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의 반복적 발생과 대책 진단-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3>
고병원성 AI의 반복적 발생과 대책 진단-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3>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6.12.0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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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발생 때마다 매몰 살처분 방식 고수
보상금·환경 오염 등 고비용…대안 절실

‘조류 인플루엔자’라고 알려진 AI(Avian influenza), 특히 H5N6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심상치가 않다. 전국적 AI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정부가 축산 농가 전체 동시 소독을 진행한다고 한다. 대부분 축사 위치가 작은 하천 옆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아온 철새가 바이러스를 퍼뜨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상도 교수
지난달 28일 국민안전처는 △주민들의 철새도래지 출입제한 △철새 관련 축제 자제 및 지역 축제장 방역 △이동통제초소 운영 △지역자율방재단 활용 △농장종사자 및 살처분 인력 등 방역요원에 대한 인체감염 예방조치 △살처분 방법 다양화에 따른 침출수 방지와 매몰지 관리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과거 다섯 번 정도 고병원성 AI가 발생된 바 있다. 2003년 말부터 겨울과 봄철에 걸쳐 거의 2년에 한 번 꼴로 겨울철 야생철새가 한반도로 유입될 때마다 여지없이 AI가 발생했다. 조류의 호흡기 분비물이나 대변 등에 오염된 기구, 매개체, 사료, 새장, 옷 등이 AI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류 인플루엔자’라 불리는 AI는 닭, 오리, 야생 조류에서 생기는 AI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다. 보통 전파속도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하며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구분한다. 고병원성 AI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A등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사실 AI는 겨울철 조류에 발생하는 감기에 불과한데, 드물지만 사람에게도 옮아 감염증을 유발시킬 가능성때문에 이처럼 걱정하는 것이다. 국내는 아직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2003년 말부터 5년간 고병원성 AI 인체 감염사례가 376건 보고됐으며 238명이나 사망했다. 2014년 이후 중국에서만 15명이 감염돼 6명이 사망한 것이 바로 불쌍한 닭, 오리를 수 천만마리나 땅에 묻어 살처분하고 있는 이유다.

조류에서의 AI는 대체로 호흡기 증상과 설사, 급격한 산란율 감소를 보인다. 사람에 전염돼 발생한 경우의 환자 분류기준은 38℃ 이상의 고열이 나면서 기침, 목 통증,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가진 환자가 증상 발생 전 7일 이내에 AI 발생 농장에서 일을 했거나 AI 유행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는 경우다.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닭과 오리는 아예 시장에 출하되지 못하므로 소비자들은 닭, 계란, 오리 등 시판 중인 요리를 통한 감염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도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 이상에서 5분 이상, 80℃에서 1분만 가열해도 사멸하기 때문에 조리된 닭이나 오리 요리를 통한 AI 감염 가능성은 없다.

예방법으로 유행 지역으로의 출입을 피하고 AI 유행 시 닭, 오리 등의 가금류(집에서 기르는 조류)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 개인위생도 중요하다. AI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지만 원인 바이러스의 변종이 워낙 다양해 그 효과는 불분명하다. 감염 시 타미플루(Tamiflu)와 같은 항바이러스제 투여로 치료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2년에 한번 꼴로 여섯 번이나 발생한 AI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책은 한결같다. 한 번 창궐해 대규모로 발생하면 다음엔 학습효과로 더 스마트한 대책이 나와 점차 나아져야 하는데, 2003년 발생 이후 13년간 ‘발생-철새탓-매몰-보상’이라는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텐데 가장 고비용이지만 뒤끝 없이 안전한 ‘대규모 매몰 살처분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제는 2016년이다. 닭, 오리를 매몰해 얻는 편익과 농가 보상금, 매몰지의 지자체 관리비용, 그리고 토양과 지하수오염에 의한 환경오염 피해 등 우리 인류와 후손이 지불해야 할 비용까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책을 펼치는 공무원은 국익을 위한 최선의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본인 판단에 대한 책임도 뒤따르므로 최적의 정책을 선택해 드라이브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역비용, 농가의 보상금도 우리 모두의 재산이고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줄 환경과 침출수, 지하수 오염문제도 미래에는 비용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이제는 매몰이 아닌 다른 합리적, 전략적 대책을 공개토론 방식을 통한 투명한 절차로 마련해야 할 시기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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