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형 이전에 국민 공감하는 ‘안심 정책’ 시급
동물복지형 이전에 국민 공감하는 ‘안심 정책’ 시급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8.28 0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트롤 타워·분산된 식품 안전관리에 허점 노출
본지 주최 제5회 수요포럼…살충제 달걀 방지 대책 방안 모색

작년 말부터 시작된 AI 여파로 대란을 겪은 계란이 이번엔 살충제 파문에 휩쓸렸다. 계란은 우리 식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계란찜, 계란말이, 계란 프라이 등 밥반찬은 물론 김밥, 볶음밥 등 외식을 비롯해 과자, 아이스크림, 빵, 분유 등 모든 먹을거리에 이용되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은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키운 1차 원인은 정부의 안일한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식품업계는 유럽발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되자 자체적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등 정부보다 발 빠른 대응을 보였다. 먹을거리에 대한 논란이 될 때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도 정부는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23일 본지 주최로 개최된 제5회 수요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위기는 기회다! 살충제 달걀사태 방지대책 방안 모색’을 주제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박용호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달걀, 우유 등과 축산식품은 단시간 내 소비해야 하는 만큼 사전 예방을 통한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유통·관리체계가 더욱 요구된다.

△박용호 교수
특히 식품안전 우려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확실한 과학적 안전근거(scientific evidence)를 확인하고 기간별, 개체별, 환경요인 등을 감안해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정확히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4월 계란 유통 실태에 대해 정부에 의견을 제시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정부 부처가 당시 깊은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계농가를 방문해보면 축사 시설 위생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살충제 계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동물복지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가격, 위생, 유통 등 문제와 현재 축산 사육시설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대안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 보다는 소비자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전예방 차원의 안심정책이 수립이 시급하다. 농약이나 살충제 등도 항생제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내성이 쌓여 고농도 사용과 사용빈도가 증가돼 동물이나 식품에 축적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식품 안전 문제에 있어 컨트롤타워는 분명 식약처다. 하지만 총리 산하 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 실제 분과위원회 회의도 없다. 과연 컨트롤타어 역할과 예방이 될 수 있겠는가.

안전에서 안심으로 가는 길에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구축돼야 하는데, 그 과정에는 투명성이 선행돼야 한다. 즉 과학적 안전 보장은 신뢰라는 믿음을 통해야만 비로소 안심이라는 결과를 이룩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보의 투명성(transparency)’이다. 모든 권력과 권한을 가진 쪽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위해 및 위험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함으로써 담당부처와 국민간 신뢰를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부적합 중 절반 이상이 친환경…인증제 고쳐야
官 주도 방식도 원인…민간 자율관리 여건 조성을 
 

◇조윤미 C&I소비자연구소 대표=이번 부적합 판정 농가는 전체 산란계 농장 가운데 5%도 안돼 오히려 유럽에 비해 광범위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같이 소비자불안을 야기시키고 국민적 충격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식품안전당국 공무원들의 아마추어 같은 위기대응 방식과 국가가 관리해 오고 있는 고비용의 친환경인증의 부실 및 안이함이 몰고 온 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윤미 대표
적합 판정 농가 중 31곳이 친환경인증을 받은 곳이다. 식품 위해요소 중 화학적 위해요소를 중점 관리하기 위한 인증제도로 살충제뿐 아니라 동물용 항생제나 동물약품도 사용해서는 안되지만 기본적인 인증조건을 지키지 않았다.

때문에 친환경인증제도 전반에 검증이 필요하다. 민간검사기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수익이 불가능한 인증비용으로 영업을 유지하려니 각종 부실인증이 속출하는 이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친환경 달걀은 일반 달걀에 비해 30~40% 비싸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란계 농장의 99%는 밀집사육을 한다. A4용지 한 장짜리 공간에 닭들이 머리만 내밀고 알을 낳는다. 이런 농장들은 기본적으로 친환경인증을 받기가 정말 어렵다. 그럼에도 전체 농가의 55%인 683개 농장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닭진드기다. 여름철이 되면 닭 한 마리에 진드기 30만 마리가 서식한다고 한다. 농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지만 정부에서 정보를 안 준다.

유통과정도 문제다. 계란의 경우 집하장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는 4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개인 수집상이 트럭을 몰고 와 계란을 유통하는 것인데, 제대로 된 검사는 물론 난각코드도 없이 유통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난각코드의 전제는 문제 발생 시 유통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력추적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그렇다.

이번 문제는 식품안전관리 체계 구축의 미완성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모든 식품안전관리를 한 부처에서 할 필요는 없지만 생산단계, 제조단계, 유통단계로 쪼개지고 축산, 수산, 가공식품, 수입식품 등 대상별로 안전관리 체계가 나눠질 경우에는 컨트롤 타워 기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품안전 컨트롤 타워는 식약처다. 농식품부는 식품안전 사고에 관해 식약처 진두지휘 하에 역할을 분담해 움직여야 한다. 친환경인증제도를 다시 살펴보고, 식약처 살충제 사용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파악해 농가에 알려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

◇김종식 중소기업식품발전협회 부회장=살충제 계란 사태를 보며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을까 우려됐다. 사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2차 피해가 업계에 닥친다.

