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糞)은 더 이상 기피의 대상이 아니다
똥(糞)은 더 이상 기피의 대상이 아니다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4.03 0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회장(전북대 명예교수)
사람의 건강은 배에 있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내장에서도 특히 대장의 역할이 중요하며 여기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은 건강유지에 많은 역할을 한다. 우리 장관(소장->항문)의 면적은 400㎡(테니스 코트 장 2개 면적)에 이르고 길이는 약 7m이며, 채식을 주로 하는 동양인의 장이 서양인에 비해 더 길다.

대변 1g에는 약 1000억~1조 마리의 미생물이 존재하고 이 숫자는 인체 세포수의 10배 이상에 달한다. 인체 내 미생물의 무게는 체중의 1~2%를 차지하고 이들 50~60%가 대변에 존재한다. 대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정확한 정보는 아직도 3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존재나 기능을 알지 못하는 미생물이 더 많다.

우리 몸 호흡기관, 피부, 장 등에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은 폭넓게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이라 하는데, 대장에서 생존하고 활동하는 미생물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연구가 건강과 연계돼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에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분해, 영양분 흡수, 약물 대사조절, 면역체계 조절 심지어 뇌와 행동 발달 조절, 감염성 질환 예방 등에 연관이 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으며 비타민 등을 생산하기도 한다.

그동안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장 내 미생물의 분포나 숫자 그리고 균종에 따라 우리 건강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우리 장에는 림프구의 60~70%, 면역시스템의 70%, 1억 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며 뇌 이외 부분의 절반을 차지한다. 대장 자체와 그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여러 기능이 건강과 연관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즉 장내 유익 균이 많은 경우 건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나 유해균이 득세를 하면 면역력 저하, 변비, 설사, 알레르기 유발, 장암 발생 촉진에 관여한다. 비만에도 연관된다는 것이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장암 발생빈도와 깊은 관계가 있는 균종(Fusobacterium nucleatum)이 밝혀지고 있으며 그 외 유해균으로는 클로스트리디움 속, 살모넬라 속 등이 있다. 장내 균총이 유익균으로 구성되면 건강에 문제가 없으나 여러 종류의 유해균이 많은 경우 심각한 건강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장내 미생물 분포는 먹는 음식과 깊은 관계가 있어 미국인, 한국인 등 인종에 따라 장내 미생물의 분포가 크게 차이 난다. 유익균 덩어리인 발효식품을 매일 먹는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국내 연구(식약청, 2011)에 의하면 장수마을 거주자와 도시 거주자의 장내 미생물을 비교한 결과 장수마을 거주자 장내에는 비만과 대장 질환 억제에 관여하는 미생물의 수가 3~5배 많았고 유해균의 숫자는 훨씬 낮았다.

건강한 사람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 종류에 따라 우리 건강이 좌우되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건강인의 대변을 비 건강인의 대장에 이식하는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실제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는 대변 은행을 설치해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보관하고 이를 비 건강인에게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중 미국은 건강검사 후 이상이 없는 사람의 대변을 유료(40달러)로 수집해 비 건강인에 이식했을 경우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특히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CDI)으로 심한 설사와 대장 괴양 등으로 미국에서만 50만 발병에 2만9000명이 사망했고 네덜란드에서도 감염 환자가 3000여 명에 이른다. 이 질병은 항생제 대신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해 90%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변 은행은 없으나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의학, 식품, 생리학 등 관련 분야 간 통합 연구가 수행돼야 할 것이다.

미생물 특성상 식이조절로 장내 미생물 분포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육식을 최소화하고 채식위주로 식단을 구성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익균들이 장내에서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이 고가로 팔리고 이를 이용, 만성병을 치료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 대장을 잘 다스려 100세 건강시대를 열어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