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이라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환자 발생 이슈 진단-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3>
‘햄버거병’이라 알려진 용혈성요독증후군(HUS) 환자 발생 이슈 진단-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3>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7.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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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1위는 채소…육류 음용수 어패류 등도 유발
가슴 아픈 일 불구 여론몰이보다 원인 규명이 우선

최근 한 4세 아이가 병원성대장균 O157에 감염돼 생길 수 있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려 신장 기능 90%를 상실했다. 가족들은 딸이 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먹고 복통을 일으켰다고 판단, 당시 ‘해피밀 세트’를 구입한 맥도날드를 고소했다. 이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에 배당됐다.

△하상도 교수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에서 용혈성요독증후군(HUS)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187명이다. 연령별로는 9세 이하가 68명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지목된 햄버거 패티가 원인일 수 있는 제1군 법정감염병인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의 10%만이 HUS로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 ​즉 HUS는 90% 이상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세균성이질균이나 폐렴구균 등 세균 감염, 콕사키에 바이러스 감염, 선천성 보체(면역계의 일종) 결핍 등 유전성 발병이 더 큰 원인이다.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이란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병이다. 손상된 적혈구들이 콩팥 여과시스템에 찌꺼기처럼 끼어 기능을 떨어뜨려 치명적인 신장기능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대개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O157 등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돼 독소에 의해 적혈구가 파괴된 후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HUS가 ‘햄버거병’이라는 명칭을 갖게 된 건 1993년 미국이다. 잭인더박스(Jack in the Box)의 햄버거를 먹은 10세 미만의 아이 732명이 집단으로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돼 이중 4명이 사망하고 178명이 HUS에 걸려 신장과 뇌가 손상되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앓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는 미국 이야기고 옛날이야기다. 근래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이 병의 발생 원인이 햄버거 때문이라고 확인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채소, 특히 유기농채소에서 많이 검출되고 있어 ‘채소병’이라는 것이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독일에서 일어난 수천 명의 대규모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사태다. 사건 당시 수백 명이 HUS에 걸려 수십 명이 사망했는데, 원인으로 유기농 채소가 지목됐다.

2010년 미국 미시간, 오하이오, 뉴욕, 테네시 등 미국 4개 주에서 약 30명이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돼 3명이 신부전으로 악화된 사건의 원인도 오염된 상추였다. 우리나라도 식약처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병원성대장균 식중독 발생 원인식품을 분석한 결과 김치가 1위, 육류, 음용수, 어패류 순이었다고 한다.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다면 우리나라는 ‘햄버거병’이 아닌 ‘김치병’, 세계적으로는 ‘채소병’이라 하는 것이 옳다. 세계보건기구(WHO)도 HUS의 발병 원인으로 고기 외 각종 채소, 과일, 우유, 요구르트, 치즈 등을 꼽고 있다. 또한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 분변에 오염된 강물, 호수, 수영장 물놀이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번 어린 환자 발생은 정말로 가슴 아프고 딱한 일이다. 그러나 위로에 의한 ‘보상’과 ‘원인 규명’은 다른 문제다. ‘보상(報上)’은 감성이고 윤리이나 ‘원인 규명’은 과학이다.

환자의 담당 변호사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고, 국민들의 반(反)미, 반(反)대기업, 반(反)패스트푸드, 반(反)햄버거 정서를 자극해 여론몰이로 맥도날드의 무릎을 꿇리고 책임을 지워 보상을 받겠다는 전략이 느껴진다.

햄버거 패티 분쇄육을 원인으로 보기엔 근거 빈약
해썹 돈육에 내장 안 섞어…대장균 등도 음성 판명
피해자 불특정 다수 아닌 1명…무혐의  판정 가능성 

게다가 사건의 중심인 햄버거 패티는 쇠고기가 아닌 국산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돈육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내장을 섞지도 않았고 환자는 한 명뿐이며 햄버거 패티에서 대장균 O157균이 검출된 것도 아니다.

환자 또한 질병관리본부에서 대장균 O157균 등 감염병 검사를 진행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조리과정과 패티 생산공정 전수조사 결과에서도 문제가 없었고, 섭취 후 2~3시간 만에 복통을 호소했다는 등의 증거로 볼 때 확률상 HUS의 원인이 햄버거 패티로 규명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일반 국민들의 눈은 햄버거 패티에 쏠려 있으나 전문가들은 대부분 햄버거 패티를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보기엔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사건은 환자도, 맥도날드도 모두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맥도날드는 원인 규명에 관계없이 판매 급감으로 손실이 크다고 한다. 게다가 햄버거 파는 업체가 어디 맥도날드뿐인가? 롯데리아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 고급 수제 햄버거, 동네 소규모 가게까지 부지기수다.

분쇄육이 문제라면 동그랑땡, 불고기도 문제여서 이미 관련 산업계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특히 맥도날드의 경우 HUS의 원인이 패티가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혹시라도 원인으로 입증된다면 천문학적 피해와 보상을 피할 수 없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김태민 식품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피해 입증이 어렵고, 검찰도 처벌할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무혐의 결과가 나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패티가 원인으로 판결난다면 환자가 보상을 받아 다행이지만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그동안 소송하느라 쏟은 시간과 돈, 마음고생을 그 어디에서도 보상 받을 수가 없어 환자 또한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금은 식약처가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자가 1명뿐이어서 옥시 가습기사건처럼 ‘식품안전기본법’에 명시된 국민 불특정 다수의 건강에 중대한 우려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식약처의 HACCP 인증 업체에서 납품된 분쇄 돈육이라 더욱 애매한 입장이다. 향후 조리 시 햄버거 패티의 내부온도를 정하고 작업자 개인위생 지침 등이 명시된 가이드라인은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결국 환자의 담당 변호사만 winner(위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담당 변호사는 9시 공중파 뉴스 등 국가적인 빅 이슈 중심에 서게 됨으로써 자신의 주가를 연일 올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겨도 좋고 져도 좋은 꽃놀이패다. 불쌍한 환자를 담보로 여론몰이를 해 한탕주의로 이슈를 만들려 하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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