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 정의·용어 개선 시급
식품위생법 정의·용어 개선 시급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7.3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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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위해’ 등 의미 모호성…과학 근거 합리적 제도로 발전해야
국무조정실 주최 포럼서 오상석 이대 교수 주장

국내 제정된 지 50여 년이 지난 식품위생법이 정부와 기업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여전히 용어나 정의에 있어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혼란을 주는 부분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합리적 개선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식품법 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위해’의 경우 정의의 모호성으로 혼란을 야기하는 만큼 산재돼 있는 식품관련 법에서의 혼란도 막기 위해서라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상석 교수
28일 국무조정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주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회 국가식품안전정책’ 포럼에서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식품안전 관련 용어의 정의 분석에 대해 발표하며 “국내 식품산업은 과학기술 발달 등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 왔지만 식품위생법은 1962년 제정된 당시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더이상 단순 관리를 위한 제도보다는 미국, EU 등 선진국과 같이 과학을 근거로 한 합리적인 제도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미국 FDA는 1950년대 이미 식품안전에 대한 정의를 ‘(지금까지 알려진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 사람에게 해가 없다는 합리적인 확신’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식품안전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로 국민의 공감을 확보하는데 부족한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로 국내 식품위생법 제2조 11에 명시된 ‘식품위생’은 식품, 식품첨가물, 기구 또는 용기·포장을 대상하는 음식에 관한 위생으로 정의하고 있다. 위생의 정의를 위생이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EU 식품위생법에서 ‘식품위생’은 위해를 관리하고 의도된 사용에 따라 사람이 식품을 섭취할 때 적합함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과 조치로 정의하고 있어 명확한 의미를 전달한다.

현재 국내 식품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위해’에 대한 정의 부분이다. 국내 식품법에는 식품 등에 존재하는 위험요소로, 인체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을 말한다. EU에선 이에 대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킬 가능성을 지닌 식품 및 사료의 상태로 표현해 국내와는 사뭇 다르다.

오 교수는 “모든 식품은 극히 미미하지만 위험요소를 동반하고 있어 국내 식품법에 따르면 모든 식품은 ‘위해’할 수밖에 없다”며 “정의가 모호한 용어의 개념만 정리돼도 그동안 식품법에서 혼란스러웠던 대부분 의혹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0년대 틀 유지…생산자 불편-소비자 혼란
식품 안전 관련 부처별로 다른 용어 통일도
다원화된 관리 체계 대응에도 어려움  

김정년 한국식품과학연구원 부원장은 “현행 식품위생법은 1960년대 제정 당시 큰 틀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규제를 추가하고 있는데, 그동안 과학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유지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용어의 정의도 정리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특히 생산부터 소비 혹은 개별 법률까지 관리 주체별, 대상별 법령이 산재해 있어 생산자 입장에서 법 적용에 따른 어려움과 불편함이 있고 소비자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법률간 용어의 정의를 정확히 하고 각 부처간 용어를 통일하는 것은 식품법이 선진국형 합리적 방향으로 가는 기초가 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개선을 주장했다.

△28일 ‘제5회 국가식품안전정책’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식품위생법상 불확실한 용어의 개선과 개념의 확립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명섭 중앙대 교수는 “HACCP과 위해분석 개념을 가장 빨리 도입한 미국 FDA, CFSAN 정의에 따르면 ‘위험요인’은 인체에 해를 미칠 수 있는 생물학적·화학적·물리적 요인을 말하며, ‘위해’는 이러한 위험요인에 의해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 정도로만 명시돼 있다”며 “다른 용어를 사용할 수는 있으나 개념이나 정의가 달라질 경우 문제소지가 큰 만큼 심층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윤희 소비자원 식품미생물팀 선임연구위원은 식품안전과 관련 각 부처간 상이한 용어의 통일을 주장했다. 그는 용어 통일을 위해선 먼저 정확한 정의가 확립돼야 하며 용어 자체도 해당부처, 전문가가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대다수 국민이 사용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 발전 방향도 논의
본지 이군호 대표 “위험평가 조직 전문화를” 

본지 이군호 대표도 각 부처간 다원화된 식품관리 체계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식품사고 발생 시 식품 종류별 관할 부처가 다르고 각 부처간 편의에 따른 식품용어 해석으로 업계에선 초기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며 “특히 복잡한 행정체계에서 안전문제를 다루다보니 위생문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합리적인 개선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선 식품안전정책위원회의 발전방향도 논의됐다. 양병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는 “현재 식품안전관리 제도개혁의 기본 방향은 국민 건강보호 및 식품 건강 영향의 과학적 평가인 것처럼 위원회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독립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립권 확보로 △특정 과학적 위험물질에 대한 위험평가 시행 결정 △위험평가 예산 요청 권한 부여 △민간 위험평가기관 선정 권한 등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양 교수의 주장.

명칭도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한 ‘식품안전위원회’로 개편하고 분야별 위험평가 기본계획 작성 및 위험평가 성과 분석과 국제기관의 위험평가 결과 수집·분석 등 기능을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군호 대표는 산적해 있는 식품안전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중심에 서야 한다면서도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위험평가 전문 조직화를 강화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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