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추석선물]‘김영란법’ 영향 5만 원 이하 세트 강세
[특집-추석선물]‘김영란법’ 영향 5만 원 이하 세트 강세
  • 김승권 기자
  • 승인 2017.09.18 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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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살린 1인용 실속·소포장 제품 다양화

한가위의 선물 풍경이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신이 농사지은 햅쌀과 농산물을 주고받던 40~50년대를 지나, 산업화가 한창이던 70년대에 우리는 생필품을 주고받았고 지금은 식음료세트, 패션잡화, 커피, 백화점 상품권까지 선물하기에 이르렀다. 2017년 추석 선물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추석 선물 세트의 트렌드와 주요 상품군을 살펴봤다.

올해 추석 선물 트렌드는 ‘실속’ ‘소포장’ ‘다양화’로 요약된다. ‘김영란법’과 1인 가구 증가의 영향으로 소포장, 실속 제품 수요가 늘어난 흐름이 추석 선물세트로 번진 것이다. 이에 이전에는 대가족 차례상을 위한 상품으로 꾸려진 선물세트가, 이제는 1~2인 가구의 실용성에 맞게 ‘미니포장’되고, ‘가성비’를 따진 다품종 구성으로 변하고 있다.

작년 9월 시행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은 추석 선물의 ‘실속 구성’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는 대체제를 찾아 구성품을 바꾸고 크기를 줄여 값을 낮추는 ‘실속 세트’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격은 낮추면서 만족도는 높이려다보니 한우, 굴비 등 고가 단일 품목 선물세트는 줄고, 소량 저가 다품목 세트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이 선물의 가격을 낮췄지만 수량은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 한 유통업계에 따르면, 추석 선물 예약판매 매출 중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추석기간 대비 51% 신장했다. 전체 평균 36.8%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업계의 사전예약판매는 주로 법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가공식품 중 일부 인기 상품의 수량을 미리 선점할 수 있고, 대량 구매 시 가격 할인도 받을 수 있기 때문. 이번 예약 판매 매출 결과처럼 실속 제품 판매 수량은 전년 대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식품업계는 물론 백화점업계까지 5만원대 이하 실속형 선물세트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CJ오쇼핑은 견과, 양념육, 홍삼 등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품목을 지난 추석 대비 확대했으며 할인 혜택도 최대 90%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보다 5만원 이하 품목을 20% 가량 늘렸다. 랍스타 500g 2마리와 전복 8개로 구성된 4만9900원짜리 선물 상품이 대표적인 ‘김영란법’을 위한 상품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보다 추석 선물세트 물량을 준비하면서 5만원 이하 실속 선물세트 비중을 전년대비 20% 늘렸고 신세계백화점 역시 5만원 이하 세트 상품군을 30% 가량 더 내놨다.

사진=식품음료신문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첫 시행일인 작년 추석에는 B2C소비자들조차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전년보다 축산 선물 세트 매출이 20~30% 떨어졌다”며 “하지만 올해는 실속 선물 세트군의 증가로 매출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트렌드 변화로 1인 가구 증가로 소형 선물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소포장 선물세트’ 비중이 대폭 증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소포장 세트에서 빠질 수 있는 것이 HMR 식품세트다. 올 추석에는 소형가구를 위한 소포장, 다양화된 HMR제품이 선물 세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GS리테일의 지난 해 추석 선물세트 매출을 살펴본 결과 소포장 제품 매출이 2015년 대비 1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한 HMR·참치 통조림·디저트 등도 대열에
CJ오쇼핑 등 양념육·홍삼·견과·랍스터 등 준비
참기름·제주 흑망고·캐비어 등 고급 세트 눈길  
  

이에 업계에서도 소포장 다품종 추석 세트 출시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HMR브랜드 ‘비비고’를 활용해 세트에 녹여냈다. 즉석조리식품인 '사골곰탕', '육개장', '설렁탕' 등 비비고 제품 6개로 선물세트를 구성, 1만~2만원대 가격으로 홈플러스, 온라인 채널 등에서 판매한다. 동원F&B는 스테디셀러인 양반죽 제품을 모아 담은 선물 세트를 내놨다.

