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사료 수입국서 ‘GMO 완전 표시제’ 소가 웃을 일
식량·사료 수입국서 ‘GMO 완전 표시제’ 소가 웃을 일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7.0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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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없는 의무적 표시’ 알권리에 설득력 지녀 국민 솔깃
‘표시제’ 관련 경규항 세종대 명예교수 문제점 기고

△경규항 세종대 명예교수
‘GMO 완전표시제’ 도입 주장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완전 표시제라 함은 GMO 활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인데, 모든 GMO 식품의 예외없는 의무적 표시 주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 GMO 표시규정에 따르면 GMO를 원재료로 썼으면 의무적으로 표시하되, GMO를 썼더라도 최종제품에 DNA/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으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택권을 주고 있다.

제조과정에서 DNA/단백질이 분해되거나 제거되는 식용유, 전분당, 간장 등이 대표적인 GMO 의무 표시 면제대상 품목이다. 하지만 이들 품목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 GMO 완전표시제 주장의 근간이다.

이유야 어떻든 식품을 생산할 때 GMO를 썼으면 썼다고 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여 GMO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반 국민들도 대체로 GMO 의무 표시 확대 주장에 동조하는 편이다.

이에 반해 중립 위치에 있는 농업생명과학 또는 식품 관련분야 연구원이나 대학교수 그리고 특정한 이해관계에 있는 식품 제조회사 담당자들은 표시범위를 확대하면 식품가격이 상승하고 우리나라 식품 가공 산업체들이 불리한 입장에 처한다는 논리로 반대 입장에 있지만 표시범위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원칙 논리에 역부족인 듯 싶다. .

우리나라 반GMO 활동가들이 바람직한 GMO표시제도로 언급하는 것이 유럽연합(EU)의 제도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처음 GMO표시제를 도입했고 기준도 가장 엄격하다.

EU에선 GMO를 가지고 만든 식품은 물론 사료까지 표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GMO 사료를 먹여 기른 가축의 고기·고기가공품, 우유·유가공품 등에는 GMO 표시를 면제시켜 주고 있다. GMO 이용의 확산을 반대하는 EU 사람들이 취한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렵고, GMO 완전표시제하고는 거리가 멀다.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EU의 GMO 표시제도보다 더 완벽한 것을 기대하고 있다. 완전표시제라고 할 수 있으려면 DNA/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식품은 물론 사료에도 표시하고 GMO 사료를 먹여 생산한 축산·낙농·양계 생산물에도 모두 표시해야 한다.

표시제 이면에 미국과 경쟁하는 EU의 무역정책 작용 간과
‘GMO 완전 표시제’ 유럽도 시행 못하는 지구상에 없는 제도 

우리나라가 식용으로 수입하는 GMO 옥수수와 콩은 연간 210만 톤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료용 GMO 옥수수와 콩의 수입량은 5배인 1000만 톤 가까이 된다.

예외없는 GMO 완전표시를 성취하려면 사료와 그 생산물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가축용 배합사료의 양은 연간 1900만 톤 정도이다. 그 배합사료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GMO 옥수수, 콩깻묵, 면실박 등이 1000만 톤 정도이므로 우리나라 가축용 배합사료는 평균 잡아 원료의 절반 이상이 GMO이다.

GMO 가축사료와 그것을 먹여 생산한 제품에도 의무적으로 표시를 해야만 GMO 완전표시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11월 경실련 보도자료에 의하면 한 국회의원은 ‘예외없는 GMO표시제 찬성’이라고 특기돼 있다. 완전하기 위해서는 예외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 국회의원은 자신이 직접 소를 기르는 축산경영인이며, 농민을 대변하는 비례대표로 ‘예외없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있다. 그 의원은 소에게 여물을 먹인다고 했으므로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면 이득이 될 것이다.

상업적으로 축산업을 하려면 사료로 곡식(주로 잡곡)을 먹여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곡물자급률이 30% 남짓이다. 사람이 먹을 것도 부족해 수입해야 하는 판에 가축에게까지 먹일 국내산 사료곡물은 없다.

그래서 국내 사료생산자들은 구하기 쉽고 가격이 저렴한 GMO 농산물(옥수수, 콩깻묵 등)을 수입해 배합사료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때문에 축산·낙농·양계업자들은 수입 GMO 농산물이 들어있는 사료를 먹일 수밖에 없다.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EU도 그렇게 한다.

사료와 축산·낙농·양계 생산물과 가공식품까지 GMO표시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GMO 완전표시제라는 용어는 타당하지 않다.

