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동안 색 변하지 않는 미국 ‘GM사과’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52>
3주 동안 색 변하지 않는 미국 ‘GM사과’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52>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2.1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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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전자침묵 기술 적용 ‘북극사과’ 개발
갈변 효소 PPO 발현 막아…미국 FDA 판매 허용

미국 중서부 지역 일부 상점에서 이달부터 갈변되지 않는 ‘북극사과’라는 브랜드 사과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는 깎아놓아도 3주간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유전자재조합작물(GMO)의 ‘슈퍼사과’다. 캐나다 생명공학기업 ‘오카나간 스페셜티’가 유전자를 재조합해 개발한 GM사과는 2015년 캐나다와 미국 FDA의 승인을 얻고 상품화를 준비해 왔는데, 이번에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미 FDA는 유전자를 변형시켜 갈변하지 않도록 만든 사과도 기존 사과와 똑같은 안전성과 영양을 갖추고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GMO 확산 움직임에 우리나라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 사과 농가들은 벌써부터 경계를 하고 있다.

보통 사과를 자르거나, 베어 먹거나, 부딪쳐 손상되면 사과 속 폴리페놀산화효소(PPO)가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PPO라는 효소가 발현하지 못하게 하는 ‘유전자 침묵’ 기술이 바로 색이 갈변하지 않는 ‘북극사과’를 만들었다.

스마트폰의 저변 확대와 ‘미래형 식품표시(food label)’로 우리나라에 새로 도입된 ‘QR코드’가 부착돼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유전자변형(GM)과 함께 사과의 영양조성, 원산지, 생산자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아볼 수가 있다. 그러나 QR코드를 스캔하지 않으면 포장지 자체 GM변형 사과임을 명시하지 않고 있어 GM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QR코드’란 사각형의 가로세로 격자무늬에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2차원 형식의 코드로 ‘Quick Response’의 줄임말이다. 즉 온·오프라인에서 식품의 표시공간 제약으로 충분한 정보를 담지 못할 때 이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북극사과’는 매년 재배되는 사과의 약 40%가 갈변 때문에 낭비되는 걸 막고자 개발된 GM사과다. 하지만 GMO 개발국이자 생산판매국인 미국 조차도 GMO가 건강에 위험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게다가 북극사과가 다른 일반사과의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유기농이나 비(非)GMO 사과 생산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GM사과가 수입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뜩이나 GMO(유전자재조합작물) 식품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마당에 걱정거리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현재 이전까지의 ‘먹지말자’는 안전성 논란이 아니라 ‘알고먹자’는 표시 이슈로 넘어가는 중이라 GMO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는 진척된 걸로 봐야 한다.

갈변 인한 폐기 예방…QR 코드로 확인 가능
국내선 옥수수 등 5종만 허용…걱정은 기우 

‘GM사과’가 우리 식탁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 생각한다. GM사과가 안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미국, 캐나다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GM사과가 식용으로 판매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콩,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등 5개 농산물만을 GMO로 허용하고 사과 등 과일과 대부분 곡물은 허용돼 있지 않다. 특히 식용유와 두부, 간장, 과자 등에 많이 사용되는 콩과 옥수수가 주된 논란거리인데 자급률이 각각 11%, 0.8%에 불과한 우리 현실에서 동물사료와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이를 모두 비(非)GMO로 대체한다면 가격과 물가 상승은 당연한 결과다.

항간에 논란이 됐던 GM밀가루와 쌀은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들은 모두 일종의 주식(主食)이라 아직까지 GMO를 허용한 나라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지금과 같이 GMO 표시 이슈로 들썩이는 우리 상황에서 아무리 갈변되지 않는 획기적인 ‘북극사과’가 개발돼 버려지는 사과를 살리고 세계시장에서 널리 판매된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GM사과를 허용할리 만무하다고 생각한다.

Step by step, 허용된 5가지 중요 작물에 대한 과학적 안전성을 인정하는 우리 소비자의 인식이 자립 잡힌 후에야 도입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되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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