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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내추럴) 표기 논란-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89>‘천연 선호’에 ‘천연 마케팅’ 범람…불안한 동거
분쟁 예방할 제도는 구비…유연한 운영의 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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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7  01: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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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 ‘식품원료 천연표시, 어디까지 합법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상당수 건강기능식품 업체가 애매한 천연표시 관련 규정으로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유별난 ‘천연(天然)’에 대한 로망을 활용해 ‘천연마케팅’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표시와 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 표기는 공급자를 위한 제도이며, 이 천연마케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로, 효능에 비해 과도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하상도 교수
전 세계적으로 자연식품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높아지면서 ‘천연(natural)’ 제품들이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천연’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어 ‘천연’ 표기는 표시·광고와 관련해 법적으로나 소비자에 대한 기망으로 여겨져 언제 터질 줄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식품 ‘표시(Food label)’는 해당 식품의 얼굴이다. 소비자는 재화를 지불하는 대가로 구매하고자 하는 식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 권리가 있고, 기업은 반대로 위생적인 취급과 안전성을 보장하고 표시에 담긴 약속을 이행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표시는 소비자와 기업 간 약속이므로 건전한 상거래 질서 유지를 위해 법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표시기준’은 1962년 1월 ‘식품위생법’ 제9조로 시작돼 1996년 1월 ‘식품등의 표시기준’ 고시가 제정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법 제3조(정의)에 정의돼 있는데, ‘표시’란 건강기능식품의 용기․포장에 기재하는 문자, 숫자 또는 도형을 말하며, ‘광고’란 라디오, 텔레비전, 신문, 잡지, 음성, 음향, 영상, 인터넷, 인쇄물, 간판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식품에 대한 정보를 나타내거나 알리는 행위를 말한다.

‘천연(天然, natural)’에 대한 규정은 ‘식품 등의 표시기준’(식약처 고시 제 2016-45호, 2016.6.13)과 ‘건강기능식품의 표시기준’(식약처 고시 제2016-62호, 2016.6.30.)에 명시돼 있다. 즉 ‘천연’ 표기는 합성향료·착색료·보존료 또는 어떠한 인공이나 수확 후 첨가되는 합성성분이 제품 내 포함돼 있지 아니하거나 비식용부분의 제거 또는 최소한의 물리적 공정 이외의 공정을 거치지 아니한 식품의 경우에 표시가 가능하다.

최소한의 물리적 공정이란 ‘식품·식품첨가물에 대한 천연표시 관련 식약처 지침’(2016.7.7)에 따르면 “세척, 박피, 압착, 분쇄, 교반, 건조(60C 이상 제외), 냉동, 냉장, 성형, 압출, 여과, 원심분리, 혼합, 폭기, 숙성, 자연발효, 용해를 거친 것은 천연 표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건강 트렌드에 따라 최근 천연, 자연식에 대한 수요와 소비자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천연’ 표시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천연에 대한 모호한 규정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를 근거로 소비자들에게 소송당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2014년 제너럴밀스사는 대표 제품 중 하나인 Nature Valley 제품에 과당 옥수수시럽과 말토덱스트린이 사용됐음에도 불구하고 ‘100% natural’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소송 당했다. 2015년 Diamond Foods사도 Kettle라인 제품에 ‘natural’ 문구를 잘못 사용해 소비자에게 소송 당했다가 금전보상 합의로 소송을 해결한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시장에 깊이 간여하고 있지 않아 美 FDA가 공식적 정의는 내리지 않고 있으나 식품첨가물에 착색료, 인공향료 또는 합성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으면 ‘천연(natural)’이라는 용어표기를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천연’의 표기를 허용하고 있고 그 정의를 미리 구체적으로 내려 기업들이 표시 또는 광고 위반으로 행정처분 받는 사례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면서 합성비타민과 미네랄을 첨가한 건조효모 제품에 ‘천연원료 ○○○’ 등으로 표시·광고해 행정처분 위기에 몰린 업체들이 있다.

미국처럼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해 일장일단이 있다. 어느 제도가 좋은지는 정답이 없고 그 나라의 형편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의 정의를 정부가 법적으로 마련해 소비자와 기업 간 분쟁과 손해배상이 예방되는 효과가 있어 기업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천연을 표시하는 것과 광고하는 문제는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천연이라는 문구를 광고로 허용했다면 모호하거나 주관적인 개념이어도 되지만 만약 표시로 허용했다면 반드시 객관적이어야 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모두 같은 의미로 느껴야 한다고 본다.

천연의 정의나 범위는 과학자가 내리든, 사회학자가 내리든 결국 계량화될 수 없기 때문에 불완전하다. 그래서 천연은 표시가 아닌 광고로만 허용해야 정부와 기업, 기업과 소비자 간 분쟁을 궁극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식약처가 운영 중인 우리나라 천연 표시제도는 명확할 수 없는 정의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상식선에서 건전한 시장질서를 지키는 기업의 윤리의식과 소비자 피해가 없고 악의적이지 않다면 시장의 고유한 공급자와 소비자의 역학관계를 인정해주는 유연한 정부의 안전관리 행정이 뒷받침 된다면 그 긍정적 효과와 함께 안정적인 제도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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