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의 엉터리 안전대책, 직영체제가 부른 예견된 대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4>
학교급식의 엉터리 안전대책, 직영체제가 부른 예견된 대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8.0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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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졸속 직영전환 문제점 개선할 때
교장 안전에 문외한…종사원 파업으로 학생 굶길 판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총파업으로 급식대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현행 학교급식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6월 30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원들은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와 근속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학교 4033곳, 1만8678명이 파업에 참여, 총 2186곳의 급식이 중단됐다고 한다. 지난 2006년 학교급식 체제가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급식단가에서 식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인건비 비율은 상승하고 있으나 조리종사원 파업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당 이언주의원이 이들 집회 중인 노동자, 조리사들을 폄하해 논란이 크게 일었다.

△하상도 교수
한국전쟁이 끝나가던 1953년 우리나라에서 학교급식이 처음 시작됐다. 20년간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민간구호협회,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의 지원으로 무상급식이 이뤄지다 1972년에야 우리 힘으로 학교급식이 시작됐다. 그러나 1977년 학교급식용 식빵을 먹은 한 학생이 식중독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시 중단됐다가 1981년 ‘학교급식법’ 제정으로 부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후 1992년부터 ‘학교급식 확대사업’이 성장기 청소년(6~18세) 건강증진과 학부모 도시락 준비부담 해소를 위해 정책적으로 추진되면서 크게 발전했다. 1998년부터는 국민의 정부 선거공약으로 학교급식이 전면 실시되면서 현재 초·중·고교 전국 1만여 곳에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급식은 대규모 식품안전사고의 온상이 되고 있어 늘 불안한 것이 현실이다.

식중독 발생은 지구 온난화, 기온 상승 등 환경변화와 학교급식 확대, 외식 증가 등으로 집단적 발생 양상을 보이며 증가 추세에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연중 발생하며 특히 겨울철에도 환자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름철에는 주로 병원성대장균,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균 등 세균성식중독이 많이 발생하고 겨울철에는 노로바이러스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2006년 6월 사상 최대의 ‘학교급식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사고’가 발생해 3000여 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위탁급식인 C사에서 관리하던 학교에서 발생한 것이 발단이었다. 속전속결로 한 달 만에 ‘학교급식법’이 개정돼 그동안 직영과 위탁으로 운영하던 학교급식을 2010년 1월부터 직영급식으로 전환했다. 물론 공간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위탁급식을 허용하고 있기도 하다.

학교급식 식중독사건 대책 중 직영으로의 전환은 누가 봐도 엉터리였다. 당시 많은 식품안전 전문가와 산업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양사 등 급식담당인력의 학교 내 정규직 고용창출을 목적으로 이익단체와 이에 동조하는 국회, 교육부가 화난 학부모의 여론을 등에 업고 만들어 낸 졸작 중 졸작이었다.

급식 단가서 인건비 높아지고 식재료 비중은 감소
‘규모의 경제’ 측면 위탁이 원가 절감·품질 높여
선진국선 위탁 전환…직영·위탁 선택권 보장해야  
 

직영체계는 급식 안전에 문외한인 학교장이 관리 책임을 지고, 교육의 일환이라는 명목 아래 식품안전관리의 전문성이 부족한 교육부에서 급식의 안전을 책임지다 보니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생각한다.

비용 면에서도 직영은 손해다. 학교장이 직접 영양 및 위생관리 담당자와 조리원을 고용해 운영하다 보니 인건비가 높아지고 인상 요구,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문제 등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식재료 구매를 학교별로 하다 보니 원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교장과 영양사가 상품권을 받았다는 납품비리,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저질 식재료의 납품을 눈감아 줬다는 뉴스가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반면 위탁급식은 비용 면에서 이익이 크다고 본다. 현대의 자본주의 시장은 규모의 경제다. 주어진 급식비 범위 내에서 식재료 대량공급 및 공동구매, 위생처리시스템 표준화 및 보급, 위생관리 전문인력 공동 활용 등으로 원가를 절감해 가성비와 급식을 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기업은 PL법(제조물책임법)도 있고 식중독사고 발생 시 해당 점포뿐 아니라 기업 브랜드 전체 악영향을 끼쳐 막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HACCP 등 안전관리시스템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학교급식이 직영에서 위탁으로 대부분 전환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10년 전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학교의 주어진 상황에 맞게 위탁과 직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적 환경을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학교급식 식품안전사고의 본질은 ‘위탁 vs 직영’ 문제가 아니다. 급식 운영방식이 위탁이든 직영이든 청결한 식재료를 활용해 조리종사자들의 개인위생 준수와 안전전문가의 철저한 관리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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