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서로 협력하는 비피도박테리아-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20)
[연재]서로 협력하는 비피도박테리아-어느 치과의사의 프로바이오틱스 관심(20)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8.16 0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피도박테리아 종내-종간 협력…크로스 피딩
인간과도 ‘공진화’ 추측…프로바이오틱 효과

△김혜성 원장<사과나무치과병원>
1850년대 다윈에 의해 진화론이 본격적으로 제시됐을 당시 유럽의 지식사회는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물론 신의 창조로 세계와 인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됐겠지만 다윈만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윈의 주장은 말 그대로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털 없는 원숭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과학적 발견은 다윈의 진화론에 확실한 근거를 뒷받침한다. DNA가 그 진화의 실체라는 것이다. 또한 현대의 분자생물학은 인간이 원숭이하고만 유전자가 같을 뿐 아니라 주변에 보이는 모든 동물, 나무, 심지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과도 같은 구조의 DNA를 공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합해보면 인간은 털 없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걸어다니는 나무이며 응집된 세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세계의 모든 생물체는 동일한 DNA구조와 DNA청사진, 이로부터 연유한 단백질을 통한 생명활동을 공유한다.

그렇지만 필자 입장에서 진화론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있다. 진화론의 두 가지 명제인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 너무 차갑게 느껴진다.

인간 세계의 무자비한 생존경쟁이나 지구 역사상 최고 최대 포식자가 된 호모사피에스가 휘두르고 있는 생태계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다. 실제 하나의 유인원종에 불과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자신의 경쟁자였던 네안데르타르인이나 호모에렉투스를 멸종시켰을 뿐만 아니라 맘모스, 사자, 호랑이를 포함한 모든 거대 동물들마저 제압해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에 성공했다.

다행히 이와 반대되는 현상도 있다. 이중 하나가 세포 내 공생설이다. 원핵생물이 작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던 또 다른 원핵생물인 미토콘드리아 엽록체를 삼켜 진핵세포로 진화했다는 이론이다. 진핵세포의 세포질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소는 DNA를 갖고 있으며 세포막과는 같은 또 다른 막이 존재하는데, 이는 한 세포가 다른 생물을 집어 삼킨 결과라는 것이다.

1970년대 린 마굴리스라는 과학자에 의한 이 주장은 처음엔 황당한 이야기처럼 거부되다 이후 다양한 증거들이 발표되면서 현재 생물학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단 내부에서 자리를 잡자 이들은 양쪽 생물 모두에게 이롭게 진화하는 내부공생(endosymbiosis)을 통해 완전히 상호의존적이 됐다. 이 같은 이론이 맞다면 진핵세포의 출현은 생물간 경쟁이 아닌 공존으로부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생명활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에너지 대사를 공존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가능하다.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종안에서도 상호 협력하는 생물체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비피도박테리아에서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서로 먹잇감을 챙겨주며 협력한다. 실험에서 무균 쥐에 비피도박테리아의 일종인 B. thetaiotaomicron을 넣은 후 또 다른 비피도박테리아인 롱검(B. longum)을 추가했다. 결과는 롱검(B. longum)을 더한 후 먼저 존재한 B. thetaiotaomicron이 필요로 하는 다당류가 더 다양하고 많아졌다.

이들은 서로 생존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재를 위해 협력한다는 것이다(Ventura, O'Flaherty et al. 2009). 연구자들은 비피도박테리아의 이 같은 현상을 서로 먹을 것을 챙겨준다는 의미로 ‘cross feeding’ 이라 부른다.

다른 예도 있다. 자일란(Xylan)이나 전분을 통해 몇 종류의 비피도박테리아들을 배양한 결과 독자적 배양보다 함께 배양했을 때가 훨씬 더 효과가 좋았다. 그림 A에서 1번과 3번이 독립 배양과 공동 배양을 비교한 것이다. 2번과 4번 역시 마찬가지로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 C D 모두 종은 다르지만 비피도박테리아들의 독립 배양과 공동 배양의 비교이다.

나아가 비피도박테리아는 같은 종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종과도 협력한다. 이들은 이눌린과 같은 복합 탄수화물을 함께 분해를 통해 자신들의 종뿐 아닌 락토바실러스와 같은 다른 종과도 함께 나눠 먹는다(De Vuyst and Leroy 2011).

상호협력을 통해 먹이를 챙겨주기까지 하는 비피도박테리아의 능력은 장 안에서의 자기 종의 군집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Turroni, Milani et al. 2016). 이에 한 학자는 비피도박테리움이 이 같은 상호 도움과 주로 사회적 군집을 하는 동물이나 곤충들에 서식한다는 점을 들어 특정 사회적 의식이 있지는 않을까 추정해 하기도 한다(Milani, Lugli et al. 2015).

종내 상호 공존하고 종간에서도 서로 협력하는 비피도박테리아의 호혜성이 아마 인간과도 공진화(coevolotion)를 통해 프로바이오틱 효과를 가져오는 능력이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