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세’ 음료 시장 판도 바꾸나
‘소다세’ 음료 시장 판도 바꾸나
  • 배경호 기자
  • 승인 2017.09.0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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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주 감미료 들어간 음료에 세금 부과 시행…다른 지역으로 확산 가능성

지난달 2일부터 미국 시카고 쿡카운티에서는 일명 ‘소다세’가 시행됨에 따라 '원정 구매' 등 소비행태가 나타나 해당 지역 탄산음료 시장에는 암울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반면 건강음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소다세' 또는 '설탕세'
 
◇개요

시카고가 속해 있는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의회는 2016년 11월 10일 탄산 및 청량음료, 병커피와 차, 스포츠와 에너지음료 등 설탕을 포함한 감미료가 들어간 모든 무알코올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례 ‘Sweetened Beverage Tax Ordinance’, 일명 '탄산음료세, 소다세'를 통과시키고 2017년 8월 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주요 골자는 설탕 및 감미료가 함유된 음료에 온스당 1센트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쿡카운티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캔·병·파운틴 음료에 적용된다. 따라서 기존에 1달러에 판매되던 2리터 음료에 감미료가 들어가 있다면 ‘소다세’가 적용돼 67센트 정도의 특별세금이 붙게 된다.

◇과세 영향 및 효과
유통업계와 소매업자, 구매자들 모두가 광범위한 과세 대상 제품과 아직 널리 홍보되지 않은 과세 기준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또 특별세금이 더해지지 않은 음료를 구매하기 위해 카운티 경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소다세가 없는 인근 지역으로 원정 구매를 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또 소다세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쿡카운티 내 영향력은 아직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나, 이미 진행 중이던 탄산음료 시장 하락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예로, 미국 대도시로는 최초로 소다세를 도입해 올해 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경우, 지역 슈퍼마켓 등의 음료 매출이 최대 50%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트렌드의 확대와 더불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탄산음료 업계는 세계적으로 소다세가 이슈화되면서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로비를 진행하는 동시에 건강음료 제품군을 확대하는 등 사업 재편으로 매출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가하고 있다.

◇기대감과 비판
소다세의 명분은 일상적으로 자주 마시는 탄산음료가 과도한 설탕 섭취를 불러일으켜, 미국인들의 건강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설탕 및 인공감미료에 세금을 매겨 구매를 억제시키고, 세금으로 발생한 세입 또한 공중보건 향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소다세의 배경이 되었다. 미국인 건강에 소다세가 미칠 효과는 수년에 걸쳐 지켜봐야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보건 관계자들 및 관련 시민단체들은 소다세를 환영하며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소다세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도 많다. 탄산음료 업계 및 식당, 소매 판매업 관계자들은 설탕을 사용하는 다른 업계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 불공정 법안이라며 즉각 비판을 제기하고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탄산음료 하락 부채질…슈퍼마켓  매출 반토막
시민단체 환영…제조·유통업계선 폐지 움직임
코코넛·탄산수 등 웰빙 건강음료는 반사이익
 
 
■ 과세 대상
 

△설탕은 들어있지 않지만 아스팜때문에 소다세 과세 대상된 ‘다이어트 콜라’
◇정부 지정 감미료 함유 음료는 모두 과세 대상
쿡카운티 정부 및 현지 언론은 설탕 및 감미료가 들어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쉬운 '설탕 무첨가', '칼로리 제로'라고 제품 광고가 돼 있어도 과세 대상인 무칼로리 감미료 아스파탐이나 수크랄로스가 감미료로 들어가는 제품이 많고, 스테비아나 액상과당 등도 과세 대상 감미료이기 때문에 구매 전 음료 라벨 상 성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세 제외 대상
100% 천연 과일 또는 채소 주스, 추가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시럽 및 파우더는 과세가 제외된다. 또 우유와 두유, 쌀우유 또는 유사한 우유 대체 제품도 과세 제외 대상이며 의료용 음료와 유아용 유동식도 제외대상에 포함된다.

■ 시사점
◇갈수록 건강음료 더 찾는 미국인들

최근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100% 천연 탄산수 ‘라크로이’는 칼로리와 설탕, 나트륨, 감미료가 전혀 첨가되지 않은 제품으로, 웰빙음료 소비문화에 수혜를 받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처음 출시된 지는 30년 가까이 됐지만 최근 몇 년간 매출이 껑충 뛰었다.
   
이처럼 소다세가 적용된 이후 미국 시카고 시내 슈퍼마켓에서는 ‘라크로이’를 포함한 설탕 및 감미료가 첨가되지 않는 음료 제품들을 집중적으로 판촉하는 모습을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소다세로 인한 추가적 경제적 부담은 물론, 소다세 이슈화로 인해 이미 미국 사회 전반에서 ‘공중보건의 적’으로 꼽히는 탄산음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다세나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규제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미국 소비자들이 소다세가 적용되지 않는 음료들 중 입맛에 맞는 제품을 발굴하고 구매하며 탄산음료 대안 제품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탄산 자체를 즐기는 미국인들의 입맛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설탕 사용 감소 추세를 고려한 제품 개발과 홍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강음료 라인 확보를 위한 탄산음료 기업들의 인수합병
2016년 11월 탄산음료 닥터페퍼 제조사인 스내플그룹은 항산화성분의 저칼로리 주스를 만드는 바이브랜즈를 인수했고, 펩시코는 유산균이나 효소가 들어간 음료를 제조하는 케비타를 인수했다.

또 미국 대표 청량음료 기업 코카콜라는 세계적으로 탄산음료 소비가 급감하고 미국 내 설탕세 도입이 잇따르며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자, 2016년 6월 알로에음료 업체 알로에LLC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 외에도 천연 차 어니스트티, 유기농주스 수자주스, 지코 코코넛워터 등 다양한 음료회사들에 투자하며 일찌감치 웰빙음료에 대한 의욕을 나타낸 바 있다.

이처럼 미국 주요 탄산음료 기업 대부분이 건강음료시장 진입을 위해 관련 제품군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소다세가 더욱 이슈화되고 다른 지역에서도 도입된다면 탄산음료 제품군이 받는 타격을 상쇄하기 위해 이러한 인수합병 및 협력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자료 제공=코트라 시카고 무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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