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요건과 HACCP는 불가분의 관계-오원택 박사의 HACCP 현장 속으로<39>
선행요건과 HACCP는 불가분의 관계-오원택 박사의 HACCP 현장 속으로<39>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7.11.2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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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등 선행요건 수준 높아야 해썹 적용 수월

■ 선행요건 수준이 HACCP 수준과 실현성 여부를 결정한다

△오원택 박사(푸드원텍 대표)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이런 순서를 무엇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한 그리고 어느 나라보다 강렬한 사회 현상이 우리나라에 존재한다. 바로 대입시험제도다. 좋은 대학을 가면 인생은 영원히 무지개 빛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학부모나 학생 누구나 빠지는 신기루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유치원 때부터 과외를 받는 등 선행학습 광풍 속에 휩싸이고 있다.

그렇게 집착하는 대입 성공 요령은 아주 단순한 사실에 기초한다. 다른 게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꾸준히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학에 간다는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교 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공부와 담쌓고 놀거나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부모는 인생의 행운 열차 티켓을 놓치는 양 “공부, 공부, 공부”를 외친다.

이러한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고 법칙이어서 만약 초등학교만 나온 친구가 “내년에 서울에 있는 00대학교를 갈 거야”라고 말한다면 다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지을 것이다. 오히려 “아무리 천재더라도 초등학교 졸업자가 1년 만에 대학 입학이 가능하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 반문이 우리나라 식품회사의 HACCP 도입 상황을 보고 있으면 절로 나올 때가 많다. 식품회사가 오랫동안 선행요건 관리를 잘 해왔다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착실하게 거쳐 대학에 입학하는 것처럼 HACCP 도입이 그리 힘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행요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회사에서 HACCP 계획을 개발·도입한다는 것은 마치 초등학교에서 곧 바로 대학교를 가려는 것과 같다.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오죽하면 ‘선행요건을 제대로 운영하지도 못하면서 HACCP을 적용·인증받으려고 저렇게 애를 쓸까?’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그럼에도 수많은 회사에선 정부의 HACCP 인증서를 계약상 요건 또는 정부 규제 조항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다보니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 ‘불가능이다’ 등 반응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선행요건(Pre-Requisite Program, PRP 또는 PP)은 말 그대로 ‘미리 하는 요건’이다. 즉 HACCP을 하기 전에 미리 갖춰야 할 요건이라는 뜻이다. 이런 선행요건은 식품회사의 작업 환경은 물론 생산, 품질, 물류 등 모든 업무에 관련된다.

식품을 제조하든 조리하든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을 위해 건물이 있어야 한다. 또 기계·도구 및 사람이 필요하고 원재료나 식재료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선행요건과 다 관련된다.

예를 들어 △건물, 작업장, 작업실 자체가 깨끗한 환경이어야 한다 △벽이나 천정, 바닥이 청결해야 한다 △작업실의 공기 흐름, 물 흐름 등에 교차오염이 없어야 한다 △기계·도구는 녹슬지 않고 잘 작동해야 하고 표면이나 구석구석이 깨끗해야 한다 △종사자는 건강하고, 개인위생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잘 지켜 교차오염이나 식중독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 △원재료는 입고 단계부터 잘 관리하고 위생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각 공정은 정해진 온도, 시간 등을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등이다.

이러한 선행요건은 미국 FDA가 1980년 후반 HACCP 제도 개발, 1990년 초반 수산물 HACCP 의무화 추진과 관련해 캐나다에서 식품안전 향상 프로그램(Food Safety Enhancement Program)의 일환으로 개발한 것이다.

내용으로는 △위생법규의 준수사항(시설기준, 개인위생 등)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s, 적정제조기준) △CODEX 일반위생원칙, GHP(Good Hygiene Practices, 적정위생기준) △SSOP(Sanitation Standard Operation Procedures, 일반위생기준) 등을 다 포함하는 일종의 ‘현장위생관리의 종합판’이라고 보면 된다.

선행요건을 잘 준수하면 HACCP 도입이 손쉽다. HACCP은 선행요건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특정 공정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부연설명하면 선행요건 관리 수준이 높다는 의미는 평상시 현장위생관리로 웬만한 위해요소를 거의 다 제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선행요건 관리 수준이 높으면 HACCP으로 집중 관리할 위해요소 숫자는 축소된다. 결국 중요관리점(CCP)의 숫자가 ‘선택과 집중에 의한 위해요소 제어’가 가능한 개수로 줄어 현장에서 실질적 HACCP 적용이 가능해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선행요건 관리 수준이 낮으면 HACCP으로 통제해야 할 위해요소 및 CCP의 숫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CCP의 모니터링을 통한 위해요소 집중관리는 불가능해진다. 가공이나 조리 공정 한 두 개도 아니고 거의 대부의 공정을 몇 분마다 또는 몇 십 분마다 집중 관리한다는 것은 원료부터 출하까지 모든 단계를 다 집중 관리하라는 요구와 마찬가지인 비현실적 접근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선행요건이 잘 관리되지 않는 경우는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해요소를 현장의 특정 공정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해 식품사고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HACCP의 방법론적 장점은 사라지고, HACCP 도입 목적 역시 달성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초·중·고등학교를 성실히 공부한 학생이 좋은 대학교를 가기 용이한 것처럼 선행요건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회사는 HACCP 도입·운영이 수월해 진다.

반면 선행요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경우는 HACCP 도입이 힘들고, 도입했더라도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HACCP을 도입하려는 회사는 무엇보다 먼저 선행요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해 실질적 운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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