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HACCP 공화국, 이제는 한번 쯤 되돌아 볼 때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2>
대한민국은 HACCP 공화국, 이제는 한번 쯤 되돌아 볼 때다-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2>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7.17 0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썹 도입 22년…식품 안전 일정 궤도 올라
제도 확산 민간 이양 등 질적 성장 전환을

식약처는 올해 12월부터 매출액 100억 원 이상인 영업소와 계란‧순대를 제조하는 식품제조가공업체까지 식품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전면 의무화한다고 한다. 식품업체 전반에 HACCP을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또한 제조‧가공업 HACCP 의무 적용과 병행해 식자재 납품업소, 축산물 판매‧보관‧운반 업소,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HACCP 인증이 확대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HACCP은 식품의 예방적 선진관리시스템이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원-윈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식품안전관리 수단이다. 생산단계 원료 관리로부터 제조, 가공, 유통 전 과정까지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으로부터 생길 수 있는 위해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한다. 우리나라 HACCP은 1995년 12월, 1997년 12월부터 ‘식품위생법’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 각각 도입된 정부 주도 식품안전관리제도다.

기업은 HACCP 마크를 부착으로 공신력을 갖춰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식품사고 발생 시 제조물책임법(PL법)에 의한 경제적 손실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 리콜 할 필요가 없게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을 만들 수가 있다.

HACCP은 우리 식품산업이 척박하고 기업들의 위생관리가 미흡했던 20여 년 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정부에서 주도해 시작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사후관리제도의 꽃인 PL법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정부 주도 예방적 안전관리제도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우리나라 HACCP은 위해가능성에 따른 품목별, 규모별, 업소별 차등적 의무 적용과 자율적 도입이라는 투트랙 방식으로 매우 성공적으로 추진돼 왔다.

또한 안전한 식품을 원하는 시대적 니즈에 부합해 사회각층의 전폭적 지지로 지금까지 엄청난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일부 현장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프로그램의 적용, 합리적이지 못한 의무적용 품목선정 등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다.

그러나 정부의 HACCP 정책과 현장에서의 실질적 적용에는 어느 정도 시간차가 필요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이번 ‘100억 원 이상 업체 의무화’ 시책만 봐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정말 시급히 HACCP을 의무화해야 할 대상 업체는 100억 원 이상 대규모 영업소가 아니라 오히려 직원이 몇 명 안 되고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영세하고 열악한 영업장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과 설비 중심이 아닌 위생관리 활동인 소프트웨어 중심의 HACCP이 필요하다. 간편한 CCP 점검과 기록관리 등이 뒷받침된 현실적 HACCP 프로그램 말이다. 어차피 매출 100억, 1000억 되는 회사는 수출도 해야 하고 안전 전문인력과 투자 여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사실상 HACCP 인증은 민간 필요에 의해 시작되고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형식일 때 그 효과가 크다. 대부분 선진국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정부 주도 의무적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억지로 추진하는 것이라 자발적 도입보다는 당연히 형식적일 수밖에 없고 프로그램도 비현실적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의 HACCP은 정부가 주도했다. 물론 정부가 주도한다고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민간이 추진할 수준이 되지 못하거나 여력이 없을 때 정부에서 제도를 만들어 시동을 걸어주고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밀어주면 더 빨리 제대로 추진이 되는 것은 맞다. 그리고 지금까지 20년간 HACCP이 정부주도로 착실하게 잘 추진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2017년이다. 언제까지 정부가 민간을 끌고 갈 것인가? 우리나라 HACCP은 현재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이제는 상당부분 민간에 이양해야 할 때라고 본다. 게다가 정부는 양적 목표에 의한 지속적 외형 확대 정책보다는 HACCP 실효성 등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즉 인증제도의 법적 근거 유지, 소비자 인지도 제고, HACCP 인증 관리감독 등 최소한의 역할만 직접하고 그 활성화와 확산은 민간에 맡겨도 될 시기라 생각한다. 또한 집단소송제가 도입되고 PL법도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