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논란
[이슈]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논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09.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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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사 불법 파견’ 덜컥수?…명쾌하게 승복 안 되고 논란 확대
산업계 전반 뒤흔들 도화선…업계·법조계·정치권 백가쟁명으로 국론 분열

파리바게뜨 제빵사 ‘불법파견’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가맹점을 비롯한 협력업체까지 나서 진화에 나섰지만 고용노동부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뚜레쥬르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으로 이번 불법파견 판정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돼 관련 업계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달 21일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에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00여 명을 고용하라는 초강수 시정안을 꺼내들었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해 ‘불법 파견’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고용부 결정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25일 안에 제빵기사 5378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체 직원 5200명보다 많은 수다. 인건비도 연간 600억 원(간접비용 포함)의 추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작년 영업이익(660억 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실질적인 사용 관계’에 있다. 제빵사에게 업무 지시를 누가하느냐는 것인데, 고용부는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내리는 쪽을 파리바게뜨 본사라고 판단했다.

반면 업계에선 제빵기사들은 가맹점주가 고용해 가맹점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어 실제 사용사업자는 가맹점주라는 주장이다.

업계 “가맹점서 기사 고용·업무…사용자는 가맹점주” 
경총 “가맹 계약상 상법 영역…노동법 관려 사항 아냐 
           제빵, 파견 미허용 업종…가맹점서 불법 또 발생”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에게 카카오톡 등 메시지로 업무 지시를 한 것도 가맹사업법 5조에 규정된 가맹점주를 돕기 위한 방안임에도 고용부는 파견법 조항을 근거로 들어 본사가 사용자라고 못 박았다. 명령 거부 시 530억 원의 과태료를 물게 하겠다는 으름증과 함께.

상황이 이러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4일 ‘고용부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판단의 쟁점’이라는 반박 성명을 내고 고용부 결정을 비판했다. 계약당사자도 아닌 제3자에 불과한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 했다는 고용부의 결정은 문제라는 것이다.

경총은 “제조업에나 적용되는 원·하청간 불법파견 법리를 프랜차이즈산업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가맹계약상 용역 지원은 상법의 영역이기 때문에 노동법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을 하더라도 불법파견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행 파견법상 제빵업무는 파견 미허용업무로, 파견계약이 애초 불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경총은 “가맹본부가 가맹점과 도급계약으로 한다 해도 현장에서 가맹점주의 업무지시가 사실상 불가피해 결국 또 다시 불법파견 문제가 발생한다”며 고용부의 결정을 지적했다.

이에 고용부도 즉각 반박했다. 상법 영역에 대해 노동법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고용부는 “상법이 노동법의 특별법에 해당되지 아니므로 상법이 적용된다고 해 노동법이 적용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상법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모든 상사관계에서 노동법을 적용하지 못해 사실상 노동법이 형해화되는 매우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이어 “파리바게뜨의 경우 업무매뉴얼의 시행을 이유로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인사·노무관리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시행하고, 실질적인 사용사업주로서 지휘·명령을 했기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지난달 25일 기자 브리핑에서 “파견법상 사용사업주가 누구냐는 부분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와 달리 근무 장소의 문제도 아니고 명칭의 문제도 아닌 실질적 명령과 지휘를 했느냐의 문제”라며 “파리바게뜨는 근태관리 시스템도 직접 운영하고 출퇴근시간과 인력 투입현황도 관리했다. 협력업체가 시스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았지만 출퇴근시간 관리 등 제한적으로 운영했고, 승진에 있어서도 본사 평가가 80%, 협력업체의 평가는 20%만 반영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제빵기사들과 종속관계라는 주장이다.

