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대응 실종 ‘살충제 달걀’ 키워
선제적 대응 실종 ‘살충제 달걀’ 키워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8.21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 불안→식품 업계 피해 확산

‘살충제 계란’ 파문이 전국을 강타했다. 정부가 산란계 농장 123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52곳(21일 현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달 초 ‘살충제 계란’ 문제로 발칵 뒤집힌 유럽을 보며 우려했던 일이 국내에도 벌어진 것이다.

후폭풍은 거셌다. 식품대기업과 대형마트에서 납품받은 계란에서도 검출됐으며, 직접적인 영향이 없었던 치킨업계는 매출이 20%나 하락하는 등 된서리를 맞았다.

농식품부는 TF를 마련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고, 지난 10일 “국내 계란은 문제없다”고 발표해 논란을 겪고 있는 식약처장은 야 3당 의원들에게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농식품부와 식약처간 ‘엇박자’ 대응이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계란 생산단계 안전은 농식품부, 유통과 소비 단계 안전은 식약처가 관할하는 체계 탓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1일 새롭게 추가된 3곳의 농장을 제외한 49개 부적합 농가 계란의 유통단계 추적조사를 실시한 결과 판매업체 1617개소에서 451만1929개 계란을 압류·폐기했다.

실제 이번에 논란이 된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살충제 허가는 농식품부에서 관할하지만 잔류농약 설정기준은 식약처에서 정한다. 잔류농약에 조사에서도 유통 전 단계(농가)는 농식품부, 유통 후 전 과정은 식약처에서 분담하고 있어 효율면에서 떨어진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이번 사태의 주무부처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중복 발표가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국무총리가 범정부적으로 관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의 안일한 행정주의가 빚은 예견된 참사라고 주장했다.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영영 묻혔을 사안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오래 전부터 예견돼왔고 정부가 미리 대응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 볼 수 있다”며 “고온현상으로 닭 진드기 번식이 늘고 비위생적 사육환경 속 농가에서 성분 확인없이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그동안 수수방관해 온 정부의 미온적 대처가 빚은 참사”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식약처 엇박자…사후 대처도 혼선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 결과 발표 신뢰성 의문
 

사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달걀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작년 9월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2013년 초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시중 유통된 달걀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을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지적하자 식약처는 부랴부랴 전체 산란계 농장의 4%인 60여 곳만 조사를 실시해 유해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눈 가리고 아웅’식 발표를 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소비자연맹에서도 ‘유통계란 농약 관리방안 토론회’를 열고 △닭 진드기 등 명확한 감염실태 모니터링 △피프로닐 및 비펜트릴 등 살충제 조사 △유통업체 달걀 납품 시 잔류농약 분석 결과서 첨부 △동물이나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약제 등 활용 닭 진드기 구제효능 연구 확대 등의 지적사항을 식약처에 전달했지만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초 불거진 유럽발 ‘살충제 계란’과 관련해 국내 달걀의 안전성이 거론되자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서둘러 전체 산란계 농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나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조사결과의 신뢰성 문제다. 전수조사 중간결과 발표에서 전혀 상관없는 농가를 포함시키거나 부적합 농가의 개수에서도 혼선을 빚으며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비펜트린이 검출된 C사 ‘알짜란’의 경우만 보더라도 식품업계 최고의 검사시설과 장비를 보유한 C사는 2주 전 식품안전센터를 통해 내부적으로 살충제 성분 조사를 진행했지만 조사 결과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정부 조사결과와 상반된 반응을 보여 진실공방의 귀추가 주목된다.

게다가 가남지점 농가의 경우 사육규모가 40만3747마리에 달하고 계란 생산량도 28만3000개 달하는 대규모 농장인 만큼 사용 불허한 살충제를 사용했다는 점을 놓고 양계업계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가남지점은 현재 농식품부에 재검을 요청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사와 같은 식품 대기업의 경우 검사설비 및 장비가 300여 개가 넘을 만큼 정부 검사보다 더 까다롭게 진행된다”며 “정부가 급한 마음에 조사를 진행해 알려진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