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인체 위해성 의견 엇갈려
‘살충제 계란’ 인체 위해성 의견 엇갈려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8.24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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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쳐 “매일 2.6개 이하 섭취 땐 안전” 발표
의사협회 등 “소량이라도 장기 땐 유해 가능성”

“인체 위해 불명확 시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성 독성에서 자유로운 식품 없다. 결국 양이 문제.”

‘살충제 계란’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쟁점은 장기간 섭취할 경우 위험성 여부를 판단하는 ‘만성’이다.

식약처는 21일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성분이 포함된 달걀이라도 평생 동안 매일 섭취해도 2.6개 이상을 섭취하지 않을 경우 안전하다고 발표했으나 다음날 의사협회, 환경보건학회 등은 즉각 독성일 경우 소량이라도 장기 섭취 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급성 독성 영향은 없을 수 있으나 장기 섭취 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정부의 발표는 이르다고 주장하며, 만성 독성일 경우 현재 동물실험 외에는 연구결과가 없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식약처는 “위해 평가에 포함된 만성 위해도는 평생 매일 계란을 먹는 경우를 추정해 평가한 것”이라며 “계란뿐 아니라 계란이 들어간 가공식품까지 포함한 국민 계란 섭취량과 검출된 살충제 최대 용량을 대입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했다”고 재반박했다.

하지만 23일 네덜란드 식품소비재안전청(NVWA)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계란을 아이들이 오랫동안 먹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해 식약처와 정반대 결론을 내려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농장 180곳을 폐쇄하고 해당 농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계란을 폐기했다.

유럽에서도 만성 위험을 주목한 것이다. 이를 두고 D 대학의 한 교수는 “인체 위해성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원칙인데, 수량까지 정해놓고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주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면피하려는 자기방어적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국내보다 16배 검출…단순 비교 불가 

반면 K대 한 교수는 “만성 독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식품이 어디있나. 모든 식품은 극히 미량이지만 독성을 포함하고 있다. 적절한 양을 섭취하면 될 부분인데, 일각에서 이를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세명대 바이오식품산업학부 오창환 교수는 유럽과의 비교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계란에선 피프로닐이 계란 ㎏당 최대 0.0763㎎가 검출된 데 반해 EU 17개국에선 최대 1.2㎎이 검출돼 우리나라보다 16배가량 많았다”며 “EU에서 피프로닐이 가장 많이 검출된 계란을 3∼6세 아이가 섭취할 경우 계란 세 개만 먹어도 급성독성참고량(ARfD)을 1.3배나 초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우리나라 3∼6세 어린이가 현재까지 국내에서 피프로닐이 가장 많이 검출된 계란을 먹는다고 가정 시 하루에 계란 두 개를 먹으면 ARfD의 5%, 네 개를 먹어도 11%를 섭취하게 되므로 급성독성에 관해 안전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오 교수는 식약처의 위해평가 결과는 상위 97.5%(극단 소비층)에서 조사가 이뤄져 과대평가돼 실제 살충제 계란의 위험은 식약처 발표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충북대 수의대 최경철 교수(한국독성학회 사무총장)는 “식약처가 각 살충제의 위해성을 아주 극단적으로 평가한 결과 살충제 오염 계란을 통한 급성과 만성 위해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염된 계란을 먹었더라도 분변이나 소변을 통해 대부분 살충제는 일주일 이내에 90% 이상(플루페녹수록은 30일) 배출되므로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피프로닐의 경우 과다 섭취하면 어지럼증·구토·복통·두통·현기증 등 독성물질오염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 신장 등 인체 내부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선 닭에게 사용이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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