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직은 ‘쉬었다가는 자리인가?’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직은 ‘쉬었다가는 자리인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18.01.2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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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안 돼 교체…업무 파악·정책 개발 미흡
2022년 매출 304조·수출 지원 등 담은 ‘3차 진흥 계획’ 믿음 안 가

지난 9일 농식품부 식품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신임 식품산업정책실장에 이재욱 농촌정책국장이 전격 발탁됐지만 식품업계 반응이 냉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의 이러한 반응은 최근 식품산업정책을 수행하는 고위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 때문이다. 업계에선 농식품부가 식품산업 진흥·육성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임 허태웅 실장의 경우 작년 7월 25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근무 기간이 반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이전 김경규 실장(현 기획조정실장)도 2016년 8월 16일부터 작년 7월 25일까지 근무하며 1년을 못 채웠다.

식품산업정책실장직을 두고 ‘쉬었다가는 자리인가’라는 업계 볼 멘 소리를 듣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공무원 특성상 인사이동은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농식품부가 주력 정책을 펼치는 식량정책국과 축산정책국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전임 김종훈 식량정책관(현 차관보)은 2015년 4월부터 작년 11월까지 2년이 넘는 기간 자리했으며 그 이전 김경규 정책관(현 기획조정실장)도 2013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1년 6개월가량 근무했다. 축산정책국 역시 이천일 국장이 2015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2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

반면 식품산업정책실장직은 이준원 실장이 2015년 3월~2016년 6월까지 근무한 것이 최장 기간에 속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사발령 후 업무파악에만 최소 6개월 이상이 필요할텐데, 1년도 안 되는 시간만으로 과연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정책을 선도하는 사람의 잦은 교체는 결국 밑에서 정책을 수행하려는 사람도 흐름을 잃을 수밖에 없으며, 농식품부 식품산업 진흥·육성 의지가 없다는 업계 지적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질타했다.

실제 농식품부는 2011년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수립·발표하며 2017년까지 시장규모 245조 원, 수출 200억 달러, 인력 200만명을 목표로 정했지만 시장규모는 200억 원에 못 미쳤고, 수출도 100억 달러로 달성하지 못하며 초라한 성적을 냈다.

업계에선 그나마 농식품부에서 식품산업 정책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된 시기를 2015~2016년을 꼽았는데, 당시 실국장의 경우 식품산업정책실장직을 가장 오랜 기간 맡아 온 이준원 식품산업실장과 근무기간이 2014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2년 이상인 이주명 식품산업정책관이 있었던 시기다.

이 시기 이준원·이주명 콤비가 ‘식품산업 정책방향’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며 농식품 수출 활성화에 큰 성과를 낸 점은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농식품부는 작년 식품산업진흥을 위한 3차 기본계획을 세우고 식품산업의 혁신역량제고를 통한 농식품 산업의 부가가치 증진과 국민경제발전에 기여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2022년까지 △식품산업 매출 304조 △국산농산물 사용량 690만톤 확대 유지 △식품분야 295만명 일자리 창출 등이 목표다.

이를 위해 △식품산업 혁신 인프라 확충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 강화 △식품·외식산업 내 균형 성장 지원 △유망분야 선제적 육성 △농식품의 소비자 신뢰 제고 등 5개 주요정책과제 24개의 세부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계획만 무성할 뿐 정작 정책 수행 의지가 없는 농식품부 식품산업 진흥·육성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잦은 인사이동은 업무 적응과 전문성을 담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능력이 출중한 인재가 온다고 해도 능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따른다”며 “유럽의 경우 한번 보직을 맡게 되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최소 2~3년의 시간이 주어져 시장 상황에 맞는 정책수립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부터 농식품부는 식품산업 진흥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당시 식품업계는 식품정책에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며 환영했지만 농식품부 정책에서 소외된 식품산업을 보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농식품부가 식품산업 진흥 업무를 추진한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식품산업정책 고위공무원직이 ‘쉬었다가는 자리’라는 오명을 떨쳐버리고 식품산업 진흥·육성에 보다 진중한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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