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발효과정 중 맛·향 결정하는 유전자 발견
김치 발효과정 중 맛·향 결정하는 유전자 발견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9.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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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유산균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발효 시 꾸준히 진화 확인
글루탐산 등 향미 증진 확인…비타민 생성 관여 과학적 근거도 마련
세계김치연구소 이세희 박사팀·중앙대 전체옥 교수팀 공동 연구

국내 연구진이 김치 발효과정에서 맛과 향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발견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김치연구소 이세희 박사 연구팀은 중앙대학교 전체옥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김치의 대표 유산균인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의 유전자를 분석해 김치 발효 대사경로 규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치 발효 일부 과정에 대한 대사를 밝힌 연구는 그동안 꾸준했지만 발효 전반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번이 최초다.

△김치 유산균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의 대사 경로
연구진은 김치 발효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대사 경로를 밝히기 위해 김치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유산균인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의 유전자(범유전체, pan-genomic)와 RNA 유전자(메타전사체, metatranscriptomic) 분석을 수행했다.

범유전체는 계통학적으로 비슷한 그룹에 속해있는 미생물 전체 유전자를 뜻하고, 메타전사체는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생물이 발현한 모든 RNA 유전자다.

연구진은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의 17개 유전체를 수집해 고품질 유전체를 선별했으며, 다양한 유전체 분석기법을 통해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에 속하는 유산균들의 계통학적 관계를 재분류했다.

연구 결과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가 지속 변화하는 발효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 손실 또는 교환을 통한 진화론적 변화를 빈번하게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가 발효를 거치면서 다양한 탄수화물로부터 젖산과 초산(신맛), 이산화탄소(톡쏘는 맛), 만니톨(시원한 단맛), 2,3-부타네디올, 다이아세틸, 아세토인(김치 발효 향) 등 다양한 대사산물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각각 대사산물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규명했다.

발효 단계별 유전자 발현량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김치 발효 초기에는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지방산, 핵산, 아미노산 등 1차 대사산물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높게 나타났으며, 발효가 진행될수록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 글루탐산(glutamic acid) 등 2차 대사산물 생산 관련 유전자 발현이 높게 나타나 김치의 향미를 증진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김치의 주요 기능성 중 하나인 비타민 B2(리보플라빈, riboflavin) 생산 유전자는 김치발효 전 기간 동안 계속해서 발현했으며, 김치의 비타민 생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재호 세계김치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김치 발효에 관여하는 유산균의 모든 유전자를 발효 과정 전반에 걸쳐 분석해 김치 발효 대사를 총체적으로 밝혔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김치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구명하고 발효 단계별로 유전자 발현량을 분석해 김치 발효 대사의 비밀을 푸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김치연구소 기관고유사업과 농림축산식품 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온라인에 14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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