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기사 직고용’ 2라운드…장기화 전망
‘제빵기사 직고용’ 2라운드…장기화 전망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11.29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정법원, 고용부 상대 ‘시정지시 집행정지 신청’ 각하
파리바게뜨, 항고 포기…제빵기사 설득·본안 소송 대비
11개 협력업체는 임금 관련 법원 각하 결정에 항고

제빵기사 직고용 문제를 놓고 파리바게뜨와 고용부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고용부가 먼저 웃었다. 파리바게뜨가 고용부를 상대로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지시 취소 청구소송 집행정지’ 신청이 지난달 28일 각하 결정된 것.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 시정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시정지시 효력정지를 구하는 이 사건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해당 사건 자체가 행정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를 결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시정지시’가 아닌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무게를 뒀다. 고용부가 당초 파리바게뜨 측에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및 형사처벌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도 파견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시정지시효력에 대핸 정지·취소 판결과 관계없이 불법파견 판정이 유효하다면 과태료 등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혀 파리바게뜨는 궁지에 몰렸다.

이에 따라 법원이 잠정 정지했던 시정지시 효력도 재개됐다. 제빵기사 고용방식을 둘러싼 고용부와 파리바게뜨 간의 대립은 이제 2차 국면을 맞게 됐다.

고용부는 법원 결정 후 곧바로 파리바게뜨 측에 이달 5일까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530억 원)를 부과하고 사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파리바게뜨 협력 파견업체 11곳에 내린 체불임금 110억 원 지급 시정명령도 4일까지 이행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파리바게뜨 측은 일단 법원 결정에 대해 항고를 포기하고 제빵기사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아직 본안 소송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남았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부가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이의를 제기한다면 집행이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본안 소송에서 항소와 상고가 이어질 경우 최종 판결은 2~3년은 더 소요될 것이어서 이번 논란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소송이 길어질 경우 파리바게뜨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프랜차이즈 컨설턴트는 “파리바게뜨도 소송에서 이길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을 것이다. 현재 파리바게뜨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다. 항소와 상고 등으로 시간을 번 다음 제빵사를 설득해 3자 합작회사를 세운다면 고용부가 시정명령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제빵사들 사이에서도 편이 나뉘고 있는데, 시간이 길어질 경우 직고용을 주장하던 제빵사들도 결국 파리바게뜨 계획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노조에 가입한 제빵기사들의 설득 과정이다. 실제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는 이번 법원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보냈다. 노조 측은 “이번 법원 판결은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사건의 성격이 드러난 것으로, 그동안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노동자들과 대화를 거부해 왔지만 향후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하며 완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당수의 제빵기사들은 직고용을 오히려 반대하고 나서 제빵사들 간에도 의견이 나뉜다. 대구지역 협력업체 도원의 제빵사 700여 명 중 500여 명은 지난달 20일 “본사 직고용이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성명서를 냈다. 본사 직고용 시 관리·감독은 물론 업무량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 것이다.

게다가 파리바게뜨 전체 가맹점주들 약 70%도 지난달 27일 제빵사 직접 고용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노동부에 제출했다. 이들도 제빵기사가 본사소속일 경우 불편한 동거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파리바게뜨는 가맹본부, 가맹점주협의회, 협력업체 등 3자가 합자한 상생기업 ‘해피파트너즈’를 출범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많은 제조기사들이 상생기업으로 소속 전환 의사를 밝혔고, 하루빨리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하기를 원하고 있어 상생기업을 출범하게 됐다”며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인원들도 언제든지 상생기업으로 소속전환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생기업 소속 제조기사들은 기존 근속과 퇴직금이 그대로 승계되며, 급여가 13.1% 인상되고, 각종 복리후생이 상향 조정된다. 11개 협력업체 인원과 조직을 통합하면서 휴무 대체 인력 충원이 수월해져 최대 월 8일까지 휴무일이 보장되며, 관리자급 직원 수요 증가에 따라 승진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파리바게뜨 ‘직고용’ 논란은 ‘3자 합작회사’ VS ‘정부+10% 노조 제빵기사’ 구도로 제2라운드가 링에 올랐다. 장기간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맹본부, 가맹점, 협력업체, 제빵기사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게 직고용을 지시하는 세계 유래없는 상황은 분란만 야기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 각 분야의 고용 형태는 시장이 주어진 여건에서 만들어온 최적의 선택으로, 역동성이 생명인 경제 사안을 노동의 척도로만 재단한다면 성장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리바게뜨 협력사 11개 업체는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린 임금지급 시정지시 처분에 대해 즉시 항고할 것을 결정하고 지난달 29일 항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협력사 법률대리인단으로 선임된 법무법인 화우의 박찬근 변호사는 이번 법원 결정에 고용부의 시정지시권 남용과 행정력 남발을 인정한 취지라며 법리해석 자체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파리바게뜨 협력사 정홍 국제산업 대표는 “법원 결정을 통해 고용부 시정지시로 인한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11개 협력사들은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근본적으로 위법하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 항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