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 문화 속 밥의 의미, 그리고 ‘K-푸드’
[기고]우리 문화 속 밥의 의미, 그리고 ‘K-푸드’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09.26 0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문화 변화 따라 ‘밥’의 의미 확장
미래식량 곤충 ‘K-푸드‘로 개발할 때
농촌진흥청 김두호 농업생물부장

△김두호 부장
사전적 의미의 ‘밥’은 쌀이나 보리 따위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에 안친 후 물을 붓고 낟알이 풀어지지 않을 만큼 끓여 익힌 음식을 뜻한다.

요즘이야 풍족하게 먹고 있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처음 만나서 건네는 인사가 ‘식사하셨습니까?’였을 만큼 끼니를 때우는 것이 녹록치 않은 시절도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밥’이란 ‘배를 불리는 주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모두가 보릿고개를 넘을 때 따스한 밥 한 공기는 받는 사람에게 사랑과 관심이었고, 아랫목에 넣어둔 밥은 기다림이었다. 새참 전 떼어 던지는 고수레는 나눔과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며 ‘밥은 먹고 다니느냐?’고 묻는 말 속에는 걱정과 안쓰러움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 곤충 식품 신성장 동력

이처럼 ‘밥’은 각양각색의 의미를 갖고 우리와 함께 했다. 그리고 시대 변화에 따라 ‘밥’이 가지는 의미 또한 변해 왔다. ‘밥’은 이제 공기에 꾹꾹 눌러 담아내는 익은 곡식을 일컫는 말에서 벗어나 바쁜 아침에 후루룩 먹을 수 있는 시리얼 한 그릇, 편의점에서 서서 먹는 컵라면과 김밥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길에서 먹는 토스트도, 간편하게 마시는 생과일주스도 때론 ‘밥’이 됐다. ‘밥’이 ‘끼니’나 ‘식사’와 같은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밥’의 의미처럼 식문화 또한 변화하기 마련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곤충 또한 이러한 변화를 겪는 중이다.

지금까지 곤충은 ‘보기만 해도 징그럽다’ ‘박멸해야 한다’ 등과 같은 부정적인 수식어가 따라 왔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곤충이 단백질, 지방, 비타민, 섬유질 및 각종 미네랄 성분 등이 풍부한 건강한 식품소재임이 알려지며 그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환자 영양식 등 곤충으로 만든 다양한 메뉴가 개발되고 있으며, 곤충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들도 성업 중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얼마 있어 곤충 또한 ‘밥’이라고 불리는 때가 올 듯하다.

● 2020년 38조 원 규모

곤충 전문가들은 식용곤충을 포함한 세계 곤충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오는 2020년 약 38조 원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메뚜기, 누에번데기, 갈색거저리(고소애) 등 7종이 식용곤충으로 등록돼 있다.

식용곤충 시장은 60억 원 정도이지만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곤충이 ‘밥’을 뛰어 넘어 미래 신성장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미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중국이 그 뒤를 바짝 쫓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만큼 훌륭한 인프라가 조성돼 있다. 바로 십 수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해 세계를 매료시킨 한류다. 많은 나라가 K-팝을 비롯해 K-드라마, K-뷰티, K-패션 등 한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멋진 나라, 이른바 ‘코리안 쿨(Korean Cool)’이란 이미지도 생겨났다.

● 미국 중국 등 선점 경쟁

이에 힘입어 몇 년 전부터는 우리 음식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시작됐다. 이미 ‘김치’ ‘장류’ ‘막걸리’ 등 한식은 웰빙 음식으로 소개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푸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 식량으로 여겨지는 식용곤충을 접목시킨다면 맛과 영양 모두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식에 어울리는 식용곤충을 선별하고, 우리 고유의 식재료와 식용곤충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메뉴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무엇보다 곤충에 대한 뿌리 깊은 선입견을 줄일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식용곤충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식용곤충이 K-푸드를 이끄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