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글리포세이트’ 2군 발암물질 지정에 대한 의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62>
농약 ‘글리포세이트’ 2군 발암물질 지정에 대한 의견-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62>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5.0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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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암연구소 ‘위해 인자’ 확인에만 초점
붉은 고기 발암물질 지정…큰 의미 없어

지난 2015년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농약 ‘글리포세이트’를 2군 발암물질(Group 2A), 즉 인체발암추정물질로 발표했다. 이후 2년여 동안 수많은 나라에서 재검토한 결과 다른 농약과 마찬가지로 지침대로만 사용하면 인체에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몬산토 제품안전성센터 수석 독성학자 킴벌리 호지벨(Kimberly Hodge-Bell) 박사는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볼 때 IARC의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평가는 아웃라이어(Outlier), 즉 보편적인 생각이 아닌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상도 교수
‘글리포세이트’는 식물체 뿌리에 흡수돼 영양성분과 생합성 작용을 하는 특정 효소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잡초의 영양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말라죽게 하는 농약이다.

1987년부터 2016년까지 40년 동안 글로벌 기준에 따라 급성, 유전, 발암성, 면역, 번식, 산화적 스트레스 등 6가지 독성자료에 근거해 평가돼 왔고 미국, EU, 일본, 캐나다, 호주·뉴질랜드, 우리나라까지도 “지침대로 사용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국제보건기구(WHO)는 글리포세이트에 대해 ‘확실히 안전하다’고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WHO 산하 4개 기관 중 ‘농약잔류평가위원회’(JMPR, Joint FAO/WHO Meeting on Pesticide Residues)와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on Research for Cancer)의 의견이 상충되기 때문이다.

JMPR과 IARC 모두 WHO 산하기관임에도 ‘글리포세이트’ 안전성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는 이유는 각 기관별 문제의 접근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IARC는 마치 담배, 가공육, 술, 햇빛, 미세먼지 등으로부터 암을 유발하는 유해성분을 확인하는 방식처럼 ‘글리포세이트’에서 파생되는 물질인 위해인자(Hazards)의 확인에만 초점을 두는 반면 JMPR은 위해인자(Hazard)를 인식하면서도 확률적 개념의 위해성(Risk)과 노출량(Exposure)을 함께 검토하는 과학적 ‘위해성평가(Risk assessment)’ 기법을 따랐기 때문이다. 미 환경청(EPA) 또한 ‘글리포세이트’를 위해인자(Hazard)라고 발표하지 않았다.

IARC는 모든 위험을 소비자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된다. 음식에서 위해인자(Hazard)가 나왔다고 하면 난리법석인 것과 같은 상황인데, 위해성(Risk)을 따지지 않고 위해인자(Hazard)의 존재만을 보고 걱정해서 그렇다고 본다.

사실 위해인자(Hazard)는 독성을 갖고 있는 물질 그 자체다. 바이러스나 병원성세균, 농약, 중금속, 곰팡이독 등의 화학물질이 해당된다. 식품 중 위해인자는 존재 자체를 규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허용량을 정해 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위해인자는 존재 자체만으로는 해가 되지 않으며, 사람에게 섭취돼야만 독성을 내기 시작한다. 위해인자의 섭취량이 늘어남에 따라 위해성의 확률이 커진다는 개념인데,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정도의 미량의 위해요소가 인체에 섭취된 경우는 그 위해성을 무시하고 안전하다고 간주하자는 것이다.

만약 위해성평가 개념 없이 “식품 중 위해인자가 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사람이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집한다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하나도 없다.

농약잔류평가위원회 위해성 평가와 의견 상충
둘 다 산하 기관…WHO “확실히 안전” 발표 못해
  

국제보건기구(WHO)와 같은 공인기관에서 위해성평가 없이 양과 섭취방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위해요소(hazard) 존재 여부만으로 ‘좋다 나쁘다 안전하다 위험하다’로 소비자 판단을 왜곡시킬 극단적 발표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육류, 첨가물 등 모든 사람이 먹는 음식은 좋은 면과 나쁜 양면이 있어 소모적인 ‘안전성 문제’ 제기를 떠나 건강영향을 알려주는 ‘표시에 기반 한 선택의 문제’로 바뀌어야 한다.

IARC는 현재 약 1000개 가까운 물질에 대해 5개 그룹(group 1·2A·2B·3·4군)으로 발암성 등급을 정해 놓고 있다. 일반인들은 2군이나 3군에 비해 ‘1군 발암물질’을 더 무섭고 심각한 발암성 물질이라 생각하는데, 사실은 1, 2, 3군별 차이는 발암의 절대적 심각도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동물과 사람 역학조사 자료가 충분한 경우 1군’ ‘동물실험 자료는 있으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일 경우 2군’ ‘사람과 동물자료 둘 다 불충분한 경우 3군’으로 분류한다.

IARC는 지난 1990년 커피가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군 발암물질(group 2B)’로 분류하다 올해는 커피 관련 20여 종의 각종 암 유발가능성에 관한 증거가 전반적으로 불충분하다며 25년 만에 발암물질 목록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또한 2015년 10월에는 소시지, 햄, 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2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호지벨 박사도 IARC 발암물질 등급 분류가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IARC의 글리포세이트의 ‘2군 발암물질’ 지정에 큰 가치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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