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식사비 ‘5만원 상향’ 좌절되나
청탁금지법 식사비 ‘5만원 상향’ 좌절되나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12.1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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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선물비만 10만 원으로…외식업계 강력 반발

식사비 5만 원 상향 조정이 예상됐던 청탁금지법 가액조정안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권익위는 선물가액만 농축수산물에 한해 기존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조정하고, 식사비는 종전대로(3만 원) 유지하겠다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대통령까지 나서는 등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난 농축수산물 선물비용에는 손을 대겠지만 식사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곳곳에서 외식업종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일단 2018년까지는 지켜본 뒤 문제점이 구체화될 경우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식사비 5만 원 가액조정설이 돌며 잔칫집을 방불케했던 외식업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시행될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16.4%가량의 추가 금액 지출이 예상되고, 외식업이 근로시간 특례업종 제외 예정이어서 삼중고에 봉착하게 됐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권익위의 이 같은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곧바로 식사비 5만 원 이상 상향 조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중앙회는 김영란법 시행 지난 1년간 외식업체 66.2%가 매출이 감소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이나 전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식사비가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더 많은 업체들이 도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식산업협회는 나라에서는 한우 소비 촉진에 애를 쓰고 있는데 정작 국민들에게 한우 1인분(4만5000원~4만7000원)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게 하는 청탁금지법 자체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김대권 부회장은 “정부는 한우농가를 위해 축산장려금을 지원하고, 한우 값 안정을 위해 사육두수를 관리하는 한편 해외까지 나가 판촉행사 여는 등 소비 촉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에 반해 정작 우리나라 국민들은 3만 원이라는 틀에 갇혀 수입산 쇠고기를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정부의 한우농가 지원책은 결국 세금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면 정부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국민 혈세로 덮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귄익위의 대국민 여론조사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귄익위가 확인도 안 된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민의 80% 이상이 청탁금지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며 현행대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권익위 주장도 힘을 잃었다.

김 부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투명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정확한 국민들의 생각을 권익위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벤츠 여검사, 세월호 사태 등 공직자의 부정 청탁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김영란법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김영란법 국회 논의과정에서 본래 원안에는 이해 충돌 방지 관련 규정이 명시됐으나 법이 시행되면서 제외돼 국회의원의 채용 특혜같은 권력형 부패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고 외식업계 피해만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김영란법 대상 범위가 너무 넓고, 법의 적용과 처벌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결국 법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 하락으로 실효성·안전성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며 지난 1년간의 실효성을 따져 본 뒤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한수 한국조사제정연구원 박사는 “김영란법 시행 후 우려만큼 소비와 매출 급격하게 줄진 않았다. 기업도 법인카드 사용만 줄 뿐 오히려 접대는 늘었다고 한다”며 “게다가 업계에서도 가격을 조정해 영란세트 등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어 향후 1년간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 박사는 정부가 금액을 정해놓고 지시에 따르라는 것은 문제가 있어 규제 대상 줄이고 위반사항에 대한 처벌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법의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인 ‘3·5·10’ 규정 개정안을 11일 재상정해 ‘3·10·5’로 개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선물은 농축수산물에 한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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