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귀하던 보릿고개 시절에 보리는 가난한 국민들의 끼니를 때울 수 있게 해준 중요한 식량으로 ‘제2의 곡식’으로 불렸다. 하지만 국내 소득의 향상과 함께 식생활의 서구화와 섭취 식품의 다양화로 보리의 소비는 급감한 상태다.

반면 해외 곡물 시장에서 보리는 미국 FDA의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섭취 시 건강상 효능을 인정받으며 보리로 만든 식품에 대한 건강 강조 표시 활동, 효능에 대한 다양한 임상실험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한·미 ‘보리 산업 세미나’…국내 청명 등 맞춤형 품종 개발
색상 모양 등 변형 막는 가공 기술·가격 경쟁력 제고 필요
  

14일 미국곡물협회가 주최한 ‘한·미 보리산업 현황과 시장확대 방안’ 세미나에서 농촌진흥청 이미자 박사는 “보리에는 변비를 예방하고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는 기능성 식이섬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당뇨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진 베타글루칸 등이 풍부해 대표적인 건강 곡식이다”라며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은 국산 보리 품종의 개발을 통해 소비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보리쌀 소비량은 1970년대 37.3㎏, 80년대 13.6㎏에 육박했으나 쌀 생산량 증가 및 군대 및 학교 시설의 보리 급식 중단 등 식생활 문화의 변화로 급감해 2003년부터 현재까지 1.1~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은 △수요자가 요구하는 용도 및 품질의 맞춤형 원료보리를 개발하고 △계약재배와 기술 보급 등을 통한 가공업체에 안정적인 원료 공급 시스템을 구축 △가공제품 개발 및 홍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특히 발아율, 효소력가, 단백질, 안토시아닌, 베타글루칸, 식물 바이러스인 ‘보리호위축병’의 저항성 등을 개선하고 용도를 다양화한 ‘다향’ ‘혜미’ ‘노보’ ‘청명’ 등 다양한 보리 품종을 개량, 보급 중이다. 이와 더불어 원료보리의 공급 안정화를 위한 생산 기술과 가공 이용 기술을 개발, 가공용도별로 품질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식품 첨가제 및 가공제품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노스다코다의 북부 수확물연구소 나츠키 후지와라 연구원은 미국 시장 내 보리의 건강 기능 표시와 임상 실험 결과들에 대해 발표했다.

후지와라 연구원은 “2006년부터 보리의 건강적 효능에 대한 임상실험 등 연구가 다수 진행돼 왔다”며 “보리의 베타글루칸 소비의 영향을 테스트한 임상 실험에서 쌀로 만든 제품을 섭취한 비교군에 비해 보리를 섭취한 실험군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유의하게 감소하는 등 보리의 여러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미국 FDA, EU의 EFSA 등 국가기관들은 보리의 건강 기능(heatlh claim)을 인정하고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보리의 효능을 강조 표시한 식품들이 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임상으로 증명된 보리의 섭취 효능은 당뇨, 소화기능, 면역체계, 혈압, 체중 조절 등 개선 기능이 있으며 이러한 효능들도 건강 강조 표시를 인정받기 위해 실험이 진행 중이라고 후지와라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는 보리로 만든 새로운 식품들이 다수 출시되고 있으며 적용 범위, 식품 유형, 기능성 등도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 후지와라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후지와라 연구원은 “보리의 효능이 인정받기는 했지만 아직 밀 등의 대체 원료로 적용되기는 기존 식품의 모양 및 색상이 변형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보리가 식이섬유, 베타글루칸 함량 등 기능성을 강조해 대체 곡물로 활용되기 위해 식품 적용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곡물협회 김학수 대표는 “한국에서 보리는 어려웠던 시절 영양을 보급하는 대표적인 곡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현재 전 세계가 보리의 영양적 측면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에 한국과 미국의 보리가 품질, 가격 경쟁력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련 시장의 진단이 지속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