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국가표준식품성분표’의 역할과 미래의 방향
[특별기고]‘국가표준식품성분표’의 역할과 미래의 방향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11.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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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푸드비즈랩 문정훈 교수

△문정훈 서울대 교수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식품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나트륨 등 수많은 영양소가 함유돼 있다. 물론 식품을 통한 열량 공급도 식품 섭취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영양소 및 열량 섭취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신체에 문제가 발생한다.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성장 장애가 올 수도 있으며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질병 발생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따라서 식품의 선택과 섭취는 영양학적 고려가 반드시 요구된다.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에 어떤 영양소가 얼마만큼 함유돼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 비만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소비자는 영양소에 대한 정보 욕구가 커졌으며 정부는 대부분 소매용 가공식품에 영양정보 표기를 법규화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갈수록 더욱 더 자세한 정보를 요구한다. 신선농산물과 식당에서 소비하는 음식의 영양 정보는 어떠한지, 사과도 품종에 따라 부사와 홍옥 한 알의 칼로리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동태찌개 한 그릇에 함유된 나트륨은 몇 그램인지 등등.

농촌진흥청이 관리하는 '국가표준식품성분표'는 식품 속 영양소 함량을 데이터베이스화 한 것이다. 식품 내 영양 성분에 대한 정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식품별 자료화로 해당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다.

5년마다 책자 발간…8번째 개정 

'국가표준식품성분표'를 통해 식품별 100g당 에너지(열량) 정보를 비롯한 일반성분 정보(수분, 단백질, 지질, 회분, 탄수화물), 식이섬유 정보(수용성, 불용성), 무기질 정보(칼슘, 인, 철, 칼륨, 나트륨), 각종 비타민정보(비타민 A군, 비타민 B1, 비타민 B2, 나이아신, 비타민 C), 식염상당량정보 및 폐기율 등 총 22가지 영양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품목도 매우 상세하게 접근하고 있다. 예컨대 데이터베이스에서 땅콩을 검색하면 단순하게 땅콩 하나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1)땅콩, 마른것 2)땅콩, 검정땅콩 마른 것 3)땅콩, 대립종, 마른것 4)땅콩, 소립종, 마른것 5)땅콩, 중립종, 마른것 6)땅콩, 삶은것 7)땅콩, 볶은것 등 각각의 표준영양성분표가 검색된다. 여기에 땅콩가공품까지 포함하면 무려 18가지의 관련 영양성분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굉장히 정교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해당 '국가표준식품성분표'는 데이터베이스 형태 이전 1970년 책자 형태로 초판 발간된 이래 1981년부터 5년 주기로 발간되고 있다. 최근 발간된 8개정판에는 국내 생산 및 소비되는 식품 2757 품목에 대해 22종의 영양성분 정보가 상세히 수록돼 있다. 이처럼 구축·관리되고 있는 식품별 영양성분 자료는 구각의 식품, 보건, 영양 등에 관한 정책 수립의 기준이 되고 관련 산업에 실용되고 있다.

농진청, DB 2757개 품목별 22종 영양성분 정보 제공
급식·표시 등 지침 역할…소비자 합리적 구매에 영향
 

학교 영양사들이 학생들을 위한 급식 설계 시 이를 기준으로 균형있는 식단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병원의 환자식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기업에서는 생산 식품에 대해 자체적인 실험 결과로 해당 식품의 영양성분표를 만들겠지만, 이러한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농가는 '국가표준식품성분표'를 십분 활용하게 된다. 농산물의 경우 수출 시 일부 국가에서는 해당 농산물의 식품성분표를 첨부해야 하는데 농진청에서 제시한 성분표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서울대 푸드 비즈랩에서 수행 중인 식품 구매 및 섭취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도넛을 구매할 때 영양성분표가 없는 경우 평균 2.9개를 구매·섭취하고, 영양성분표가 있는 경우 평균 2.5개를 구매·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의 경우 역시 영양성분표가 제시되지 않는 경우 평균 4.6개를 구매·섭취하고, 제시된 경우에는 평균 3.9개를 구매·섭취해 영양성분표 제공이 소비자들의 소비량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서 땅콩을 검색했을 경우 무려 18가지 관련 영양성분표를 확인할 수 있다.

22% 검증 없이 외국 자료 인용

이 같은 소비량 변화는 칼로리 추정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두 식품의 경우 영양성분표가 제시되지 않았을 때 칼로리를 상대적으로 낮게 추정했으나, 영양성분표를 확인한 결과 칼로리가 높음을 인지하고 소비량을 낮추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반면 사과의 경우 영양성분표가 없는 경우엔 평균 5.2개, 영양성분표가 있는 경우는 평균 6.5개를 구매·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 오히려 소비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렌지 주스와 콜라의 경우에도 식품성분표가 제시됐을 때 오히려 소비를 늘렸다.

이는 영양성분표가 제시되지 않을 때 오렌지 주스와 콜라의 열량을 높게 추정하나, 성분표가 제시되는 경우엔 두 제품의 칼로리가 높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오렌지 주스는 2.0개에서 2.3개, 콜라는 1.6개에서 2.3개로 증가했다. 

이처럼 영양성분정보는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한다. 국가표준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는 식품 영양성분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좀 더 명확하고 편리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가표준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데이터베이스가 2757 품목의 방대한 영양정보를 담고 있긴 하지만 미국 8789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새롭게 개발되고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식품의 종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국가표준식품성분 데이터베이스는 농진청 내 1개 팀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업무를 수행하기엔 인력, 장비, 예산 등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태다.

당분·미량 영양소 등 정보 요구 증대 

또한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포함된 영양 정보 중 실제 국내 식품으로 실험해 뽑아낸 자료는 78% 정도이다. 나머지 22%는 실검증없이 미국과 일본의 자료를 인용해 쓰고 있다. 특히 농산물의 경우 소비자가 섭취하는 품종과 재배방식이 해외와 다르므로 외국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면 상당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내 우유의 경우 200㎖ 기준 미국 우유보다 단백질과 칼슘이 각 평균 70mg, 44mg 씩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 자료 사용으로 인한 오류가 학교 급식에서 1년 동안 축적될 경우 아이들의 영양 균형에도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미국, 연구원 80여 명에 8700여 품목 정보 서비스 수행
국내선 1개 부서 3명이 담당…인력· 예산 등 확충 시급 

소비자들의 영양에 대한 관심 증대로 현재 22개 영양정보뿐만 아니라 당, 미량영양소 등 새로운 영양정보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2010년부터 2575개 품목의 당 함량에 대한 조사가 새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이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보다 매우 늦어지는 상황이다. 업무량 증대에 따른 인력 및 예산 확충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표준식품성분표 관리를 위해 농무성(USDA)산하 인간영양연구센터(HNRCA)를 설치하고 5개의 연구실(영양데이터연구실, 식품성분분석연구실, 식품조사연구실, 식품성분기능연구실, 식이유전체연구실)에 80여 명의 연구원들이 투입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이 막대한 업무를 맡고 있는 인력은 농진청 산하 농식품자원부 내 기능성식품과의 3인이 전부이다. 미국에서 80여 명이 진행하는 업무를 한국은 단 3명의 전담 인력이 배정돼 있다는 것은 우리의 영양정책과 국민 보건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실정에 적합한 표준식품성분표에 대한 연구를 위해 업무 규모에 맞는 합당한 조직의 형태와 예산을 갖출 수 있는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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