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들기름 벤조피렌 검출기준, 다시 한 번 살펴볼 때-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82>
참기름·들기름 벤조피렌 검출기준, 다시 한 번 살펴볼 때-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82>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10.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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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 규격’ 다른 식용유에 확대 적용
타당성 의문…비용–편익 고려 재검토 필요

지난달 21일 부산 특사경은 추석맞이 특별단속에서 참기름 값의 5분의 1 수준인 옥수수유를 30%가량 섞은 ‘가짜 참기름’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에는 한 농업법인회사서 제조·판매한 ‘차미들기름’ 제품에서 벤조피렌(기준: 2.0㎍/㎏ 이하)이 초과 검출(3.2㎍/㎏)돼 해당 제품이 회수 조치된 적도 있었다. 또 식약처는 가짜 또는 유사 참기름·들기름의 유통을 막기 위해 제조방법에 상관없이 참기름과 들기름에 다른 식용유지 혼합을 금지하는 ‘식용유지류 제조가공 기준 개정’을 행정 예고해 때 아닌 향미유 시장이 들썩 거리고 있다.

△하상도 교수
식품 중 벤조피렌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올리브유에서 다량 검출돼 매스컴을 탄 이후부터다. 웰빙식품으로 각광 받던 올리브유에서 발암물질 검출은 사회적 이슈가 돼 올리브유에만 벤조피렌 규격(2.0㎍/㎏ 이하)이 적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참기름, 들기름, 심지어 대기업의 옥수수기름 제품에서도 권장기준치를 초과하는 사례가 빈발함에 따라 2007년 12월부터는 모든 식용유지로 벤조피렌 기준(권장규격 2.0㎍/㎏, ppb) 적용이 확대·적용되기 시작했다.

또한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에도 발암물질 벤조피렌 기준치(0.01㎎/㎏)가 정해져 N사 너구리라면 사건 등이 기준치 초과로 유통·판매 금지되고 회수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벤조피렌(benzopyrene)은 1996년 담배연기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발암물질로 규정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다. 주로 유기물의 불완전 연소 시 부산물로 생성되는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제1군(group 1)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석탄이나 원유의 콜타르 등에서 발생하며 목재의 연소, 자동차 배기가스, 담배연기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대기, 물, 토양 등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농산물, 어패류 등 가공하지 않은 식품에도 미량 존재한다.

특히 식품의 고온 조리 가공 시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등이 분해돼 생성되기도 하는데, 주로 고기를 굽거나 땅콩, 커피 등 음식을 볶을 때 발생한다. 식약처 벤조피렌 오염도 모니터링 결과 햄, 베이컨 등 육류에서의 오염도가 54.4%로 가장 높았고 채소(19.2%), 곡류(11.5%), 과일류, 서류, 식용유지류, 어류, 패류의 순이었다고 한다.

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삼겹살을 노릇하게만 구워도 16ppb 검출되고, 갈비를 좀 세게 구우면 50~480ppb까지 검출된다고 한다. 식품을 통한 벤조피렌 섭취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나 모든 발암물질이 그렇듯 섭취량이 중요하다.

벤조피렌 발생과 섭취를 줄이는 요령으로는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불꽃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해 검게 탄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좋다.

벤조피렌이 초과 검출된 참기름, 들기름 회수조치 뉴스는 우리나라에서 끊임없이 발생한다.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농업법인 등 영세한 회사들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식용기름 벤조피렌 기준(2.0㎍/㎏ 이하)이 타당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때라 생각한다. 유럽(EU) 사람들은 참기름, 들기름을 잘 먹지 않는데 우리가 벤치마킹한 올리브유 기준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본다.

물론 식품의 기준과 규격은 항상 공평할 수가 없다.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비용’에 더 무게를 둬 생산자가 유리할 수도 있고, 소비자 안전 등 ‘편익’을 중시해 생산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이 균형을 수시로 수정·보완해 나가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 생각한다. 최근 발생했던 시리얼 대장균군 검출사건도 산업계 입장에서는 손해를 본 규격이다. 곡물을 주원료로 압착해 눌러 만든 시리얼은 살균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대장균군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에도 그동안 ‘대장균군 음성’ 기준이 적용됐던 것이다.

보편적인 기술로 영세상인이 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그동안 벤조피렌 기준 초과로 행정처분을 받아 범법자가 되고 사업을 접은 사람들이 억울했던 것은 아닌지? 섭취량을 고려한 위해성평가 결과 기준을 약간 더 완화해도 소비자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 기준규격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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