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쇼크’…외식 업계 반발
‘최저임금 쇼크’…외식 업계 반발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7.24 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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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마다 매출 다른데 동일한 임금?”…일자리 줄고 자영업자엔 큰 부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거나 가격 인상밖에 대안이 없습니다. 결국 피해를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6470원 대비 16.4% 오른 금액으로 지난 2001년(16.8%) 이후 최대 폭이다.

당초 9% 인상을 예상했던 외식업계는 최종 인상액이 결정되자 망연자실에 빠져 이같이 밝혔다. 저소득층 근로자에게 최소한 삶을 보장하겠다는 명분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김영란법’ 등으로 가뜩이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역대 최대치로 올라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는 주장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엔 한숨이 더 무겁다. 현재 외식업 운영 업소 중 5인 미만 업소는 전체 80% 이상을 차지하며 월 평균 순수익은 200만 원 가량에 불과한데, 내년부터는 아르바이트생이 업주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2006∼2014년 고시된 최저임금을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률, 도소매업 조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1% 인상 시 인건비는 0.58%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용한 결과 내년 인건비는 올해보다 2조1606억 원 정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리시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식당은 규모에 따라 매출 등이 상이한데, 최저임금을 모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내년부터 영세한 식당의 경우 아르바이트생 고용은 힘들 것으로 보이고, 최악의 경우는 줄도산까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정부의 핵심공약 사항인 일자리 창출 활성화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업계 무인(無人)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취재결과 여러 업주들이 주방일은 직접하더라도 메뉴 주문은 기계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산 재료 쓰고 가격 올리면 소비자 피해
김영란법 조정·임대료 낮춰야 폐업 사태 막아
의제매입세액 한도 폐지 등 정책 지원 요구  

프랜차이즈업계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경우 무인 주문시스템인 디지털 키오스크가 전 매장 40%에서 적용 중이다. 해당 업체의 경우 시스템 도입 이후 아르바이트생이 10% 줄었다. 또한 배스킨라빈스 역시 지난 5월부터 아이스크림 ATM 기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시범 테스트를 거쳐 고객 반응을 살핀 뒤 매장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 대책을 연말까지 보완·점검하고, 향후 1년 동안 성과를 본 뒤 인상률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업계 현실적 방안 제시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협회

공통 의견

· 유통구조 개선 통한 식재료비 감소
· 상가임대차 보호법상 임대료 인하 적용
· 간이과세자 대상 1억 원 상향
· 5인 미만 근로시간 특례조항 제외

· 김영란법 조정(폐지 및 음식 가액 기준 3만 원5만 원)

· 카드수수료 인하
·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 한도

하지만 업계에선 구체적 대안이 없는 정부를 비판했다. 김대권 외식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숨 쉴 공간’도 없이 외식업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최저임금제 인상은 저소득자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는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외식업계는 저렴한 수입산 재료가 이용되고, 메뉴 가격은 올라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방침인데, 정작 외식업계는 ‘김영란법’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태”라며 “외식업의 매출이 상승하고 더욱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김영란법’이라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 외식업중앙회 기획홍보국장은 “최저임금 인상안은 확정된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만큼 현실적으로 외식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것이 현행 유통구조를 축소해 식재료 비용을 줄이고, 연 9%대 임대료를 상가 임대차 보호법에서 더 낮춰준다면 그나마 폐업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 한도 설정 폐지 △간이과세자 대상 1억 원 상향 △5인 미만 근로시간 특례조항 제외 등의 정책적 지원이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8월부터 카드수수료가 인하되지만 내년에는 더욱 낮추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계획이며, 현재 간이과세자 대상인 연간 소득 4600만 원도 현실성을 고려해 1억 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외식업 근로시간 특례조항을 강행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업계의 충격은 ‘메가톤급’이 될 가능성이 짙다”며 “저소득자만 보지 말고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입장도 살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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