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중국 수출 부진과 한식세계화의 성공요인
삼계탕 중국 수출 부진과 한식세계화의 성공요인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9.19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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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2>
우리 전통 살리는 한식수출은 ‘그림의 떡’
현지화 필요…치맥 등 성공 사례 참고해야

지난 6월 삼계탕의 중국 수출이 시작됐다. 하지만 수출 물량은 두 달여 동안 25만 달러(약 2억8000만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요청 7년 만인 올해 초 중국 땅을 밟은 쌀은 첫 선적 후 6개월간 237t 수출에 머물렀다. 올해 수출 목표 2000t에 턱없이 모자란다. 5년 만인 작년 12월 수출이 재개된 김치 역시 농식품부는 연간 100만 달러 수출을 장담했지만 상반기 9만 달러로 목표 대비 10%도 넘지 못했다. 주력 농식품의 중국 수출이 부진한 이유로는 부실한 시장 조사, 현지 바이어 확보 난항, 낮은 인지도 등이 꼽히고 있다.  

우리의 식문화를 알리고 중국 수출 확대의 교두보로 삼고자 한 삼계탕. 걸림돌이 된 규제까지 해결해가며 중국에 수출을 시작했지만, 실적이 지지부진하다고 한다. 중국의 한류와 치맥 열풍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아직 삼계탕 수출 부진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다.

사업이나 물건 파는 일은 시장에서 기업이 가장 잘하는데, 정부(농식품부) 주도로 하다 보니 시장조사나 서비스 마인드가 아무래도 부족했을 것이고, 게다가 우리 식문화까지 알리고자 욕심을 부리니 수출이 지지부진한 것이라 생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인의 입맛과 식습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을 가장 큰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800g 포장의 레토르트 한 팩당 인삼 함량이 6~10g인 국내용과 달리 중국 수출용은 3g에 불과해 삼계탕 맛을 제대로 내기가 어렵고, 레토르트 제품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와 큰 닭을 선호하는 중국 식문화를 해결하는 것도 과제라고 한다. 즉 현지화에 신경을 덜 썼다는 얘기다. 중국 수출에서 고전하고 있는 쌀과 김치, 그리고 성공한 치맥과 우유 및 팥빙수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물건을 중국에 팔려면 우리의 전통, 맛, 자존심 다 버리고 사는 사람인 중국인의 식문화와 식습관에 맞춘 ‘중국식 삼계탕’제품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우리 식문화에까지 비용을 지불할 여유나 배려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한식세계화사업을 야심차게 밀어 붙이고 있으나, 그 성과 역시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은 한식 없이도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서양서 온 패스트푸드와 중식, 멕시칸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더 자연스럽게 찾는다. 한식세계화가 성공하려면 우선 국내에서 성공해야 하는데, 최소한 아래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급보다 프랜차이즈 등 서민화로 나가야
바쁜게 선진국…간편한 패스트푸드 개발을
식재료 신토불이 버리고 글로벌 전략 세워야 

첫째, 고급화를 탈피해 서민화가 이뤄져야 한다. 국내에서 한식의 위치는 무엇인가? 고급한정식일까? 아니면 김밥, 떡볶이 등 분식일까? 뷔페일까? 아니면 불고기, 갈비 등일까? 만약 한정식이 한식이라면 너무나 고급스럽고 거창하다. 어린이, 청소년들은 접근하기도 불가능하거니와 일반 서민조차도 쉽게 접하기 어렵다. 저렴한 프랜차이즈 한식집이 중심이 돼야 한다. 팁 문화가 있는 서구에서는 고급레스토랑 음식 가격에 15~20% 더 붙는 팁도 부담스럽다.

둘째, 슬로보다는 패스트푸드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슬로푸드가 먹히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대중은 회사일, 집안일, 육아 등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무 바쁘다. 한식도 미리 돈을 결제하고 기다렸다가 셀프로 메뉴를 받아서 먹는 경제적이고 간편한 패스트푸드화가 필요하다. 또한 도시락 메뉴, 자동차를 타고 바로 픽업해 집으로 갈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메뉴, 배달메뉴 개발 등이 서구 문화에 맞는 한식 스타일일 것이다. 서양에서 성공한 중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화려한 고급 중식당부터 서민용 중식뷔페, Panda express 같은 중식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가격으로 서양인의 입맛과 편의성에 맞춰 글로벌화에 성공했다.

셋째, 우리의 자존심 신토불이를 버리고 글로벌화해야 한다. 더 이상 국내산 원료만을 사용해야 한식의 맛과 우수성이 나온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식의 우수성, 우월성만을 강조해서는 미래가 없다. 음식은 음식일 뿐이다. 음식을 약으로 여기고 몸에 좋으라고 먹는 ‘약식동원(藥食同原)’의 시대가 아니다.

지금부터 세계 각국 어린 아이부터 공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 또한 그들이 주 구매층이 되는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 이상 기다리고 꾸준한 투자를 해야만 ‘한식세계화’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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