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와 신토불이(身土不二)-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
로컬푸드와 신토불이(身土不二)-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10.04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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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에서 생산된 ‘고품질·안전 식품’ 대명사
신선하고 환경에 도움…품질 결정 요인은 아냐

우리나라는 유독 음식과 관련된 괴담과 잘못 알려진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신토불이(身土不二)’ 사상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로컬푸드’는 좋고, 다른 나라 땅에서 온 ‘수입산’은 무조건 나쁘다는 오해다. 식품의 가치는 원재료가 어디서 왔느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재배, 경작, 사육했느냐가 아니라 최종 제품의 질로 결정된다. 물론 유기농처럼 고비용의 친환경농법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할 경우 가격은 높아진다. 

△하상도 교수
그렇지만 가치(價値)와 가격(價格)은 다르다. 가격에 비례해 해당 식품의 절대적 가치가 반드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식품의 가치는 영양적 또는 기능적 품질, 물성적 특징,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

‘신토불이’의 경우 해당 식재료가 어디서 왔느냐에 불과한데도 절대적 가치의 보증수표처럼 알려져 있으며 우리 민족의 종교처럼 고귀한 ‘고품질·안전식품’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 농산물이라도 농약은 더 많이, 비료는 적게 사용하고 기후가 나쁜 시기에 수확한 제품이라면 품질과 안전성 측면에서 더 나쁠 수도 있다.

‘신토불이’란 사람의 몸은 그 몸이 태어나고 자라는 땅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동의보감의 약식동원론(藥食同源論)에서 나온 말인데, 2000년대 우리나라에 수입 농산물이 범람하자 농협 등 농수산 관계기관에서 국내 농산물을 프리미엄화해 살아남기 위해 만든 마케팅 전략이자 캠페인 용어로 유행됐다.

‘우리 몸에는 우리 농산물이 좋다’라는 의미로 2000년대 초반부터 국산품 애용 차원에서 이 용어를 즐겨 쓰고 있다고 한다.

신토불이 유행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로컬푸드 애용운동’이 국내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편승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문제적 현상인데, 저렴한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원산지 허위표시가 발생하고 있다.

로컬푸드는 짧은 이동거리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운송비용도 절감돼 ‘푸드 마일리지’ 차원에서 환경에 도움이 되며 신선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즉 우리 땅에서 나왔기 때문에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돼 좋다는 것은 아니다.

동의보감의 ‘약식동원론’에서 나온 말
수입 농산물 범람에 대응한 마케팅 전략
국내산 둔갑 위한 원산지 허위 표시 발생도
 

푸드 마일리지는 농산물 등 식료품이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마일)를 의미한다. 쌀, 곡물, 과일, 고기 등 식재료가 얼마나 멀리서부터 이동한 것인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특히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해 수입 비중이 73%인 국내 유통식품의 푸드 마일리지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이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최단거리에서 재배된 로컬푸드(local food)를 이용하는 것이다.

신토불이는 마케팅 콘셉트이자 사상이며 식품 품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스마트 소비자라면 로컬푸드의 장점과 원거리 이동식품 대비 차이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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