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가격인상과 물가 급등에 대한 시장 감시의 공정성 문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53>
식품 가격인상과 물가 급등에 대한 시장 감시의 공정성 문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53>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2.2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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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안정·소비자 권익 향상 노력 인정받아야
원재료 생산자-산업체에 이중적 태도는 문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최근 버터, 커피, 패스트푸드 등 식품업계 및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연이은 가격 인상에 뚜렷한 인상 근거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센터는 “기업은 정국 혼란을 틈 탄 무분별한 가격 인상으로 이윤 증대만 꾀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펼쳐 서민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말하고 향후 불매운동까지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상도 교수
이는 최근 서울우유와 동원F&B가 원가 인상을 이유로 버터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맥도날드, 탐앤탐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등 외식기업들 역시 일제히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동원F&B는 참치 캔 가격을 인상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버터까지 인상해 강도 높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버터의 주원료인 원유가격이 작년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리터당 18원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격 인상은 다른 제품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버터 값 인상으로 만회하려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식품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버터는 원유가 아닌 부산물에 속해 원유 가격연동제에 해당되지 않고, 우리나라 축산업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이윤이 큰 수입산 가공버터를 판매하지 않고 국내산 천연버터를 판매해 원가부담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일부 수입 버터 사용사의 경우에도 “원료 가격이 1년 만에 63%나 올라 가격인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참치캔 역시 “원재료 값이 그 간 큰 폭으로 인상돼 손실이 컸었지만 가격을 동결해 오다 4년 6개월 만에 이번에 겨우 인상했다”고 했다.

맥도날드 등 외식업체도 “요즘 패스트푸드는 값싸고 질 나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치솟는 국내산 농산물 등 원재료 가격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가격 인상”이라고 한다. 게다가 식재료 값 외에 임대료, 인건비 인상 등 부수적인 물가인상 요인이 음식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 최근 AI, 구제역 발생으로 산란계 수천만 마리를 매몰해 계란, 닭고기 값이 두 배 이상 오르고, 구제역 파동으로 소·돼지 등 가축 살처분에 의한 공급부족으로 결국 가격이 덩달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감시센터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식품·외식업계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서민들이 저성장과 고물가, 이중 고통을 겪고 있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섰다고 한다. 가공식품, 외식업 가격 인상에 제동을 걸어 국가적인 물가 안정과 소비자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일은 정의롭고 찬사 받아야 한다.

하지만 농민, 생산자에겐 관대하고, 산업체에겐 엄격한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다.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채소, 농산물, 수산물 등 식품원재료의 가격 급등은 생산자와 관리당국의 책임인데도 일언반구(一言半句) 언급이 없다. 게다가 지금 농식품부에서 AI, 구제역 보상금으로 천문학적인 국고를 때려 붓고 있는데도 대책과 대응에 대한 아무런 문제 제기나 물가 인상에 대한 책임 추궁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식품산업계가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을 올린 것이 잘 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국내산 원재료 가격이 오르니 가공식품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원가가 싼 수입산을 쓰면 애국심에 불타 또 한 소리 쏘아붙일 것이 뻔하다. 사실 수입 원재료도 국내산보다는 저렴한 편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식품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라 수입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물가인상은 불가피하다. 특히 가격이 치솟고 있는 우리 농산물, 국내산, 로컬푸드, 친환경농산물 등을 사용토록 강요한다면 원가 인상은 더욱 당연한 것이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가? 우리 사회가 특혜와 예외 없는 ‘공정한 사회’로 가자는 때 아닌가? 공정한 사회 구현에 대한 전 국민적 열망이 고조되는 시기에 물가감시센터도 국민 모두, 모든 계층에게 공평한 잣대를 적용하고, 일관성 있는 목소리를 내야 전 국민적 지지와 호응을 얻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공식품 가격 인상만 문제 삼지 말고 원천적인 가격 인상요인인 농정과 생산자도 감시해 국내산 원재료 가격 안정을 통한 궁극적 장바구니 물가 잡기에 기여해 주기를 바란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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