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관련 TV방송의 막강한 영향력과 문제점-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8>
식품 관련 TV방송의 막강한 영향력과 문제점-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8>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1.1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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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종편의 특정 식품 건강·질병 치료 효능
상당수 과장·속임수…엉터리 쇼닥터 퇴출 시급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15년 5~9월 종합편성채널 식품 건강관련 8개 프로그램 총 90편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70%가 식품의 질병 치료효과를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일부 프로그램에선 특정 식품의 재배농가나 판매자가 전문가로 출연해 해당 식품의 효능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품과 건강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의 상당부분이 특정 식품의 질병치료 효과를 언급하거나 과학적 검증 없이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는 잘못된 내용으로 구성돼 올바른 방송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다행히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엉터리 쇼닥터를 걸러내기 위해 ‘의사의 방송출연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하상도 교수
TV방송의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을 일으켜 그동안 쓸쓸히 진열대를 지키던 ‘버터’를 마트에서 불티나게 만들었고, 렌틸콩을 띄워 ‘슈퍼곡물’ 광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렌틸콩 수입량은 전년대비 33배 증가했고, 대형마트 매출도 4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반면 풍선효과로 국내산 곡물류는 판매량이 감소하고 재배면적 또한 줄어 울상이라고 한다.

소비자연맹이 작년 말 실시한 온라인 소비자 인식도조사에 의하면 슈퍼곡물 등 소비자의 열광적인 인기를 얻은 식품들의 인지경로는 TV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가늠케 했다.

그러나 렌틸콩 방송의 경우 높은 열량은 숨긴 채 풍부한 식이섬유, 단백질, 미네랄 등 장점만을 강조해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소개했다. 특히 렌틸콩은 콩류라 콩과 비교해야 하는데도 쌀과 비교하면서 특정성분이 몇 배나 많다고 강조하는 등 편향된 비교대상 오류를 범했다.

이처럼 성분을 과장되게 부각시켜 슈퍼푸드로 만든 사례는 TV방송에서는 허다하다. 이는 다이어트, 면역강화, 질병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건강식품에 집중돼 있고 유기농, 유정란, 올리브오일, 식이보충제, 효소, 발효식품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게다가 그리 나쁠 것이 없는데도 어떤 독성이나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함유돼 있거나 유용성분의 함유량이 적은 경우에는 흠집을 내기 위해 약점을 과장해 먹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나쁜 독(毒)처럼 누명을 씌우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조미료 글루탐산나트륨(MSG), 우유, 육류, 밀가루, 설탕, 소금, 식품첨가물 등이다.

슈퍼 곡물 띄우기로 국산 곡물 판매·재배 면적 감소
우유 밀가루 등 일부 품목은 약점 잡아 흠집 내기
검증 안 된 내용 상업적 목적으로 왜곡시켜 피해 심각 

밀가루를 끊으라고 주장했던 한 쇼닥터가 방송에서 글루텐의 위험성을 말하고, 밀가루로 인한 체내 독성물질을 자신이 만든 해독주스로 없애야 한다는 상업적 광고를 한 일도 있었다.

어느 개그우먼은 일주일 동안 밀가루를 끊고 날씬해졌다고 해 ‘밀가루 끊기 다이어트 광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게다가 자사의 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반 밀가루 인식을 확산시킨 어떤 대기업이 공개되는 등 방송의 영향력을 이용한 거짓과 속임수가 난무하고 있다.

현재에도 많은 건강 및 식품방송의 내용이 지나치게 소비자를 불안케 하거나 맹신케 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내용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왜곡시키는 사례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3사의 건강프로그램의 7.1%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방송됐다고 한다.

앞으로는 TV방송 작가나 기획자 마인드가 반드시 바뀌어야 하며, 방송에서 엉터리 이야기하는 함량미달의 전문가, 쇼닥터에게도 반드시 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많은 소비자는 TV건강프로그램에 ‘의사’가 출연하기 때문에 신뢰한다고 한다. 전문가도 문제지만 엉터리 쇼닥터의 퇴출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잘못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경우 처벌이 뒤따라야만 음식에 대한 터무니없는 오해와 누명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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