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위기의 프랜차이즈’ 상생 위한 대안 찾기 고심
[기획]‘위기의 프랜차이즈’ 상생 위한 대안 찾기 고심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8.14 0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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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10월까지 자정안 마련 요구에 협회 ’혁신위원회’ 출범
전문가 “잘못된 수익 구조가 원인…로열티제로 바꿔야”

프랜차이즈가 김상조 공정위發 칼날에 사실상 백기투항을 했다. 9일 치킨과 피자, 제빵, 패스트푸드, 커피 등 5대 프랜차이즈 업종 상위 10개사씩 총 50곳은 공정위에 가맹점 필수품목 등 원가와 공급가 자료를 모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본격적인 자료 검증과 분석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태조사서는 가맹사업자들이 본부로부터 구입해야하는 필수물품 및 권장물품의 항목, 매입단가, 공급가격. 거래형태와 원가·마진·필수물품 공급사의 가맹본부와의 특수관계 및 리베이트 여부 등을 확인하는데 사용된다. 검증작업은 해당 프랜차이즈 가맹점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자료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원가분석의 경우 공정위 내부 자료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프랜차이즈가 가장 비밀리 진행하던 유통 마진 부분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 입장에선 꽁꽁 감춰뒀던 비밀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미스터피자, 호식이두마리치킨, 한국피자헛, BBQ, 맥도날드 등 최근 프랜차이즈는 그야 말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오너리스크, 가맹점 불공정거래행위, 편법승계 등 죄목 나열만 수십여 개에 달한다.

이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확산돼 매출이 반토막나는 등 본사와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까지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

실제 최호식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해당 업체는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으며, 미스터피자는 ‘치즈 통행세’, 가맹점 보복조치, 회사 돈 남용 등으로 본사와 관계사 2곳이 서울중앙지검 측에 압수수색 당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작년 정우현 회장은 50대 경비원을 폭행해 ‘갑질’ 논란의 주인공으로 화제된 바 있다.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에게 부당하게 착취한 ‘어드민피’와 독소 조항들이 여러 포함된 프랜차이즈 매뉴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들이 어드민피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 법원이 가맹점주 손을 들어줬으나 소송을 진행한 가맹점에만 법적 절차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에선 피자 프랜차이즈가 공정위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비비큐는 윤홍근 회장의 장남이 최대 주주로 있는 지엔에스푸드에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가 문제되고 있으며, 맥도날드는 소위 ‘햄버거병’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6월 말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후 90도로 인사하고 있는 모습. 계속되는 프랜차이즈업계의 논란에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혁신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10월까지 자정안을 마련해 제출하라는 통보를 하며 마지막 기회를 준 상태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역시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기한까지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10월 중순까지 10번의 회의도 힘든 상황에서 제대로 된 상생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규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규제법과 진흥법 마련에 앞장 선 김영균 대진대 교수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법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고 철저한 편이지만 가맹본부들이 이를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선진국과 출발선상이 다르기 때문인데, 미국은 프랜차이즈를 본부와 가맹점 공동사업으로 보기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베푼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본사, 필수 품목만 공급하고 수익원 노출…공동 운명체
선진국 협회 인증마크가 신뢰 상징…진입 장벽 높여야
“외식은 편의점과 달라…업종별 차이 인정을 ” 주장도   

그렇다면 이러한 프랜차이즈의 고질적인 병폐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정률제 로열티’ 제도를 꼽고 있다.

정률제 로열티는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맹본사에 내는 것으로, 가맹점 매출이 오르면 본사 수익이 늘고 가맹점이 힘들면 본사도 어려워지는 상생형 모델이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중 로열티를 받는 곳은 전체 36%에 불과해 70~80%에 달하는 미국과 일본 절반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로열티를 받는 곳은 10%도 안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임영균 광운대 교수는 “프랜차이즈 본사 중 몇 곳에선 계약서 상 로열티 지급을 명시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협회의 통계보다 훨씬 수치가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현 프랜차이즈의 사태는 잘못된 수익구조가 곪아 터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로열티는 가맹점 사업자가 사업 노하우 전수, 가맹점 교육 지원, 마케팅 제공 등에 대한 대가를 본부에게 지급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가맹계약 시 개설비용과 물류 공급가에 마진을 붙이는 방식으로 변질돼 있다”며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수평구조가 아닌 수직구조로 형성돼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로열티는 가맹점 매출의 몇 %를 본사가 취한다고 공지하기 때문에 본사의 수익원이 투명하게 노출된다”며 “특히 본부는 가맹점의 매출이 늘어야 더 많이 벌 수 있어 지원을 강화하게 되고, 가맹점 역시 버는 만큼 수익 창출이 가능한 구조로 형성돼 진정한 공동운명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로열티가 프랜차이즈 본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 프랜차이즈는 매출의 4.6~12.5% 수준의 로열티를 받고 원·부자재는 점주와의 협동조합을 결성해 공동구매한다. 외부에서 조달할 수 없는 필수 구입 품목만 본사가 공급한다.

호주는 본사 필수 구입물품을 지정할 때 정부 승인을 받는 사전허가제를 운영하고, 캐나다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을 이유로 가맹본부가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하며, 이탈리아에선 최초 계약기간을 3년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진입장벽을 높여 불량 프랜차이즈가 진입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최영홍 프랜차이즈 혁신위원장은 “진입 장벽이 없는 프랜차이즈산업은 그동안 사업 경험도 없고 직영점도 없이 가맹점만 늘리려는 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진입장벽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2003년 제정된 가맹사업법에선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고도 가맹점을 네 개까지 모집할 수 있다.

박기영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외식업을 하는 프랜차이즈 본부 중 53%가 직영점 없이 간판만 갖고 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직영점을 1~2년간 잘 운영할 경우 가맹 허가를 줘 간판만 있는 유령 프랜차이즈가 발을 못 내밀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일정 기간 실제로 운영해본 업체에 한해 가맹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데 국내는 제한이 없어 무분별한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며 “심지어 인테리어 사업자가 프랜차이즈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는 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메뉴든 인테리어든 서비스든 그것을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2개 이상 직영점을 1년 이상 운영한 사업자에게만 가맹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미국과 일본의 프랜차이즈협회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기업들은 회원사로 등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협회에서 발행하는 인증마크가 곧 소비자 신뢰를 형성해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만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가 있지만 실제 협회 등록된 회원수는 2500여 개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심사기준이 상장기업 심사에 준할 정도로 깐깐하다. 일본 프랜차이즈협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자산규모 △인원 △전문가 △매출액 △점포수 △사회적 공헌 활동 등까지 꼼꼼하게 평가한다.

불합리한 규제의 합리화도 관건이다. 국내법이 세계에서 가장 규제가 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영홍 혁신위원장도 상생안을 마련하며 선진국형 합리적인 규제 방향을 과제로 삼아 공정위와 조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서비스산업이 프랜차이즈로 묶여 있지만 제과제빵, 치킨, 피자 등 외식과 완성품을 주로 판매하는 편의점 등과 같을 수는 없다”며 “각 업종별 차이점을 인정한 제도 등이 나올 때 프랜차이즈산업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가맹점주들의 의식개선이다. 스스로 사업주체라는 점을 인식해 가맹점주 스스로 가맹본부와 동등한 협상 주체라는 점을 깨닫고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하며, 만족할만한 조건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는 명확한 의식들이 확산돼야 결국 가맹본부나 가맹점주 모두 의식수준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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