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식량안보 위기돌파는 ‘합성밀’ 연구로
[제언]식량안보 위기돌파는 ‘합성밀’ 연구로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11.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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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이남택 교수

■ 이상기온과 식량안보의 위기의 고조

△이남택 고려대 교수
최근 한국인들의 밥상은 매우 풍요롭다. 게다가 쌀은 남아 돌아 고민이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나라 식량 사정은 썩 좋지 않다. 작년 기준 한국 식량 자급률은 50%에 불과하며 OECD국 중 최하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실상을 알고 식량안보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설상가상으로 이상기온이 도래하면서 인간의 주거환경은 물론, 농작물 수확에도 악영향을 미쳐 식량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2008년 미국,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수출국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와 국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식품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던 과거의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또 다시 경험할 지도 모른다.

■ 식량위기 대응 중요한 변수는?

그러면 향후 돌발할지도 모르는 식량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국내 주요 농산물, 특히 쌀, 보리와 밀의 자급량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쌀은 남아 돌아가고 있어 더 이상 생산을 늘려야 할 대상이 아니며, 보리의 생산량도 큰 문제점이 없다. 다만 국산밀 자급량이 국내 수요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국산밀의 원활한 공급이 향후 국가식량안보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국산밀의 자급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입밀의 품질이 국산밀보다 훨씬 좋고 가격 또한 저렴하기 때문이다. 밀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업체들이 수입밀을 선호하면서 결국 국산밀의 자급률이 현저히 감소하고 말았다. 따라서 국산밀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소비에 부응하는 좋은 품질의 국산밀을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다. 

■ 국산밀의 품질향상 방향과 방안은?

사실 국내에도 수입밀 못지않게 품질이나 수확량 측면에서 우수한 품종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벼내기 이후 추수하는 품종이다. 밀이 능숙할 때까지 기다리면 벼내기가 늦고, 벼내기를 제 때 하려면 밀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형편상 2모작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벼내기 이전에 성숙해 추수할 수 있는 품종이 필요하다.

국산밀 품종개발시 염두해둬야 할 또 다른 요소는 향후 기후변화이다. 이상기온에 대비해 생산성과 품질이 높고, 내해와 병충해에 강한 신품종이 개발돼야 한다. 향후 지구의 기온은 100년 내 약 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지구의 온도가 매 1℃ 상승할 때마다 밀의 생산량은 7% 감소한다고 한다.

실제 최근 이상기온으로 인해 겉마름 및 녹병 등이 발생해 국산밀의 수량과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진 바가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기후변화에 대비해 조숙하면서 생산성과 품질이 높고, 또한 내해와 병충해에 강한 새로운 밀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 기존 육종방법의 한계와 합성밀(synthetic wheat)의 장점

현재 한국의 들녘에 재배되고 있는 밀은 모두 육종(breeding method)을 통해 개발된 품종들이다. 또한 향후 이상기후에 대비해 개발될 우수 밀품종 역시 육종방법에 의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전통적 육종방법은 신품종을 개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상호교배를 시킬 유전자원의 스펙트럼이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밀 육종가들은 전통적 유전자원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형질을 창출하는 것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고, 야생 밀 자원인 2배체의 염소풀(Aegilops tauschii)과 4배체 듀럼밀(Triticum trugidum)의 인위적 교배로 만들어지는 6배체 합성밀(synthetic hexaploid wheat)의 개발을 통해 새로운 형질의 밀품종을 창출하고자 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개발된 합성밀은 유전적 풀(pool)이 기존의 육종방법보다 훨씬 다양해 우수한 품질을 찾아내는데 훨씬 유리하며, 일반밀과 교배를 통해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하는 시간도 단축된다.

최근 멕시코 소재 CIMMYT 연구소에서는 현재까지 약 1000 품종 이상 합성밀을 개발해 전 세계 농업연구기관에 분양하고 있으며, 2006년 중국에서도 최초로 합성밀과 일반밀 교배를 통해 중국의 토양과 기후에 적합하고 병충해에 강하며 또한 기존 품종보다 23% 정도 수확량이 높은 우수한 신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는 합성밀 관련 연구기반 조차 매우 부실한 편이다.

■ 합성밀 연구에 눈 돌려야

현재 국산밀 생산의 제일 큰 문제점은 2모작 이전에 추수할 수 있으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밀품종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이상기후에 부응할 신품종을 찾아내는데 커다란 장점을 가진 합성밀의 연구개발 기반도 거의 부재하다.

따라서 이제 한국도 기존의 육종방법과 더불어 합성밀 연구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과감하고도 장기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며, 이것이 향후 기후변화와 이에 맞물려 불어 닥칠 식량위기를 돌파하는  기여할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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