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라면’사건의 발단과 대책에 대한 논평-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1>
GMO라면’사건의 발단과 대책에 대한 논평-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1>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7.10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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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등 비의도적 혼입 비율 나라마다 달라
국내 ‘3% 미만’ 표시 의무 없어 문제 안 돼
Non-GMO로 식량 자급하는 EU 등만 표시 엄격

지난달 13일 MBC PD수첩은 ‘GMO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방송에서 시중 유통되는 상위 10개사 라면제품을 시험한 결과 2개사 5개 제품에서 GMO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30일 식약처는 논란이 됐던 ‘GMO라면’ 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라면의 주원료인 밀과 밀가루 총 82건 중 17건에서 ‘GMO(유전자변형작물) 콩(대두)과 옥수수’가 오염돼 논란이 됐지만 평균 0.1% 수준(최고 0.39∼최저 0.02%)의 미량이었다고 한다. 미국산 밀과 밀가루가 원인이었고, 호주산과 캐나다산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국내법 상 3% 이내 비의도적 혼입은 표시할 의무가 없으므로 라면에 ‘GMO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알고 했던, 모르고 했던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상도 교수
GMO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57개국에서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 그 중 밀은 전 세계적으로 허용된 GMO가 없으므로 라면의 주원료인 밀과 밀가루 자체는 GMO 논의 대상이 아니다.

식약처는 밀에 혼입된 ‘GMO 콩과 옥수수’에 대해 운반 선박 등 운송과정에서 섞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 대책으로 향후 미국산 밀 수입업체에 대한 철저한 원료관리와 미국산 밀 수입 시 콩과 옥수수 혼입여부에 대한 확인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류는 GMO를 통해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전 세계 곡물 수확량의 절반이 경작이나 저장과정에서 해충의 공격이나 감염으로 사라지고 있어 해충, 잡초,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향상시킨 GMO를 개발해 온 것이다.

1996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는데 작물별로는 콩(50%), 옥수수(31%), 면화(14%), 카놀라(유채)(5%) 등 4개 작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45%) 브라질(17%) 아르헨티나(15%) 인도(6%) 캐나다(6%) 중국(2%) 순으로 주요 6개국이 전 세계 생산량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콩,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알팔파’ 6개 농산물만을 GMO로 허용하고 있는데, 식용 또는 가축사료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콩과 옥수수’가 주된 논란거리다.

이번 ‘GMO라면’사건으로 일각에서는 GMO 작물의 ‘비의도적 혼입허용치’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만과 같이 GMO 작물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경우 3% 이내까지는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통관 및 판매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0.9% 이내, 호주·뉴질랜드는 1% 이내, 일본은 5% 이내로 허용하고 있다.

작년 1월 15일 보도된 ‘터키에서 수입 거부당한 S라면’ 뉴스가 있었다. S식품의 수출용 라면에 GMO 대두와 옥수수가 사용됐으나 표시하지 않아 일어났던 사건이다. 터키는 GMO로부터 자국의 농업을 지키기 위해 식용 GMO작물의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모든 EU 국가와 마찬가지로 GMO를 원재료로 사용 시 예외 없이 표시해야 한다.

사실 터키나 EU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이들 나라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Non-GMO만으로도 충분히 식량 자급이 가능하며 오히려 수출하는 나라다. 일종의 로컬푸드인 EU에서 생산되는 식량 자원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가 있어 미국이나 남미에서 주로 수입되는 GMO를 굳이 사먹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국제무역질서상 GMO를 사용해 원가를 낮춘 가공식품을 수입해야만 하는데, 이 경우 엄격한 표시제도를 통해 수입과 소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식품교역에 관련된 국가별 식품안전 규제는 국가별 이익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 안전 명분 EU처럼 혼입치 강화 요구
곡물 자급률 20%에 그치는 우리 실정에 안맞아
국민 건강·산업·국가이익 고려한 전략적 선택 필요 

이렇듯 전 세계는 사실상 ‘GMO식량전쟁’ 중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GMO 국가와 EU를 중심으로 한 Non-GMO를 주로 생산·판매하는 나라들과의 전쟁인 것이다. 미국은 GMO표시제도 자체가 없고 EU는 0.9%로 비의도적 오염을 거의 허용치 않는데, 미량이라도 검출되거나 혹 표시라도 하지 않으면 수입금지, 리콜 등 가차 없이 응징한다. 즉 EU는 지속적으로 GMO를 흠집 내면서 Non-GMO의 가치를 올리고자 한다.

글로벌 식품교역의 표시제도는 국가간 이익이 걸려있어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명분으로 이렇게 주장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GMO 완전표시제’는 당연히 좋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다르다. 국민의 건강과 아울러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국가 전체적 이익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표시제도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도 타이밍 맞게 말이다. 비의도적 혼입허용치를 EU수준으로 조정하는 일은 곡물자급률이 20%선에 불과해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실정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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