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米)’과 ‘밀가루’에 대한 허심탄회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2>
‘쌀(米)’과 ‘밀가루’에 대한 허심탄회한 고찰-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2>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6.11.29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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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밀 주식으로서 각자 장단점…우열 없어
‘신토불이’에 의존 말고 쌀 경쟁력 높여야

쌀이 좋다, 밀이 좋다! 과연 정답이 있을까? 전 세계 70억 인구의 절반은 쌀을, 나머지는 밀을 주식으로 한다. 과거 각자가 살던 나라의 토양과 기후에 적합한 곡물을 생존을 위해 재배해 먹었던 것이 주식이 된 것이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탄수화물 공급원이었지 영양소가 많고 건강에 좋은 생리활성물질이 많아 선택한 주식 곡물이 아니었다.  

△하상도 교수
아주 오래 전부터 세계 각지에 ‘식량벨트’가 존재했다. 각자가 살던 지역에서 기후와 토양에 가장 맞는 곡식을 재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식량생산에는 국경이 존재하지만 식탁에는 국경이 없다. 자본만 있으면 쌀, 밀 등 탄수화물과 고기를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

국내에서 쌀은 영양, 맛, 건강 기여도 등 모든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탄수화물원이라 불린다. 반면 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에서는 쌀을 비하하고 흠집내는데 혈안이 돼있다. 미국 남부산 쌀에서 발암물질인 중금속 무기비소가 최대 8.7㎍(1회 섭취기준)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쌀에 포함된 무기비소의 위험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게다가 어린이에게는 쌀로 만든 시리얼과 파스타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먹이지 말 것과 공복에 쌀로 만든 시리얼을 먹이지 말라는 제한적 섭취 권고지침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편 쌀을 주식으로 삼는 나라에서는 쌀을 신봉하지만 품종간 텃새가 있다. 중국산 등 수입 식품은 나쁘고 국내산, 로컬푸드만 좋다고 캠페인을 하는 것처럼 쌀도 길쭉한 장립종인 인디카종, 소위 안남미는 나쁜 쌀, 우리의 차지고 짧은 단립종 쌀인 자포니카 종은 좋은 쌀로 여긴다.

사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의 90%는 찰기가 없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에 좋고 달라붙지 않아 손으로 먹기에도 좋은 안남미를 선호한다. 차진 쌀은 우리나라를 위시한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만 인기다.

밀가루는 6·25전쟁 후 쌀과 식량이 부족할 때 우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입된 제 2의 식량이다. 그때는 밀가루에 익숙지 않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밀의 영양학적 좋은 면을 부각시키며 분식을 장려했다. 밀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애용할 정도로 역사적으로 품질과 안전성이 입증된 곡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밀가루는 비만의 주범으로 내몰렸다. 인류가 1만 년 동안 검증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애용하는 밀가루에 문제가 있다면 아마도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 사람들은 지금 모두 정상이 아닐 것이다.

밀가루와 안남미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찬밥 신세가 돼 나쁜 음식으로 오해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신토불이 사상과 전통에 대한 집착, 우리 농업보호정책 등이 원인이다. 정부와 생산자들이 나서 다른 나라에서 온 것,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모두 악(惡)으로 몰아붙여 누명을 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2016년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이미 전통, 신토불이에 대한 충성심이 많이 약해졌다. 태어나면서부터 자급률 100%인 쌀만을 주식으로 삼지 않아도 되는 시대다. 99% 이상 수입하는 밀을 위시한 소위 수퍼푸드로 불리는 곡물들이 넘쳐나는 데다가 국내산 쌀 가격은 다른 곡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 쌀은 밥이나 떡, 막걸리 정도 만드는데 쓰이고 있는데 그나마 대부분이 내수용이다. 수출은 가격 때문에 꿈도 못 꾼다.

기껏 생산자들이 비교 우위로 내세우는 것이 ‘쌀의 건강기능적 우수성’이다. 음식에 건강기능성이나 약식동원을 운운하며 효능을 강조하는 것은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탁상논리로 쌀의 무덤을 더욱 더 깊게 파는 일이다.

‘맛있는 음식’에 대항하는 ‘맛은 없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은 백전백패다. 음식은 음식일 뿐이다. 맛이 있어야 먹는다. 쌀은 가격경쟁력은 고사하고 면, 파스타, 빵, 제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는 밀에 비해 가공 적성 또한 떨어져 애국심을 제외하고는 쌀을 주식으로 각인시키며 먹게 할 유인책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의 ‘패트병 쌀’처럼 판매단위도 줄이고 내용물도 보이게 변신해야 한다.

쌀이 좋다, 밀이 좋다! 정답은 ‘둘 다 모두 좋다’이다. 결국 탄수화물의 근원인 밀, 쌀 등으로 만든 모든 음식은 각자의 장단점이 있고 과용하면 모두 독이 된다. 용도와 목적에 맞게 적절한 양과 방식으로 잘 사용하면 밀이고 쌀이고 모든 음식이 ‘좋은 음식, 착한 음식’이 된다는 걸 명심하자.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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