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살충제 사고로 촉발된 계란의 안전성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6>
유럽發 살충제 사고로 촉발된 계란의 안전성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6>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8.2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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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민 등 생산 단계 안전관리에 허점 노출
제조업 수준 적용해야 “Farm to Folk” 가능

인체에 치명적인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달걀이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등지에서 발견되면서 살충제 달걀 공포가 전 유럽으로, 심지어는 아시아 홍콩까지 확산돼 계란 기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벨기에 제약업체가 제충(除蟲)효과를 높이기 위해 ‘피프로닐’을 섞은 살충제를 만들어 판매한 것이다. 벨기에 연방식품안전청(AFSCA)은 지난 6월 하순 피프로닐 오염 계란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86개 농장을 폐쇄했다고 한다. 이에 식약처는 조사결과 국내 유통 달걀에서는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적이 없고, 올 상반기 스페인산 달걀 100만개가 수입됐지만 역시 살충제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농식품부는 국내산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하상도 교수
최근 유럽발 ‘살충제 달걀’ 공포로 유럽 밥상에서 계란이 사라졌다고 한다. EU(유럽연합) 국가에는 영국발 광우병 파동은 물론 병원성대장균 죽음의 오이, 벨기에산 돼지고기 다이옥신 검출사건, 말고기 스캔들 등 식품파동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유럽발 계란파동은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게까지 미쳐 그동안 쉬쉬하던 생산단계 사료나 가축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살충제 및 항균제 안전성 문제가 곪아 터졌다. 그것도 친환경 계란에서 터졌다. 예견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농축어민, 생산자들은 안전관리의 예외 특권층이라 그 간 쉬쉬했던 거라고 한다.

‘피프로닐’은 계란에 바퀴벌레, 벼룩,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기 위해 사용된 저독성 살충제 성분으로 식용 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쥐에서 급성 반수치사량(LD50)이 97mg/kg이며, 美 환경청(EPA)은 인체발암가능물질인 그룹C로 분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를 2급 보통독성 살충제로 분류해 다량 섭취 시 간, 갑상샘, 신장 손상을 우려하고 있다.

2005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장어 등 양식장 말라카잇 그린 사건이 생각난다. 이는 1949년부터 물곰팡이를 억제하는 살균제로 전 세계 양식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돼왔다. 하지만 소화기계통, 유전독성 등 인체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식품 중 사용이 금지됐다. 그럼에도 양식업자들은 여전히 연어, 송어 등 수정란에 기생하는 수생균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고 값이 싸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국민 한 사람당 닷새에 1개꼴 먹는 고단백 생식품
친환경 산란계 농장서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 검출 

그 간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특히 닭, 계란으로 대표되는 양계산업이 급성장해 쌀, 돼지고기에 이어 총 농업생산액의 10%를 차지했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주일에 다섯 번 이상 계란을 먹었던 것이라 한다.

그러나 최근 유럽발 살충제 달걀사건 등 계란과 관련된 부정적인 보도가 많아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계란은 고단백 생식품이지만 쉽게 부패되고 미생물 오염과 해충 공격에도 자주 노출된다. 소비자원의 분석 결과에서도 계란 관련 소비자 불만은 계속 늘어가고 있다. 불만 1위는 ‘상온 보관·판매 시 신선도 및 부패변질 우려’이며, ‘잔류 항생물질’ ‘품질등급과 유통기한 위반’ ‘영양성분 강화 계란의 신뢰성 확보’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연유로 이번 계란 살충제사건도 발생한 것이고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살모넬라 식중독균 오염, 불량계란 및 곰팡이 핀 썩은 계란 유통, 계란 가공품의 유통기한 위·변조 등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체 발암가능 물질로 분류…식용 가축에 사용 금지
양계장 등 달걀외 살충제 구매·사용 현황도 조사해야
 

게다가 계란은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상 알레르기 주의표시를 반드시 해야 하는 요주의 식품이다. 한 때 중국에서 제조된 ‘가짜계란’이 TV에 보도되면서 화제가 된 적도 있었고 시판되는 ‘무항생제인증’ 계란에서 항생제가 검출된 사건도 많았다.

이번 사건 대책으로 농식품부와 지자체는 산란계 농장 계란에 대해 살충제 성분검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피프로닐 성분이 벼, 반려동물, 바퀴벌레 퇴치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피프로닐이 아닌 비펜트린 등 다른 성분이 우리나라 산란장에서 사용된 것이 입증돼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커 보인다.

아울러 살충제는 사용됐더라도 농도에 따라 다르긴 하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불활성화 돼 산란장이나 유통 계란을 검사해도 불검출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살충제 잔류검사는 빙산의 일각이고 더욱 광범위하게 우리나라 산란장 전체에서 사용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나 소보원 등 감시기관에서는 계란에 대해서만 조사할게 아니라 우리나라 양계장, 산란장을 대상으로 살충제 유통, 구매, 사용현황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

지금은 2017년이다. 그동안 눈감아 줬던 생산자인 농축어민에 대한 안전관리를 식품제조업 수준으로 공평하게 적용해야 하며, 영세한 농장이라도 예외 없고 특혜 없는 안전관리 행정을 펴야만 진정한 ‘Farm to Folk’ 식품안전을 확보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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