고용부가 파리바게뜨 본사를 실질적 사용자라고 인정한 사실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지난 2월 선고된 현대자동차 2심 판결을 예로 들었다. 당시 법원은 1차 하청업체가 2차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인력을 공급받았음에도, 원청인 현대자동차를 2차 협력업체 노동자의 사용사업주로 봐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작년 12월 동양시멘트 1심 판결에서도 법원은 같은 취지로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아닌 판례에 따라 판단하다보면 법적 분쟁 소지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법학전문교수는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을 혼용하는 정부의 해석이 추후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근로기준법으로 관련법을 일원화해 추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 시 명확한 법적 잣대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판례에는 정규직과 혼재근무 방식이 아닌 100% 비정규직으로 구성돼 있더라도 원청의 지휘·명령 관계 아래 있다면 불법파견이 맞다는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고용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학교수 “정부 해석에 분쟁 소지…근기법 개정해야”
협력업체 “수수료 2% 불과…본사 채용 땐 문닫아야”   

△파리바게뜨-협력업체-제빵기사-가맹점주 계약구조(출처=고용노동부)

이 같은 주장에 이 차관은 파리바게뜨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파리바게뜨 논란은 파견법상 불법파견 문제로 근로기준법상 판단 기준은 아니다”라며 파견법에 정해진 법리에 따라 판례를 적용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용부의 강경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번엔 파리바게뜨 협력업체가 반발하고 나선 것.

파리바게뜨 협력업체는 고용부가 주장한 ‘도급료 폭리’와 관련,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헙력업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고용부는 파리바게뜨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제빵기사에 지급돼야 할 임금의 일부가 협력체로 흘러 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가맹점으로부터 제빵기사 1인당 받는 도급료는 가맹점별 빨 생산 물량이 달라 월 280만 원에서 최대 340만 원가량이다. 또 본사로부터 제빵기사 1인당 140만 원 가량을 지원 받는다. 결론적으로 제빵기사 1명당 양쪽에서 받는 금액은 400만 원 초반에서 최대 500만 원인 셈이다.

게다가 가맹점주에게 받는 도급료에는 제빵기사의 급여 외에 4대 보험료, 각종 복리 후생비, 퇴직적립금 등 인건비가 포함돼 있고, 휴무일 보장을 위해 대리로 투입하는 지원기사 운영인건비도 마찬가지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전체 도급료에서 수수료는 2%에 불과하다”며 “불법파견이라는 이유로 모든 제빵사들을 본사에서 채용하라는 것은 결국 협력업체들은 문을 닫으라는 소리 아니냐”고 반박했다.

야당 “자영업자 몰살 정책…시장질서 훼손 헌법 위배” 
정의당선 긴급 토론회에 당사자인 SPC 초청도 안 해 

이번 사태는 정치권에서도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고용부가 자영업자를 몰살시키려고 작정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제과점,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이 월 평균 200만 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제빵기사를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하게 된다면 그 부담은 가맹점주에게 전가돼 사실상 문을 닫으라고 협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고용부의 이번 조치는 자유시장 경쟁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개별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은 인센티브 등 간접 지원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가 직접 기업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를 표방하는 헌법 119조를 위배한 것”이라며 “강제적으로 개별 기업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암탉의 배를 갈라 알을 꺼내는 식’의 막무가내 방식인 만큼 시장경제 질서 훼손을 중단하라”고 질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고용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특히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직접고용 시 오히려 파리바게뜨의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견사업주가 이익을 얻던 금액을 파리바게뜨와 가맹점주가 되찾게 된다는 논리다.

이 의원은 “제빵기사를 모두 고용한다면 지금까지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에 지급하던 경영지원료 연간 약 900여 억 원을 절감하게 된다”며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주에게 적정한 제빵기사 인건비를 청구한다면 연간 약 1800억 원을 파견업체에 지급해 온 점에 비춰 파리바게뜨와 가맹점주의 이익으로 환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정의당은 지난달 26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됐으나 토론회 자체가 제빵기사 직접 고용을 전제로 진행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토론회 주제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을 위한 긴급 토론회’며, 발표 역시 제빵기사 노조가 나서 본사의 부당한 업무지시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여서 일방적 소통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심지어 당사자인 SPC그룹은 토론 사실조차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사태는 그동안 프랜차이즈산업 전반적인 불법파견 논란에 대한 정부의 첫 판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선 파리바게뜨 사태가 도화선이 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는 논란이 되기 전 파리바게뜨 본사와 정부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할 협동조합 설립을 논의하다 무산돼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고용부가 시정 기간을 부여해 파리바게뜨가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았다면 어땠을까?

사태해결을 위한 카드가 사라진 만큼 향후 파리바게뜨 본사의 제빵기사 고용 문제는 법리적 결론을 놓고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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