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계란 위해성평가 발표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7>
살충제계란 위해성평가 발표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77>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08.2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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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유해성 정부-전문가 의견 달라 소비자 불안
옳고 그름 아닌 국가별 위해성 관리 정책이 기준

‘살충제계란’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8월 21일 ‘살충제계란 위해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 중에서 계란을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5%의 사람들이 살충제가 최대로 검출된 계란을 섭취한다는 최악의 조건을 설정해 실시한 살충제 5종의 위해평가 결과, 건강에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프로닐 오염 계란은 1~2살짜리가 24개 먹어도 문제가 없으며, 국민 평균 성인은 평생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달걀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은 섭취 시 한 달 이내에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정부가 살충제 계란을 섭취해도 건강에 무해하다는 입장을 내놓자, 의료계와 보건환경 전문가들이 즉각 반발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에그포비아’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지만 살충제 계란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소비자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어떤 소비자들은 위해성평가 발표를 듣고 “그럼 매일 2.6개보다 더 먹으면 즉, 3개씩 먹으면 위험하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사실 위해성평가 결과치와 실제 인체 위험성(risk) 간에는 안전마진 즉, Gap이 커서 어느 정도 더 먹는다고 곧 바로 위해성을 주지는 않는다.

의료계는 정부의 위해성평가 결과에 총론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즉, 장기간 섭취한 만성적 위험성 사례 보고가 없는 시점에서 “살충제 달걀을 영·유아는 하루 24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단정한 정부 발표”는 적절하지 않은 대응이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8월 18일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심각한 유해를 가할 정도로 독성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될 상황은 아니다"는 공식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환경보건학회도 성명을 내고 “일상적 수준으로 계란을 섭취하는 경우 급성독성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나, 만성 위해성평가를 해결해 주지 못한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급급한 발표였다”고 비판했다. 즉, 신경독성에 근거한 피프로닐의 급성독성참고치는 0.003㎎/㎏이지만, WHO와 국제식량기구(FAO)에서 정한 만성 허용섭취량은 급성독성 참고치보다 15배 낮은 0.0002㎎/㎏에 불과해 매일 먹는 음식은 만성독성 영향 분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벨기에 연방식품안전청 등에서는 피프로닐 급성참고용량을 독성기준으로 삼고 계란 위해성평가를 수행했다. 안전관리대책 마련을 위한 인체 위해성평가에는 급성독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위해성을 따져 보면, 유럽에서는 무려 기준치의 60배가 넘은 달걀도 확인됐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계란에 오염된 살충제가 '잔류허용기준'을 조금 넘는 정도였고, 최악의 경우가 21배였다. 그러나 오염된 달걀 때문에 실제로 부작용을 경험한 소비자가 있다는 소식은 없다. 이미 산란계 살충제 살포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 십년 간 이어져 왔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 동안 우리가 이 계란을 먹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란 살충제로 발생한 어떤 부작용 보고도 없었다. 이보다 더 정확하고 많은 임상사례가 또 있을 수가 있을까 싶다.

이 엇갈리는 주장은 식품의 위해성평가라는 fact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해와 관심별 해석 차이가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Risk communication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의사나 독성학자들은 “아무리 작은 위해요소(hazard)라도 존재하기만 한다면 바로 지금 급성으로 독성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만성적으로 언젠가는 인체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작은 확률의 위험성(risk)도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계란 외 다른 식품을 통한 통합 위해성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식품안전학자들의 위해성평가 기본 개념은 좀 다르다. “식품 중 위해인자가 미량이라도 검출돼 미미하게나마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경우 사람이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집한다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하나도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계란이 문제라면 쌀, 우유, 고기 모두 문제라는 생각이다.

양측 모두 누가 맞다 틀리다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따질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양측 모두 맞는 말이고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위해성평가는 목적에 따라 정부에서 안전관리를 위해 수행할 수도 있고, 의사나 독성학자가 건강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활용할 수도 있고, 기업이 품질관리를 위해 할 수도 있다.

이번 위해성평가는 정부가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안전관리를 위해 신속히 실시한 것이다. 이론, 과학을 근거로 최적화된 현실적인 안전관리용 위해평가 tool을 활용한 것이라고 본다. 정책은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다. 폭발 직전인 소비자의 계란에 대한 공포와 의구심을 가능한 신속히 해소하고 계란산업도 안정화시켜야 할 의무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달리 네덜란드 식품소비자안전청(NVWA)은 “계란은 오랫동안 아이에게 먹이면 위험할 수 있으니 먹이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계란의 장점보다 문제를 더 크게 본 것이다. 이것이 정부의 ‘위해성관리’다. 누가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나라의 상황에 맞는 정책적 판단이다.

과학자들은 더 이상 장님 코끼리 만지 듯 이번 사태의 한 쪽 면만을 부각시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진단해 주고 재발방지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대책 마련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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