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식품 독성’ 과잉 반응 정신 건강에 안 좋아
[기고]‘식품 독성’ 과잉 반응 정신 건강에 안 좋아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7.10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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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회장(한국식품산업포럼·전북대 명예교수)
모든 식품에는 독성물질이 있다.

매일 먹고 있는 식품 중 유해물질이나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식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항상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문제를 너무 염려하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 국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먹고 있는 식품은 근본적으로 100여 개의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자들이 모여 만든 화학물질 덩어리라는 것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화학물질이라는 것에 거부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사과에도 300여 개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나아가 이 우주의 모든 물질은 원자들이 모인 화학물질이 아닌 것이 없다. 우리의 몸도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생명체다.

식품의 주성분, 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그리고 비타민이나 무기질도 모두가 화학물질이다. 이들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여러 기능의 생리작용을 해 생명을 유지한다. 개별 원자들이 모여 만든 수많은 물질들은 우리 인체에 유익하게 쓰이는가 하면 독성을 일으켜 해를 끼치기도 한다.

문제는 유익하지 못한 독성물질들이 점차 많아지고, 새롭게 생기며, 몰랐던 것을 과학이 발전하면서 알아내고 있다. 자연에서 수렵, 채집하며 살았던 원시시대부터 인류는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경험으로 구분할 줄 알았다. 농경과 가축 시대가 되면서 지혜가 발달하고 과학 기술 진보에 따라 인간들은 먹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오랫동안 농, 축, 수산물 등 천연물을 그대로 먹을 때는 그 자체로서 안전성만을 알면 됐지만 이들을 조리 등 열처리하고 여러 가공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고 저장하면서 유해 미생물이 증식하거나 다른 물질이 합성돼 위해를 끼치기도 한다.

자연에는 인간이나 동물에게 독성을 주는 물질이 많이 존재한다. 자기 종족 보존을 위해 은행이나 매실에는 극독성물질인 시안 화합물이 있고, 복어 독은 너무 잘 알려진 극독물이다. 많은 식물의 씨나 잎, 꽃 등에도 독성물질이 존재하며 심지어 우리가 매일 먹는 채소류에도 자신을 공격하는 병충해를 막기 위해 일정량의 독성물질을 만든다.

모든 식품 화학물질로 구성…독성물질도 포함
위험과 이익 균형이 중요…독성학, ADI 등 설정
간장 등 발효 식품 에틸카바메이트도 무시할 수준  

그렇다면 이러한 독성물질이 들어있는 식재료를 먹고도 우리는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 인류가 지구에 나타난 250만년 이래 우리 몸의 유전자는 정상적인 수준에서 이들 독성물질을 견디고 이겨내도록 진화해 왔다.

우리가 즐기는 커피 속 카페인은 10g 정도가 치사량이다. 이 양을 먹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원두커피 70잔을 먹어야 한다. 1~2잔은 무해하다. 즉 모든 독성물질은 존재유무가 아니라 일시에 섭취하는 양에 따라 독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전혀 영향이 없기도 한다. 우리 과학 기술은 이 분야에 많은 연구를 통해 독성 물질의 종류와 섭취 허용수준을 밝혀내고 있다.

중요한 개념은 위험(risk)과 이익(benefit)의 균형이다. 농약이 좋은 예이다. 농약을 사용하면 병충해 예방과 재배 여건을 개선하며 증산해 이익이 되지만 독성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인간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독성을 최소화하는 수준을 밝히기 위해 과학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독성학 분야에서는 독성이 예상되는 물질별로 일일섭취허용량(ADI), 노출역(MOE), 최대무작용량(NOAEL)등과 함께 일일섭취감내량(TDI)과 발암성 물질을 독성수준 별로 구분해 관리하는 등 실로 넓고 깊은 연구를 기반으로 우리가 먹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국가가 허용한 식품첨가물은 이 같은 폭넓은 독성 시험을 실시해 안전성이 입증됐고 일생동안 먹어도 문제가 없는 것들이다. 근래 문제가 됐던 에틸카바메이트(발효식품 중 자연히 생성되는 물질)는 노출역(실제 식품을 통해 노출되는 범위)에서 규정량에 훨씬 못 미치고 있으며, 발효식품에는 광범위하게 존재하나 그 함량이 위험수준은 아니다.

독성은 상대적인 것이다. 인간 활동에 따른 위험률을 인구 10만명당 1년간 사망률로 비교 해 보면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1.2, 담배는 113.0, 식중독은 0.025, 알코올은 4.0 순이다.

어느 것이 그렇게 위험한가? 또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은 안전한가? 햇볕이 따가운 근래 언론에서 시청자에게 주의하라는 자외선은 발암원이다. 우리는 평소 암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햇볕을 쬐고 있어 문제가 없고 낮은 수준은 오히려 비타민 D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먹고 생활하는 환경에서 위험성 물질에 관심을 갖고 주의할 필요는 있으나 과도한 걱정과 우려는 오히려 정신건강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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