사료와 축산·낙농·양계 생산물과 가공품에 GMO 의무 표시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이는 예외없는 GMO 완전표시제에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예외를 인정하는 예외없는 GMO 완전표시제’가 될 공산이 매우 크며, 동시에 GMO 완전표시제 주장이 자가당착에 빠질 위험성 또한 크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예외없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이 우리나라 국가나 국민 누구에게 어떤 이득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해봐야 한다. GMO 완전표시제의 도입 주장은 국가와 국민의 부담만을 늘려주는 발상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EU는 소비자 알권리 보장을 위해 GMO 표시제를 도입한다고 규정에 언급했다. EU가 GMO 표시제 등을 서둘러 도입한 데에는 다음과 같다.

1997년 당시 미국은 EU 농산물 수출의 최대 경쟁국이었다. 1996년부터 상업적재배가 시작된 미국의 저렴한 GMO 농산물과의 수출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를 극복하기 위해 EU는 전략적인 정책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표시를 통한 GMO 진입 장벽 구축과 함께 GMO에 대한 소란을 키워 대내외적으로 GMO 농산물 소비위축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자국에 유리한 교역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표시제도를 포함한 모든 국가정책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추구가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EU가 어떤 이익추구를 위해 축산·낙농·양계 생산물에 GMO 표시 면제 정책을 세웠는지 EU의 주요 농산물 수출현황을 알아보고자 한다. EU는 치즈(연간 70만 톤), 액체우유(66만 톤), 비지방건조우유(76만 톤), 돼지고기(260만 톤)가 세계 수출량 1위 품목이다. 그 외에 버터(21만 톤)와 전지분유(40만 톤)는 세계 수출 2위 품목이며, 닭고기(118만 톤) 수출은 세계 3위이다. 우리나라도 EU에서 여러 가지 고급 치즈를 포함하는 낙농제품과 돼지고기 등을 수입해 먹는다.

EU는 축산·낙농·양계 제품에 왜 GMO 표시면제를 했는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치즈, 돼지고기와 닭고기에 GMO 표시가 돼 있으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사먹지 않아 수출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EU는 약 1200만 톤의 GMO 옥수수와 약 2200만 톤의 GMO 콩깻묵을 수입해 가축 사료로 쓴다. 가격이 저렴한 GMO를 수입해서 가축을 기른 뒤 고기나 우유 그 가공품에는 GMO 표시를 면제해 자국에서 소비하고 남는 것은 외국에 수출한다.

이 전략은 EU 내 누구에게도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축산·낙농·양계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에게는 이익을 보장해준다. EU는 GMO 확산을 경계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배척과는 다르다.

■ 우리나라 GMO 완전표시제 주장 배경

GMO 완전표시제 주장의 근간은 제품에서 재조합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GMO 원료를 사용했으면 GMO표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은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 법에 GMO는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돼 있으니까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은 편법일 수 있으므로 원칙적인 면에서의 주장일 수 있고, 식용유나 전분당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대기업들이니까 미운 대기업 좀 혼내주자는 의도일 수도 있다.

주장과 상관없이 GMO 노이즈를 발생시키면 유기농식품 판매에 이익이 될 수 있으니까 그 사업에 관계되는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할 수 있고, GMO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다국적 기업의 종자주도권 독점의 문제점 지적 및 인체안전성과 환경 안전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도입 시 시나리오①]

국제 곡물 시장서 non-GMO 가격 예상 외 급등 가능성
국내 시장 꿰뚫어본 곡물 메이저 가격 조작에 놀아날 수도
식용유 가격 30~50% 올라…가공식품으로 전반적 파급
기업보다 소비자 부담…있는 사람만 non-GMO 먹는다면?  
 

■ GMO 완전표시제가 식용유 등 식품산업체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우리나라에서 GMO로 생산되는 식용유의 대표적인 것이 콩기름이다. 생산량이 연간 약 45만 톤에 달하며, 이중 20만톤 정도는 GMO 콩을 수입해서 기름을 국내에서 짜는 것이고, 나머지는 외국에서 비정제 콩기름을 수입해 정제해서 상품화한다.

기타 GMO 기름으로는 옥수수기름, 카놀라기름과 약간의 면실유 등이 있는데, 그 물량은 합쳐도 콩기름의 25%(약 11만 톤)정도다.

