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없이 해 넘기는 ‘파리바게뜨 사태’
해법 없이 해 넘기는 ‘파리바게뜨 사태’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7.12.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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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가 첫 단추 잘못 끼워…합리성 결여·대안 없는 힘 겨루기로

파리바게뜨 본사와의 교섭권을 놓고 ‘노노’ 갈등 조짐을 보이던 한국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1000명)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700명)가 손을 잡으며 파리바게뜨를 압박하기 시작했지만 파리바게뜨는 합작회사를 통한 고용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입장이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표자 모임을 가진 양 노조는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기사 직접 고용에 대해 공동대응키로 뜻을 모았다. 당초 3자간 합작회사인 ‘해피파트너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었던 한국노총 노조도 등을 돌렸다. 불법파견의 당사자인 협력업체가 포함돼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현군 한국노총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 위원장은 “직접고용이 원칙이라는 것에 대해 양 노조가 합의했다”면서 “본사와 협력업체가 제빵사들을 대상으로 해피파트너즈 소속 전환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허위와 강압이 있었다는 정황이 있어 고용부의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본사가 교섭 테이블에 앉는다면 차선책을 논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양 노조가 이날 합의한 내용은 △본사와의 교섭창구 일원화 △해피파트너스 대안 무효화 △고용부의 제빵기사 소속 전환 동의서 조사 등 3가지다. 양 노조는 조만간 본사에 공동 교섭 또는 노사 대화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이에 파리바게뜨 측은 “두 노조 소속 제빵기사(1700여 명)를 합쳐도 3300여 명에 달하는 합작법인 제빵기사 절반에 불과해 대표성을 띠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추후 서한을 본 뒤 결정할 문제지만 노사 관계를 맺지도 않은 단체와의 교섭보다는 가맹점주·제빵기사·협력업체와 함께 한 자리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이제 설득해야할 인원이 17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고용부가 파리바게뜨 측에 부과할 과태료도 170억 원으로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기다림에 지친 일부 가맹점주들도 본사의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나서며 파리바게뜨를 압박하고 있다. 19일 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고용문제를 SPC가 책임질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파리바게뜨가맹점주협의회가 소속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김태훈 사무국장은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매출하락, 여론악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라며 “적극적으로 나서 올해 안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을 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결국 소송으로 풀어야 하는데, 해결책이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고용부를 지목했다. 가맹사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견법 적용 등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전체 노동계 판도를 흔드는 엄청난 사건으로 키웠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부가 고용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대안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데, 대안도 없이 무조건 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억지”라고 강조하며 “이런 식으로 압박하게 되면 파리바게뜨는 임금조건과 고용조건을 분리하는 변형적인 고용형태를 할 것이 뻔한데, 모든 피해는 결국 제빵기사가 입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그는 “이번 사태는 고용부가 일을 벌이고 부담은 기업에게 전가하는 매우 세련되지 못한 정책으로, 자본주위 사회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뒤 “애초에 5300명이 넘는 인력을 파리바게뜨에게 직접 고용하라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처음부터 해답없는 문제를 낸 고용부 정책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파리바게뜨 본사는 물론 가맹점주, 제빵기사 모두의 피해만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결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파리바게뜨가 본사 직원보다 많은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하겠는가. 고용부가 상황을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혜안이 흐려진 것 같다”며 “파리바게뜨는 완제품을 공급하는 곳이다. 삼립과 샤니를 통해 물류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만약 도소매업종으로 전환해버린다면 5300명에 달하는 제빵기사는 모두 실직자가 되는 소탐대실의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20일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파리바게뜨에 1차 과태료 162억7000만 원을 부과했다. 과태료는 직접 고용 의사를 밝히지 않은 1627명에 대해 1인당 1000만 원씩을 적용·산정한 것이다. 추후 파리바게뜨에 직접고용 의사를 밝히며 동의서를 제출한 제빵기사 중 본인 의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2차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과태료에 대해 60일 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법원에서 재판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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