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경보’ 울렸는데 뒷짐…안이한 농식품 행정 도마에
‘빨간 경보’ 울렸는데 뒷짐…안이한 농식품 행정 도마에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8.21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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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감·소비자단체 등 ‘살충제’ 문제 이미 지적…정부 예산으로 약제 보급도

전국에서 ‘살충제 계란’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며 정부의 안일한 행정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21일 현재 전국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는 52곳이다. 전수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달걀은 시중에 유통돼 평시 96% 수준을 회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도 살충제를 무차별 살포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친환경 제품이라고 일반 계란보다 40%가 더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 소비자들만 우습게 된 것이다. 정부의 친환경 인증은 현재 ‘유기농’ ‘동물복지’ ‘무항생제’ ‘1등급’ ‘로하스’ 등이 있다.

게다가 살충제 보급도 정부가 예산을 들여 보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 초 ‘닭 진드기 방제약품 지원사업’ 일환으로 전국 13개 시도에 총 3억 원을 방제약품 구입비용으로 지원했으며, 예산을 지원받은 지자체는 일반 농가뿐 아니라 모든 살충제를 사용할 수 없는 친환경 농가에도 살충제를 보급했다.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의 독성 정보]

물질명

구분

독성

비고

피프로닐
(
페닐피라졸계
)

급성

중간독성(랫드 경구 LD50 97mg/kg bw)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 방역관리를 위해 실내외에서 광범위 사용되는 살충제-모기, 벼룩, 바퀴벌레 구제

만성

증체량 감소, 간장 독성, 갑상선 독성, 생식독성,
신경독성

암원성

마우스, 랫드에서 증거 없음

일일섭취
허용량
(ADI)

0-0.0002mg/kgBW (랫드 2년간 암원성,100)
* 급성독성참고치(ARfD) 0.003mg/kgBW
(랫드 신경독성, 안전계수
700)

비펜스린
(
피레스로이드계
)

급성

중간 독성(랫드 경구 LD50 53mg/kg bw)

불개미에 사용되는 합성 피레스로이계 및 진드기 살충제- 그 외 진딧물, 벌레, 진드기, 파리, 벼룩 등에도 효과적임

만성

떨림, 경련, 발생독성,신경독성

암원성

마우스 없음

일일섭취
허용량

0-0.01 mg/kg bw(랫드 발생독성, 안전계수 100)
* ARfD: 0.01 mg/kg bw
(랫드 급성신경독성 , 안전계수
100)

에톡사졸
(
디페닐옥사졸린계
)

급성

낮은 독성(랫드(경구)LD50 >5,000mg/kg bw)

거미진드기 살충제

만성

간독성

암원성

마우스, 랫드 없음

일일섭취
허용량

0-0.05 mg/kg bw(90,1, 안전계수 100)
* ARfD:
불필요

플루페녹수론
(
벤조일 레아계
)

급성

낮은 독성(랫드 경구 LD50 >3,000mg/kg bw)

관상용 식물, 과수원 진드기 살충제

만성

증체량 감소, 용혈성 빈혈

암원성

가능성 없음

일일섭취
허용량

0-0.01 mg/kg bw(90,1, 안전계수 100)
* ARfD:
불필요

피리다벤
(
피리다지논계
)

급성

낮은 독성(랫드 경구 LD50 570-1,100 mg/kg bw)

진드기 살충제

만성

증체량, 체중 감소

암원성

마우스 없음

일일섭취
허용량

독성참고치(RfD): 0-0.005 mg/kg bw
(
, 1(경구), 안전계수
100)

* 자료출처: www.inchem.org, WHO, FAO, JMPR 등 평가자료

전수 조사서 52곳 검출…친환경 인증 31곳 차지
상당수 인증 기관에 농피아 포진…유착 관계 눈총 

이번에 적발된 친환경 인증 농가는 경기 남양주시, 전남 나주시 등 총 31곳으로 전체 부적합 농가 중 50%를 넘는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농식품부는 뒤늦게 친환경 인증 농가에 살충제 지원을 끊겠다며 ‘사후약방문’ 행보를 보여 졸속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농축산물의 친환경 인증서 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 인증기관 상당수에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들이 포진돼 있어 농관원과의 유착관계를 형성,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국회농해수위 현안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 8월부터 살충제 계란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었고,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맹독성 약품을 닭과 계란에 살포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게다가 올해 4월에는 소비자연맹에서 시중 계란에서 잔류 농약이 나온 사실 보고하고 공문까지 보낸 사실이 있는데, 농식품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너무 안이하게 바라본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자유한국당 권석창 의원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조차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는 허술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권 의원은 “친환경 인증은 민간이 인증하는 부분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고 사업면에서도 영리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문제점이 커지고 있다”며 “친환경 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도출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인증의 내실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민간 인증기관 64곳을 통폐합하고, 이번 기회에 친환경 축산물 문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친환경 인증제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권 의원은 계란뿐 아니라 닭의 유통과정에 있어서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란기가 지난 노계의 경우 마리당 400원내지 500원에 특정 회사의 식품원료로 통조림 가공공장으로 판매가 되는데, 피프로닐에 검출된 농가의 닭이 이러한 2차 가공품으로 쓰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장관은 “안전을 위해 기준치 이하라도 전량 수거해 폐기 하겠다”며 “피프로닐이 검출된 닭이 통조림 가공품에 쓰일 수 있어 추적관리를 하겠다”고 답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살충제 파동의 원인인 닭 진드기 문제는 7~8월 극성을 부리지만 정작 농식품부 조사는 3~5월에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교육 역시도 이번 파문이 일어나자 뒤늦게 전국 4개 권역(경기·충청·경상·전라)에서 실시한다는 것은 잘못된 행정이며, 뒷북 교육”이라고 비판했다.

