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카스테라’ 대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58>
‘대왕카스테라’ 대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58>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4.03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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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카스테라에 사용되는 원료…문제 안 돼
허위 ‘무첨가 마케팅’이 빌미…과장 방송도 한 몫

지난달 12일 채널A 먹거리X파일에서 ‘대왕 카스텔라 그 촉촉함의 비밀’편이 방영됐다. 내용은 업체들이 카스테라 제조과정에서 버터 대신 많은 양의 식용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왕 카스테라에서 일반 카스테라 대비 5~8배의 지방이 검출됐다고 지적해 논란이 불거졌다. 대만과 한국의 가격이 2배 차이 난다는 보도로 한 차례 위기가 있었고, 계란파동 때도 가격을 1000원 올리며 가까스로 견뎌냈지만 이번 방송으로 해당 업체들은 90% 이상 매출 감소가 이어져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대왕카스테라 매장 폐업 사진들이 올라와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하상도 교수
이번 ‘대왕카스테라 대란’의 본질은 겉으로는 “카스테라를 만드는데, 식용유를 너무 많이 넣어 먹으면 몸에 나쁘니 먹지마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 카스테라에는 밀가루, 우유, 계란만 들어있고,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광고하며 판매한 허위 무첨가마케팅이 빌미였고 핵심이라 생각한다.

해당업체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약속한 홍보 문구와는 달리 다량의 식용유와 많은 첨가물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우롱한 업체의 비양심적 행위가 용서받지 못하게 돼 이 지경에까지 이른 원인이라 본다. 게다가 대왕카스테라와 같은 즉석제조판매 매장에는 ‘영양표시’가 없어 소비자가 그 내용물을 알 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의 발단이다.

‘카스테라(카스텔라, castella)’는 거품을 낸 달걀에 밀가루, 설탕 등을 버무려 구운 양과자를 말한다. 에스파냐의 옛 지방인 ‘카스티야’를 포르투갈어로 읽은 것인데, 그 지역에서 만든 과자를 ‘카스테라’라 불렀던 것이 기원이라 한다.

달걀, 설탕, 밀가루, 소금, 물엿, 꿀 등이 주원료이며 배합량이나 굽기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사실 오리지널 카스테라에는 본래 버터도 식용유도 넣지 않았었다. 유지를 버터로 사용하면 버터스폰지 케이크, 식용유를 사용하면 시폰케이크라고 부른다. 버터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동물성 포화지방, 식용유는 콜레스테롤이 없는 불포화지방이라 버터가 식용유보다 좋다고 할 입장도 아니다.

카스테라 제조에 쓰였던 식용유는 사실 별 문제가 아니며, 카스테라도 아무 죄가 없다. 식용유는 제과·제빵 국가공인자격증 표준 레시피에 있는 성분이고, 실제 밀가루의 약 절반 정도의 양이 들어간다.

후라이드 치킨, 튀김, 빈대떡, 부침개 등 식용유에 담그다시피 만들어 내는 음식은 너무도 많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카스테라에 기름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몰랐다면 이제부터 알면 되고, 주의하면서 덜 사 먹으면 된다. 즉 소비자의 생각만 바꾸면 된다.

그러나 이미 문 닫은 매장의 경제적 손실은 되돌 수가 없고, 의식이 바뀐다고 물릴 수가 없다. 매스컴의 막강한 영향력을 실감한 또 하나의 사례다.

물론 식용유를 넣지 않았다고 하면서 식용유를 넣은 것은 거짓말이고 소비자 기만행위다. 그러나 정상적인 제빵 과정으로 식용유를 넣은 것을 부도덕하다는 의도로 기획해 소비자들을 분노케 한 것은 방송 공정성에 어긋나며, 비난 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사실에 근거했더라도 프레임을 미리 짜고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방송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방송이 연출되고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없는 이야길 거짓으로 한 게 아니라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반면 기업은 ‘속임수 무첨가마케팅’를 했기 때문에 그 책임이 방송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다. 물론 양심적으로 만들어 판매했던 애꿎은 가맹점 점주들은 피해자가 돼 아쉬움이 크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왕카스테라 사건은 “방송사 한탕주의에 희생된 허위 무첨가마케팅의 최후”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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