△김종식 부회장
계란을 사용하는 제빵업계 등은 물론 산란계 노계 유통 부분이 문제되면서 삼계탕 등 닭고기 업체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계란에 대한 엄청난 규제가 예상돼 업계는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사실 이번 사태는 계란의 문제가 아닌 무차별 살충제 살포 부분이다. 이달 초 발생한 유럽에서도 계란이 아닌 살충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계란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돼 소비자들의 기피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의 체계적인 식품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으로 사전 예방 체계가 마련되길 바란다.

불신·판매 부진 등 우려…관련 기업에 엄청난 피해
사전 예방 체계·안전한 원료 공급 기반 마련해야
정부 사후 과잉대응도 문제…신뢰 회복에 힘 모아야
    

◇김성혜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 팀장=살충제 계란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은 계란을 사용하는 가공식품, 외식까지 기피하고 있으며, 식품산업 전체 안전성도 의심하고 있다.

△김성혜 팀장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제품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고 식품산업 전반에 걸친 식품안전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져 그동안 업계가 지속적으로 노력한 식품안전 분야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 계란 수급의 불완전, 원료가격 상승, 제품 판매 부진, 소비자 외면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식품산업계는 여러 부처에 산재돼 있는 법령을 통해 많은 규제 속 식품안전 확보를 위해 우수한 제품생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와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명성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우리나라 식품 안전성에 문제가 알려져 글로벌 시장에서도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또한 생산자나 영업자가 영세하기 때문에 보호돼야 한다는 명분으로 식품안전이 소홀해지고 관리가 부실해진다면 체인처럼 연결되고 움직이는 식품위생의 안전 확보는 어려워질 것이며 지금과 같은 식품사고와 식품공포는 계속될 것이다.

식품을 관리하는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자전거와 구조와 같은 바퀴를 하나씩 갖고 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진흥과 안전을 담당하고 있지만 각 부처가 담당하는 역할만을 고수하기 위해 집중한다면 동력과 방향을 전달하는 체인의 시스템을 나누지 못해 그 자전거는 나아가지도 서있지도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정부의 시스템 유지와 잘못된 제도를 정비하고 안전한 식품원료를 공급해 건전한 식품산업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계란 생산농가 역시 농장에서부터 닭의 질병, 미생물 오염, 친환경 사육, 위해요소 제어, 모니터링 등 관리와 감독을 통해 가공제품과 급식 및 외식의 안전한 재료가 되고 국민건강에 일조하며 계란의 가치와 중요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김태민 식품법률연구소 대표=얼마 전 무항생제 인증농가에서 납품받은 계란으로 인해 알가공 제조회사에서 항생제가 검출돼 소송에 휘말린 사례가 있다. 문제는 농가에서 납품받은 계란이지만 처벌은 제조업체가 받는다는 것이다.

△김태민 변호사
식약처는 이미 작년부터 이러한 친환경인증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각 지자체에 제조업체 관리를 지시하고 행정처벌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제조업체들이 농가에서 건네받는 계란을 검사하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잔류농약기준에 애를 먹는다. 게다가 법에 명시된 방법에 의해서만 실시해야 하고 다른 검사는 인정하지 않는다. 전직 식품안전정보원장도 현행 잔류농약기준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데 일반인은 어떨까?

특히 검사비용만 월 1억 원가량 소요돼 제조업체에서는 자체 검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해 이러한 일들이 발생할 경우 꼼짝없이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 살충제 계란사태는 모든 제도를 정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촉발된 사안이다.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상도 교수
포럼 진행을 맡은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농가의 불법성 살충제 살포에 따른 위해성 평가부분임에도 정부는 농장 출하 중단, 유통된 계란 회수·폐기 등 초강수를 두었는데, 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계란에 대한 공포감만 조성해 계란 위해성 문제로 번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란이 된 친환경인증도 마찬가지다. 인증은 프리미엄으로 인식돼야 함에도 정부는 인증을 질이 아닌 양을 목표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로

△이군호 대표
인해 인증부실 문제가 항상 지적되고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식품의 안전성 유무만 판단하고 인증기관은 민간에게 이양해야 한다. 정부 주도로 할 경우 효율적인 면에서 장점은 있으나 이번 ‘관피아’ 등 우려도 공존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군호 본지 대표는 “우리는 신뢰를 상실한 슬픈 일을 겪고 있다. 믿음 없이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의 관리 소홀 및 부재, 4%를 차지하는 부적합 농가가 결국 전체 계란의 신뢰를 깨트렸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부, 학계, 업계, 소비자 등이 합심해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살충제 계란’ 사태 조기 종식을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