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5>
가공식품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5>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8.1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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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휴대성 높인 가공식품 억울한 누명
미래엔 편의·안전·기능성 제품으로 진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가공식품’이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사실 그 태생은 식량이 늘 부족했던 과거에 수확되고 채집된 원재료를 오랫동안 저장하고, 사시사철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게 해줬던 신이 내린 고마운 과학의 발견이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쳐 인류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진 시기에는 단순히 영양을 공급하던 식품의 1차적인 기능을 넘어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 더 안전하게 먹고자 하는 욕구 충족을 위해 진화됐다. 이처럼 가공식품은 인간의 탐욕과 갈망으로 만들어 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먹어서는 안 될 아주 나쁜 음식으로 치부되고 있다. 가공식품은 죄가 없다. 과식하고, 편식하고, 남용하는 인간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을 뿐이다.

△하상도 교수
가공식품은 세계 1, 2차 대전을 통해 기록적인 발전을 이뤘다. 전쟁 중 장기 저장이 가능하고 조리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급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쟁 식량은 일반적으로 휴대와 섭취가 간편하고 저장성과 영양가도 높아야 하며 먹은 뒤 쉽게 버릴 수 있도록 포장돼 인스턴트식품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은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술, 떡, 엿 등 대부분 조잡하고 단순한 수공업의 시대였다. 근대적인 공업화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전후인데, 우리나라는 일본 식품원료의 공급처이자 상품의 소비국으로 철저하게 이용당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국의 원조로 곡물 도정, 수산물통조림, 제분, 제당, 양조 등 전쟁 군수품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산업이 자리 잡았다고 봐야 한다.

국내 미국 식량 원조로 제과·제빵업 활기
70~80년대 경제 도약기에 다양화· 품질 향상
 

1930년대에는 모리나가(森永), 메이지(明治) 등 일본의 제과업체가 서울에 공장을 세우고 우리나라 식품공업을 주도했으나 역시 캐러멜과 사탕을 만드는 게 고작이었다. 1933년 조선맥주와 소화기린맥주가 설립되면서부터 우리나라에 맥주가 도입됐고 1935년부터는 일본의 유업회사가 국내에 대규모 목장을 설립해 우유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1948년 12월 체결된 ‘한미경제원조협정’이 우리나라 식품공업 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의 옥수수와 밀 식량원조가 남한의 제분공장을 활성화시켰고 장류, 제과, 제빵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1960년대에는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순조로운 진행과 월남파병, 중동건설 등으로 인해 식품공업 분야의 전반적인 약진이 있었다. 특히 쌀 부족에 따른 정부의 밀가루 ‘분식장려시책’으로 제과, 제빵, 제면산업이 급성장했고 장류공업도 발전했다.

1970년대는 자립경제와 고도성장을 실현한 우리 경제의 대도약기였다. 통일벼의 개발로 쌀 자급을 이뤘고, 가공식품의 수출로 식품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1970년대 후반 개방농정으로 해외 원료농산물의 수입이 보다 용이해졌고 고급화, 다양화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치즈, 마가린, 소시지, 햄, 통조림 등 육류가공품이 본격적으로 생산됐다.

아웃도어·환자용 특수용도식품 개발 활기
GMO·첨가물·나노식품·표시확대 등은 이슈  

1980년대에 들어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은 관광산업과 함께 식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선수촌에 공급되는 가공식품의 품질향상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국내 식품산업의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주목받은 것은 뜨거운 물에 데워 즉석에서 먹는 레토르트식품의 출시였다.

미래 가공식품 산업은 ‘편의성, 안전성, 기능성’으로 재편될 것이며 외식과 간편식, 기능성식품, 다양한 포장재의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아웃도어 식품의 개발과 노약자, 환자, 운동선수 등을 위한 특수용도식품의 개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향후 슈퍼푸드, 유기농, 알레르기, 식품첨가물, 유전자재조합농산물(GMO), 영양성분 표시 확대, 방사능오염식품, 벤조피렌, 환경호르몬, 방사선조사, 나노식품, 동물복제, 외식산업, 푸드트럭, 정보통신기술(ICT)융합 스마트패키징,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이 계속 이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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