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기업으로 다시 주목받는 ‘오뚜기’
모범기업으로 다시 주목받는 ‘오뚜기’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8.0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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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줄이기” 간접 압력은 경계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견 식품기업인 오뚜기는 ‘갓뚜기(God+오뚜기)’로 불린다.

지난달 27~2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15대 그룹 기업인들과의 대화’ 초대된 유일한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비정규직 1.16%에 달하는 모범기업이라는 청와대의 초청 이유가 밝혀지면서부터다.

각 포털사이트는 물론 SNS 등에서는 오뚜기 미담들이 넘쳐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2015년 작고한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 지시로 대형마트에 파견된 1800명의 시식사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금융감독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월 기준 오뚜기 전 직원 3099명 중 비정규직은 36명에 불과하다.

또한 함영준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면서 발생한 1500억 원의 상속세 납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일부 재벌가에서 현행법 틈새를 악용해 주식을 불법으로 증여하거나 자회사를 만들어 주식을 편법으로 승계했던 것과는 대조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쟁사들이 잇따른 라면가격 인상 러시에도 10년째 동결한 점까지 재삼 조명받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오뚜기 제품만 사자”는 구매 독려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오뚜기 신드롬’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모든 판매사원을 채용 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이는 직원들의 책임감 함양과 소비자들에게 정확하면서도 친절하게 제품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오뚜기 청와대 초청을 두고 일각에선 정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비정규직 제로화’를 식품업계에게 간접 압박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재계순위 100위권 밖인 오뚜기를 굳이 대기업들 사이에 끼워 맞춘 것 자체가 식품기업 압박용이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오뚜기를 초청한 이유가 사실상 식품업계에게 비정규직을 줄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가 산업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불만이다. 실제 대부분 식품 제조사의 경우 자체 공장이 아닌 OEM생산을 하거나 자체 공장 내 특정 생산라인 가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아르바이트나 아웃소싱 업체를 통한 외주 인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오뚜기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전자공시 시스템에 드러나지 않는다.

식품 업체 안전 중시 불가피한 최소 인력만 비정규직
CJ 1.9% 등 대부분 낮아…일부는 정년 퇴직한 촉탁직
 

그럼에도 정부는 이 같은 식품산업 현실을 외면한 채 단순 오뚜기 정규직 채용 비율만을 놓고 ‘갓뚜기’ 여론을 형성하며 식품업계를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오뚜기가 화제에 오르며 마치 다른 식품기업은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식품업계 비정규직 비율 및 전환 계획

기업

방침
오뚜기
비정규직 1.16%(전체 3099명 중 36)
하이트진로
비정규직 1.79%
CJ제일제당
비정규직 1.9%(전체 5355명 중 109)
삼양식품
비정규직 1.9%(임원 제외 전 직원 1369명 중 26)
매일유업
비정규직 2.6%
동원F&B
비정규직 3%
서울우유
비정규직 4.3%(정규직 전환 계획)
남양유업
비정규직 7%(비정규직 비율 감소 검토)
오리온
1819명 중 90명 기간제 근로자
농심
프랜차이즈 코코이찌방야 244명 기간제 근로자
샘표
정규직 채용 고수(계약직 경우 시용 평가 후 90% 전환)

사실 식품업계는 전 산업에 걸쳐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하고 일자리 창출도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정규직 5355명 중 비정규직은 1.9%인 109명에 불과하고, 동원F&B도 비정규직 비율이 약 3%에 그친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비정규직 비중이 1.79%, 오리온은 1819명 중 90명만이 기간제 근로자다.

농심 역시 대부분 정규직이며, 올 1분기 기간제 근로자 수로 등록된 244명의 경우 자체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 코코이찌방야에서 근무하는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들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비정규직 비율이 4.3%이나 지속적으로 해당 인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계획하고 있으며, 남양유업의 경우 7%에 달하지만 비정규적 비율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매일유업은 작년 말 전체 직원 2020명 중 계약직 72명으로 약 3.6%를 차지했으나 올해 7월 현재 2.6%로 감소했으며, 한국야쿠르트는 비정규직 인원이 전체 40여 명에 불과하다.

삼양식품은 임원을 제외한 전 직원 1369명 중 기간제 근로자 26명으로 1.9%에 해당되나 이 인원들은 정규직에서 정년을 마친 인원들이 추가로 근무하는 경우다.

샘표는 외주 인력도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계약직의 경우도 주로 생산직에서 이뤄지는데 인성, 태도 등 시용평가 후 90%가량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게다가 만 60세 정년퇴직 후 재입사 제도로 퇴직자를 촉탁직으로 채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뚜기가 대형마트 파견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주목을 끈 부분도 식품업계에선 흔히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시식사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제품을 제대로 홍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대부분 식품업체들은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200여 명의 시식사원 전원이 정규직이며, 대상과 동원F&B도 시식인원 1400여명이 마찬가지다. 이 외에 대다수 식품업체도 상황은 같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정부의 이번 오뚜기를 앞세운 업계 압박은 전형적인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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