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 사전 관리 ‘푸드 플랜’이 대안
식품안전 사전 관리 ‘푸드 플랜’이 대안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6.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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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공식품 급식 등 생산서 소비까지 최적 먹거리 제공

단속과 처벌에 의한 식품 안전관리는 ‘사후약방문’으로, 근본적인 안전 문제의 원인 제거가 어려워 생산부터 사전예방을 위한 국가 차원 ‘종합먹거리전략(푸드플랜)’ 수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부처별 산재돼 있는 식품 정책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식품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소비자 관점에서 총괄 조정·관리해 정책간 정합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와 관련 업계 주목을 끌고 있다.

△최지현 선임연구위원
2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안전, 안심 먹거리를 위한 새 정부 정책과제’에서 최지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식품 정책간 높은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개별 부처간 협조 및 조정이 미흡해 종합적 성과 창출에 한계를 가져왔다”며 “개별부처 노력만으로는 정책효과를 높이기 힘든 만큼 먹을거리에 대한 통합적 관점에서 국가 푸드플랜 수립과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식약처, 해수부, 교육부, 복지부 등 다부처에서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식품 정책은 생물안보(Biosecurity), 식량공급, 식품안전, 식품영양 등 정책 연계면에서 미흡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급식에서는 ‘최저가 입찰’ 도입으로 좋은 식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취약계층 영양지원 사업에는 지역 식재료와 무관하게 제공되고 있다. 또한 나트륨 및 당류 저감화는 영양 관점에서만 접근해 김치 등 전통식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으며, 김치 공장 HACCP 의무화는 영세업체 애로사항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기존 먹을거리 정책은 개별 소비자가 식품 선택과 영양 섭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가 정책 밑바탕에 존재해 국민 건강 유지 및 증대에 매우 중요한 식품 안전성 및 식생활 정책이 소극적이고 단편적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선진국에선 식품 생산·안전·영양·공급·환경·산업 부문의 높은 연관성을 강조해 기업들의 높은 참여와 소비자들의 큰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농산물, 가공식품 등 생산, 공공급식분야 및 친환경 로컬푸드 등 공급, 식생활 교육과 한식 등 소비분야를 전범위적으로 통합해 최적의 먹을거리 정책을 마련하는데 중점을 둬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최 선임연구원은 “국민 먹을거리 만족도 제고, 먹을거리 관련 사회적 비용 최소화, 우리 농식품의 생산-소비 연계 활성화로 설정하고 민-관, 관-관 협치를 전제로 개별 주제 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사전 조정·사후 평가를 통해 정책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민관이 합동으로 참여하는 ‘(가칭)국가식품정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식품관련 이슈와 정책 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계임 선임연구위원
이계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 영향 불균형 심화, 잘못된 식습관 확대 등으로 국가가 국민 건강식생활과 최적 영양공급을 보장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산재돼 있는 부처별 정책이 일부 영역에 국한돼 단절·중복 추진하고 있어 식품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간 역할 분담이 어려워 업무가 중복되는 등 효율적인 추진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농식품부에서 식품의 안정적 공급을 정책목표로 우수 식재료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관련 사업이 부족하고 타 부처 또는 지자체나 민간에서 시행 중인 식품 관련 지원사업이 대부분 농식품부 식품 정책과 관련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실제 농경연에서 전국 20대~70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서 농식품부가 식품정책대상으로 관리해야 할 범위에 대해 응답자의 39.7%가 ‘생산+유통+소비+식생활 이후 단계’까지를 적절한 관리 범위로 응답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새 정부에서는 ‘국민이 안심하는 건강 식생활 보장’이라는 비전 아래 △국민먹을거리 보장 △건강식문화 환경 조성 △지속가능한 농식품 소비체계 구축을 3대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균형잡힌 영양 공급 △식품 안전성 보장 △전 국민 식품접근성 확보 △식품 이용성 강화 △바른 식생활 확립을 소비부문 5대 과제로 제시했다.

김창길 원장 “농식품부 중심 체계적 시스템 시급”
국가식품정책위 설치 핵심사업·추진체계 등 논의를
건강 식문화 조성 영양 공급·안전성 보장 등 제언  

△토론에서 업계, 소비자, 정부 등 관계자들은 식품 정책의 실효성 제고와 푸드플랜 수립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종안 지역농업네트워크 전무는 “푸드플랜은 농업계 내부만의 시각, 기존 농정의 시작으로 접근해서는 오히려 소비자로부터 농업계가 공격받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며 “농의 가치를 전 국민에게 홍보하고, 먹을거리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요한 시도임을 인식시키도록 하는 것이 푸드플랜 성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무는 농정의 시스템을 바꾸는 푸드플랜은 1~2개 부서에서 하나의 사업으로 접근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농정의 틀과 인식을 전환시킨다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만큼 농식품부는 단기적으로 TF를 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조직개편과 농정기관의 기능재편까지 포함해 농정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혜경 호서대 교수는 먹을거리는 개인의 위생과 안전뿐 아니라 국가의 식량보장을 담보하고 있지만 현 국가영역의 식량보장을 책임지는 식품지원제도 및 식생활관리 등은 여전히 개선점이 많고 취약해 정책이 제대로 수행돼야 국가가 건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외식·한식 정책의 경우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식품기업과 농민, 개인의 구분이 모호하기 쉽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 올바른 지원과 정책을 통해 농식품의 대국민 먹을거리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두봉 고려대 교수는 국가푸드시스템을 네 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식품공급역량 향상 및 기후변화에 따른 식품공급체계 강화는 물론 이력제·시설현대화 등 생산·유통관리와 위생·안전관리를 통합함으로써 사전 예방적 관리가 이뤄져야 식품의 안전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식품영양 및 식생활 개선이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체인 구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한 교수는 “현재 국가푸드시스템은 농식품부를 비롯해 식약처, 교육부, 복지부, 환경부 등 다양한 부처의 업무가 포함돼 있지만 최근 AI 사태와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부처간 유기적인 대응이 미흡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국가푸드시스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범부처적 국가식품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목표별로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황영모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은 “푸드플랜은 현재 먹을거리 문제를 야기한 전통적 푸드시스템에 대한 반성을 통해 ‘건강한 먹을거리, 지역생산·지역소비, 먹을거리 존엄성, 환경·자연의 배려’ 등 가치가 지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문제와 정책적 영역을 구분해 푸드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핵심이슈를 정리하고 푸드플랜의 ‘정책가치, 정책영역, 핵심사업, 추진체계’ 등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

황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산자-소비자를 중심으로 먹을거리를 진단하고, 지금까지 방식인 농업·농촌·식품 영역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며 “먹을거리를 둘러싼 영역과 정책부서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상위 법률을 제정하고, 안전하면서도 안심하는 국민 먹을거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장은 “현재 소비 특징은 먹을거리에 가치를 부여하고, 형평성 욕구가 강해졌으며, 기후변화 등 문제에 따른 지속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부응을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는 현재 각 부처간 연계가 미흡해 제도 활용을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각 부처간 업무를 접목시켜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길 원장
그는 “이를 위해서는 푸드플랜의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 첫 단계부터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 농식품부가 주도해 푸드플랜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올 하반기 TF를 구성, 구체적인 운영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창길 농경연 원장은 “먹을거리 복지는 양적·질적 측면에서 살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푸드플랜이 반드시 수립돼야 한다”며 “원재료 생산을 담당하는 농식품부 및 농업계를 비롯해 국민 건강을 담당하는 복지부, 공공급식을 담당하는 교육부 등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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