유발 원인이 되는 HLA(human leukocyte antigen) 유전자 돌연변이가 동양인과 흑인보다는 백인들에게 훨씬 많이 나타나기 때문인데, 이러한 이유로 미셀 오바마 여사를 비롯한 해외 유명 인사들이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을 즐긴다는 사실이 2014년 보도된 바 있다.

■ 국산 밀 소비에 역행하는 밀 자급률 하락과 원인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밀가루 음식 장르와 소비량이 증가하고 체질적으로도 잘 맞는다면 시장원리에 의해 우리 밀 생산량도 자연히 증가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우리 밀 생산량이 현저하게 감소되는 아이러니가 초래됐다.

1970년 밀 자급률은 15.9%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작년에는 1.2%에 머물고 있다. 원유(oil) 등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원료는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 땅에서 경작이 가능한 밀마저 거의 99%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 한 번쯤은 정부 식량정책의 바람직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리 밀 경작의 하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밀 소비를 대량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이 국산 밀 외면이다. 수입 밀의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제품 용도에 맞는 안정적인 대형 수급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산 밀은 가격경쟁에서 밀려 상대적으로 수요가 줄어들고 경작율도 저하돼 자급률이 1%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곡물생산량 감소 및 국제 곡물가격 폭등 등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물결이 언제 한반도를 휩쓸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조한 국내 밀 경작률은 국가 식량안보대비 차원에서도 매우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2020년까지 밀의 자급률 목표치를 5.1%로 내세워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의 3대 주요 농산물이 쌀, 보리와 밀이라는 점과 최근 밀 소비량 증가추세 및 국가식량안보대비 등을 고려할 때 2020년도 밀 자급률을 정부가 당초 목표에서 10% 정도로 상향조정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내 생산 1% 대…식량안보 차원서 대책 필요
우리밀 판로 확보 등으로 자급률 10%로 높여야 

■ 밀 경작률 제고를 위한 방안
저조한 밀 경작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취해야할 방안들은 무엇이 있을까? 한 마리의 제비로 여름이 오지 않는다. 필자는 정부의 밀 자급률을 향상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안들이 입체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소비증대를 위한 방안 마련이다. 우리 밀 경작률을 높이기 위한 첫 걸음은 당연히 소비 증대며, 이를 위한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

이제는 많이 먹는 것보다는 건강에 미치는 ‘식품의 기능성’을 더 중시하는 웰빙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래서인지 밀가루 음식을 먹고 소화불량을 호소하거나 알레르기에 민감한 사람들이 최근에는 수입 밀보다는 국산 밀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다.

뭔가 임상적으로 더 나은 느낌을 체험하기 때문인데, 실제 아토피 자녀를 두었거나 건강관리를 요하는 가정 또는 웰빙식품을 제공하는 요식업에서 국산 밀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국산 밀 소비량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우리 밀 홍보의 핵심은 우리 밀과 수입 밀을 과학적으로 비교분석해 우리 밀(특정 품종)의 우수한 점을 발굴·검증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우수성을 확신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R&D를 투자하고 이 결과를 적극 홍보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둘째는 예측 가능한 판로를 보장하는 방안이다. 경작되는 밀의 판로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방법의 하나가 ‘정부수매제도’다. 한때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품질 좋고 저렴한 수입 밀로 자국산 밀의 소비가 외면돼 자급율도 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국가차원에서 이를 방치하지 않았다. 농민들의 수익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 밀 경작률을 높이고 국가의 식량안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정부수매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보다 농산물 시장이 더 넓게 개방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일본의 밀 자급률은 15%에 이르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도 밀의 정부수매제도를 운영해 국산 밀 자급률이 15.9%까지 유지된 적이 있으나(1970년), 쌀농사에 대한 정부의 상대적 선호정책으로 인해 1984년 정부의 밀 수매 정책이 중단되고, 우리 밀 자급률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이로 인한 문제점을 인식해 정부수매제도를 다시 부활시켰으나 자급률이 최소 10% 정도에 이를 때까지 정부수매제도를 더욱 확대해 운영해야할 것이다.

정부수매제도와 더불어 경작된 밀의 판로를 보장하는 또 다른 방안은 ‘계약재배’의 활성화다. 이를 통해 경작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 선호하는 품종의 경작을 유도할 수 있다.

특별히 양곡관리법 제10조에 따라 2013년도부터 밀도 ‘국가전략 공공비축 대상품목’으로 선정된 바 계약재배 면적을 확대해 정부의 ‘식량안보를 대비한 맞춤형 양곡비축’은 물론 대기업의 ‘맞춤형 소비’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셋째는 밀의 6차산업화 구축방안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성공한 청보리 단지와 유채 단지와 같이 밀의 경우에 있어서도 전국의 특정 몇몇 단지를 선정해 생산, 제조 및 관광을 도모하는 6차산업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차원에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중년 이상 세대는 ‘밀밭에 대한 추억’이나 ‘밀타작’ ‘밀로 껌을 만들어 씹는 것’ 등 추억을 갖고 있어 관광자원으로서 매우 각광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야 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길이라고 본다.

넷째는 북한과의 바터제[barter制] 도입 방안 마련이다. 기후적으로 볼 때 북한은 쌀농사보다는 밀농사가 더 유리하지만 한국은 오히려 밀농사보다는 쌀농사가 더 유리하고 생산도 많이 된다.

때문에 한국은 현재 쌀이 남아도는 실정이지만 북한은 현저히 부족하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맺어 북한으로 하여금 한국이 원하는 품종의 밀을 일정량 경작해 매년 한국 쌀과 교환하는 바터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로써 한국의 남아도는 쌀을 효율적으로 처분하고, 아울러 해외 밀 수입의 의존을 줄일 수 있다.

■ 결론
‘샘이 마르고 나서야 물이 귀한 줄 안다’는 격언이 있다. 현재 한국의 쌀 생산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다른 농작물의 생산여건을 고려할 때 한국의 식량생산증대는 오직 밀의 경작률을 높이는 방안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분명 밀농사는 한국식량공급의 핵심이다. 그런데 만약 수입 밀이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우수하다고 해 우리 밀의 자급률을 도외시하고 현재와 같이 거의 수입에만 의존하다가는 언젠가 큰 코를 다칠 때가 있다. 세계적 기후변화를 볼 때 에그플레이션이 예고 없이 불어 닥쳐 국가식량안보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생활문화의 변화로 밀 소비가 증대되고, 웰빙 바람으로 우리 밀을 선호하는 바람도 불고 있는 이때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적어도 에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기 전에 우리 밀 자급률을 10% 정도 이상으로 끌어올려 국가식량안보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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