가격은 콩기름이 가장 저렴하며, 옥수수기름이 그보다 약 15% 비싸고, 유채기름은 대략 50% 정도 비싸다. 만약 식용유 원료를 GMO 콩에서 non-GMO 콩으로 바꾼다면 원료 가격은 30~5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돼 식용유도 GMO 표시대상이 된다면 생산업체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식용유제품에 GMO표시를 하던지, non-GMO 원료를 사다 non-GMO 제품을 생산하던지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GMO표시 상품 생산은 의사결정권자들이 매우 꺼리는 결정이다. 반GMO 단체들의 공격에 시달릴 것이 예상되며, 다른 제품까지 불매운동 등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택은 다른 하나가 남는다. 즉 non-GMO 원료를 수입해 non-GMO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식용유 생산량이 많지 않고 골머리를 앓기 싫은 소규모 식용유 회사는 생산 중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 결과 식용유 사업을 유지해야만 하는 대규모 생산회사들만 남게 될 것이고 독점은 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GMO 완전표시제 도입이 결정됐다 가정하고, 생산회사들이 non-GMO 식용유 생산을 결정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구하기 어려운 non-GMO 농산물이 국제 농산물시장에서 더 귀한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국제 상인들은 우리나라 가공업체들의 non-GMO 농산물 구입의 다급성을 우리나라 국민들보다 먼저 꿰뚫고 있을 것이고, non-GMO 가격은 현재 예상하는 가격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될 공산이 크다.

non-GMO 식용유 원료(콩, 옥수수, 유채, 면실) 가격이 올라가면 식용유 생산회사는 그에 맞는 마진을 확보하고 판매가격을 정할 것이다. 다시 말해 손해보고 장사할 수 없으니 상품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참고로 식용유와 전분당에 GMO 완전 표시가 의무화되고 GMO 식용유 소비 일부가 GMO가 없는 올리브오일, 포도씨기름 등으로 옮겨간다고 해도 식용유 회사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그러한 식용유도 현재 식용유 생산회사들이 수입 판매하기 때문이다.

식용유의 GMO 표시에 대해 식용유 생산회사들이 어떤 방법으로 대처를 하더라도 그 결과는 하나로 귀결된다. 가공식품의 가격만 올라갈 뿐 식용유 회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게다가 올리브오일의 판매호조는 바로 EU가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연간 올리브오일 수출이 세계 1위인 EU의 수출량은 60만 톤이 넘는데, GMO 노이즈가 크면 클수록 EU 올리브유는 귀한 몸이 된다.

지금도 올리브유의 가격은 콩기름의 4배 이상에 달한다. 포도씨기름은 통계가 잡히지 않을 만큼 적은 물량이지만 그것도 같이 더 귀한 몸이 될 것이다. EU가 좋아할 일이다.

아마도 식용유 회사들은 GMO 완전표시제와 관련, 걱정할 일도 없고 상황에 따라 느긋하게 대처만 하면 될 것이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긴장하거나 겁에 질려 있지 않을 것이다. 물량이 많은 것 같지만 현재 상황에 견줘 GMO 식용유(콩기름, 옥수수기름, 유채기름, 면실유)를 모두 합산해도 60만 톤 미만이다.

단순하게 콩으로 따지면 원료 콩 300만 톤이면 짜낼 수 있는 기름일 뿐이다. EU가 자국 권역에서 소비하고 남아 한 해에 수출하는 올리브오일 한 아이템의 수출량(62만 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non-GMO 원료 수급면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 만한 정도의 물량 공급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 GMO 완전표시제가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됐다고 가정했을 때 식품가공회사들은 GMO 제품을 생산해 표시하는 대신 non-GMO 원료를 사용해 제품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돼 식용유 회사들이 non-GMO 식용유를 공급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소비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식용유 회사들은 값이 싸지만 골치가 아픈 GMO 식용유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싼 non-GMO 식용유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식용유 가격이 올라 가정에서 튀김 등 소비량을 줄여 가계지출의 상승을 최소화할 수는 있겠지만 식용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의 전반적인 가격상승이 직접적으로 소비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소비량을 줄여야 하며 가공식품에 비싼 값을 치르는 고통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될 것이다.

[도입 시 시나리오②]

GMO 사료 먹인 우유·육류 등에 ‘GMO 표시’ 여부 과제
‘무표시 외국산 제품’ 국내 시장 잠식에 눈뜨고 당할 수도
AI·구제역 등 재해 겹치면…낙농 강국엔 더없이 좋은 일
유기농산물 등 가격 더 올려야 해…판매 유리하지만 않아   
 

■ GMO 완전표시제가 축산·낙농·양계 등 업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EU는 축산·낙농·양계 생산 가공품에 GMO표시를 면제해서 자국(권역) 내 판매 및 수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non-GMO 사료를 100% 충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축산·낙농·양계 가공품에 GMO 표시의무를 부과하면 축산농민 생산 활동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가 세금 수입도 줄어들 것이다.

non-GMO 농산물로 사람의 식량문제는 거의 해결하고 품목도 많은 EU도 사료용 non-GMO 농산물 100% 공급은 불가능하며, EU 배합사료 생산량 1억5000만 톤의 약 20%가 GMO(옥수수와 콩깻묵 약 3000만 톤 이상)다.