식약처에 뭇매…생산 농가 윤리의식 결여도 한몫
살충제 종류·사용 기준 정하고 동물복지 개선해야

식약처는 더욱 뭇매를 맞고 있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지난 10일 유럽발 살충제 계란과 관련 “국내산 달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국민들이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지만 그 시간 농식품부는 국내 양계농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야3당은 “정확하지 않은 발언으로 국민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일제히 류영진 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지난 4월 소비자연맹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우려한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별다른 후속조치는 없었다.

생산농가의 윤리의식 결여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번에 적발된 친환경 인증 농가들은 거리낌없이 사용이 불허된 살충제를 살포했다. 친환경 인증 농가 중엔 화학살충제 사용 금지 자체를 모르는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일반 양계농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살충제를 12종이지만 갈수록 내성이 강해지는 해충들에게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한다”며 “이 때문에 농가들은 효과가 좋다면 성분은 따지지도 않고 독성물질이 포함된 살충제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피프로닐은 새롭게 개발된 살충제 계열로, 페닐피라졸 계열의 살충제다. 인체와 접촉 시 간장독성과 갑상선에 영향을 미치고 신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박완주 의원은 “현장에서 일부 농장주들은 농약지식이 부족해 본인들이 사용하는 농약에 금지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모른다”며 “농장주교육뿐 아니라 사용 가능과 불가능한 농약성분에 대해 농약사도 농장주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농식품부의 철저한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호서대 정상희 교수 역시 “정부가 현장에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살충제를 정해줘야 하는데 무조건 못 쓰게 하면서 잔류허용기준도 안 정하고 사용기준도 안 정하다 보면 결국 양계농가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정부의 살충제 규정마련을 촉구했다.

△국내 양계농장은 가로 20㎝, 세로 25㎝ 밀집형 사육시설에서 관리돼 질병에 취약한 실정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육환경 개선 부분이다. 현재 국내 산란계 농가는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로 불리는 철창에서 밀집사육을 한다. 닭 한 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은 가로 20㎝, 세로 25㎝로 규정돼 A4용지 한 장보다 작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산란계 농가 1464곳 중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가는 92곳에 불과해 약 94%의 농가가 배터리 케이지를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 인증 농가도 대부분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과거 마당에서 키우는 닭들은 흙목욕을 하며 자연스럽게 진드기를 털어냈지만 밀집된 닭장은 이러한 질병에 취약해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살충제 살포가 반복되면 해충에도 면역이 생긴다. 이번 피프로닐처럼 새로운 살충제가 등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매년 상승하는 온도도 진드기의 급증에 한몫하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 해충의 성장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밀집사육은 닭 사육밀도와 진드기 밀도를 높이고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키워 더 강한 독성의 방제를 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공장형 밀집사육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03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신축을 금지하고 신규 축사는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이 0.075㎡ 이상인 ‘복지형 케이지’ 사용을 의무화했다. 2012년부터는 기존 농가에서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AI사태에 밀집형 케이지가 원인으로 지목되며 산란계 1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을 0.05㎡에서 유럽 수준인 0.07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10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아직 관련법 개정 작업은 시작도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한 유럽조차도 이번에 살충제 계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축산업 자체를 동물복지와 같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선진국에서는 동물복지 차원의 사육시스템, 사료 공급, 성장촉진제 사용, 적정규모의 사육 등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가축의 분뇨마저 자연자원으로 정의해 토양환원을 통한 환경보전을 이루고자 가축분뇨 살포시기의 제한, 일정용량 가축분뇨 저장시설 설치 의무 등의 체계적인 처리를 하고 있다.

영국은 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에서 동물 복지 상태에 따라 인증하는 ‘프리덤 푸드(Freedom Food)’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인증기준 내용 등이 세계적인 동물복지 인증과 운영의 표본으로 활용될 정도로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프랑스는 방사형으로 사육된 닭과 달걀을 ‘Label rouge’라는 동물복지 축산물로 인증하고 있다. 덴마크는 각 축종별 동물 복지 기준을 준수한 생산자에게 동물복지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축산농가와 육가공업체, 소매업체들이 공동으로 선제적인 동물복지 기준 마련에 들어갔다. 선제적 동물복지는 소매업체들이 고기와 소시지 등을 판매할 때 1㎏당 4센트를 적립해 참여 농가들에게 보너스로 줌으로써 동물복지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이에 동참했는데, 네슬레는 자체적으로 동물복지 기준 마련에 나서 유제품·육류·가금류·달걀 등을 납품하는 전 세계 7300 여개 업체들은 새로운 동물복지 기준에 맞춰 생산한 제품만 납품할 수 있다.

또한 작년 미국에선 월마트와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이 2025년까지 판매하는 계란을 모두 방목사육 방식(cage-free) 계란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내 역시 올가홀푸드는 케이지가 아닌 넓은 평사에서 1평당 9마리 이하의 닭을 키우는 환경을 조성하고 자유 방목하고 있으며, 하림은 동물성 단백질이 함유되지 않은 식물성 사료로 닭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공기 농도 조절과 함께 6시간 안정된 수면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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