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로 ‘김치’ 이용 눈총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로 ‘김치’ 이용 눈총
  • 이은용 기자
  • 승인 2017.11.03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조 허가 불투명에 고가 책정…업계 분통

최근 한 대기업에서 우리 전통식품인 김치를 일감몰아주기에 이용한 사실이 밝혀지며 눈총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수입산 저가 김치로 국내 산업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김치가 부정적인 요소로 비춰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종합섬유기업인 태광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유선방송업체 티브로드는 지난 2015년 강원도 춘천 소재 휘슬링락CC에서 김치를 반복적으로 구매해 지역단체에 기부하거나 직원들의 상여금으로 지급한 것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휘슬링락CC는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시스가 최대주주인 골프장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김치를 10㎏당 19만 원에 구매한 것은 일감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며, 이는 결국 오너 일가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김치 10kg는 4∼5만 원 판매되고 있는데, 품질을 따지지 않고 단순 비교한다면 4~5배 이상 비싸다. 세금 탈루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게다가 휘슬링락CC는 김치 제조·유통 허가를 제대로 받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업계의 목소리까지 높아 식품위생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치업계 한 관계자는 “김치는 반드시 식품위생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정부의 허가와 인증을 획득해 제조되는 상품만 판매되도록 돼 있는데, 해당 업체의 경우 실제 허가를 받은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곧 김장철 대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국내 김치산업에 악영향을 끼칠지 염려했다. 그는 “이번 경우는 중국 등 저가 김치 공세에 밀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도를 지키고 열심히 제조·판매하는 업계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한편 티브로드 측은 휘슬링락CC에서 김치를 구입한 것은 맞지만 직원이 구입한 것이 아니어서 일감몰아주기와 연결시켜선 안 된다고 해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