즉 EU와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가축과 가금용 non-GMO 사료원료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부족분은 어쩔 수 없이 GMO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자체 사료작물의 생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총 배합사료 생산량 약 1900만톤(2015년 기준) 가운데 GMO는 옥수수가 800여 만톤, 콩깻묵이 200여 만톤(수입 120여 만톤과 국내 식용유 생산하고 남는 것 80여 만톤)으로 총 1000만톤 정도이므로 우리나라 배합사료의 55.5%(1000만 톤/1900만 톤)는 GMO다.

나머지 45%는 GMO가 없는 보리, 귀리, 밀 등이 대부분이지만 이 역시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한 것이다. 2000만 톤이나 되는 수입 농산물 사료로 소, 돼지 등 가축과 닭, 오리 등 가금류를 길러 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모자라 고기를 수입해 먹고 있는 실정이다.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하게 되면 GMO사료를 먹여 생산한 축산·낙농·양계 가공품의 GMO 표시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국산 소고기, 돼지고기, 우유, 요구르트, 달걀과 그것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식품에 GMO표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고기나 유제품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가 아니다. GMO표시가 되지 않은 EU,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제품이 우리나라 제품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EU, 호주, 뉴질랜드산 고기와 유제품이 우리나라에 진출해 톡톡히 재미를 볼 것이 예상된다.

반대로 우리나라 축산농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때만 되면 거의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AI나 구제역 같은 재해도 문제인데, 여기에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해 나타나는 인위적 재앙까지 대처해야 한다.

EU도 GMO사료 없이는 축산·낙농·양계업을 꾸려갈 수 없다. EU 일부 국가 중에서는 non-GMO 사료를 먹였더라도 GMO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한 사료 첨가제(비타민이나 아미노산)를 먹인 축산제품에 non-GMO 표시를 허락하는 것조차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물며 GMO 사료를 먹여 생산한 제품은 두말할 것 없다.

■ GMO 완전표시제가 유기농산물 판매업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돼 식품마다 GMO표시가 붙어 있으면 유기농산물 생산 및 유통업자들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GMO 완전표시제가 도입되면 시장에 있는 많은 가공식품이 GMO표시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를 점치는 사람들이 있다.

GMO 완전표시제 도입의 결과 식품회사들이 GMO 상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GMO표시 식품이 없어지고, EU처럼 non-GMO 제품만 생산된다는 예상이다.

그러면 유기농산물·식품의 상대적인 차별성을 주장할 근거가 약해져 결과적으로 홍보와 판매에 네거티브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non-GMO 일반 식품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유기농산물의 가격을 더 올려 차별화해야 하는 난제가 동시에 존재한다.

■ 대한민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우리나라는 GMO 수입량이 많은 국가이다. 수입량이 많은 것이 잘못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필요한 데도 수입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수입하는 것은 그 양이 적든 많든 잘못된 것이 아니다.

GMO를 조금 수입하는 나라나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서는 어떠한 GMO 제도를 선택하든 GMO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어떠하든 국가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많은 양을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에서 GMO 수입이 큰 문제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이유를 따지기 전에 좋은 일은 아니다.

당장 GMO를 수입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GMO표시가 없는 식용유 가격은 오를 것이고, GMO표시가 없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우유 그리고 이것을 가지고 만든 가공식품은 부자가 아니고는 구경도 못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를 이상하게 바라볼 수 있다. 식량과 사료용으로 많은 GMO를 수입하는 나라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구상 아무데도 없는 완전표시제를 도입하려 하는지 그 의도를 몰라 의아해할 것이다. 국제적 웃음꺼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 제언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시민·소비자단체와 정치인들이라고 하더라도 GMO 사료를 사용한 축산·낙농·양계 가공품에 GMO표시를 의무화하자는 뜻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 시행되는 식약처 GMO 표시기준대로 DNA 검출이 가능하면 의무적으로 GMO표시하고 식용유, 전분당, 육류, 우유, 달걀처럼 DNA 검출이 불가능하면 GMO표시를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고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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