롯데푸드는 ‘초가삼간’ 브랜드를 앞세워 혼밥족을 위한 소규모 추석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원터치 캔 형태의 HMR 제품으로 밥 반찬, 안주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초가삼간 제품과 캔 햄 브랜드 '로스팜' 등을 묶어 선물세트로 만든 것. 지난해 추석 팔았던 22종보다 4종이 늘어 총 26종을 갖췄고, 로스팜 120g 선물세트 생산물량은 이 기간 30% 이상 증가했다.

CJ프레시웨이는 미국산 LA갈비’(1.6kg, 4만8900원), ‘크라제 비프스테이크’(11팩, 2만7500원) 등의 양념육 선물세트도 판매하고 있다. 사조해표는 참치를 원형 캔 대신 파우치로 소포장한 참치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60g 크기로 한 번에 먹기 편한 '더 맛있는 사조참치' 제품을 40봉 담아 '사조 파우치 세트'로 출시한다.

사진=이마트

자체 브랜드(PB) 선물세트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이마트는 처음으로 ‘노브랜드’로 구성된 선물세트 10종을 선보였다. 주요 상품은 ‘노브랜드 냉동 한우 정육 세트(4만8800원)’와 ‘노브랜드 배 세트(2만6800원)’ 등이다. 롯데마트는 1등급 한우를 각 부위별로 진공 포장해 1인분씩 꺼내 먹을 수 있는 ‘한우 간편포장 한 마리 세트’와 개별 팩으로 포장한 ‘전복장 세트’ 등을 판매한다.

편의점도 1인가구를 위한 선물세트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25는 PB상품 ‘유어스’를 활용해 ‘오모리 김치참치’ 통조림 세트를 선보였고, 세븐일레븐은 해외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몽슈슈의 디저트도 소포장해 판매한다. 장미꽃 모양으로 만든 3가지 맛의 휘낭시에가 각각 9입(27,000원), 12입(33,000원)씩 들어있는 세트 2종과 진한 초콜릿과 오렌지 맛을 느낄 수 있는 미니파운드케익(22,000원) 등이다.

또한 클릭 한 번에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모바일 선물 세트가 늘어난 것도 올해 추석의 달라진 특징 중 하나다. CJ, 동원, 롯데푸드, 오뚜기, 정관장 등 식품업체는 마트나 온라인 몰에서 판매되는 인기 선물 세트 제품 위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시켰다. 명절 선물 세트가 카카오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바일 세트는 무엇보다 큰 세일 폭으로 간편하게 선물할 수 있어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통업계의 고급 선물 세트 대결은 올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은 100년산 발사믹식초와 1000년 된 올리브 나무에서 딴 올리브로 만든 올리브유 1세트를 150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작은 오크통에 들어 있는 이탈리아산 발사믹 비네거를 선보인다. 리얼 오크통을 사용한 오크통 발사믹 비네거 세트는 1ℓ들이 1세트에 59만원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만 5개 한정으로 선보인다.

사진=홈플러스

갤러리아는 우리 땅에서 나오는 프리미엄 신토불이 세트를 차별화 상품으로 내세웠다. 프리미엄 신토불이 세트는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상품 중 특등급 품목만으로 구성했다. 국내산 유기농 참·들기름 선물세트는 울진 오지에서 생산되는 참깨와 들깨를 짜서 한정수량 판매한다. 제주흑망고 2개입 선물세트도 선보인다.

이마트는 국내산 캐비어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해당 세트는 충북 충주에 위치한 양식장에서 5~10년산 철갑상어가 낳은 캐비어만으로 제작했다. 이마트는 올해 3월 철갑상어회를 대형마트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캐비어 세트는 50세트 한정으로 1온스(28.3g)가 담겨 있으며, 가격은 19만8000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휴가 짧으면 추석 매출이 판매 초반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단숨에 떨어지지만 올해처럼 연휴가 길면 판매 초기와 말기에 매출이 몰려 M자형 곡선을 그린다”며 “올해는 사전 판매율도 나쁘지 않고 5만원 이하 소포장 제품도 많이 확대되어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짐에 따라 추석 매출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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