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소와 식품안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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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18.01.29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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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비소 독성 강한 중금속…쌀 등에 존재
영유아 식품·가공식품 등 규격 신설 바람직

식약처는 작년 12월 28일 “쌀, 톳 또는 모자반이 함유된 영·유아 식품 등에 무기비소 규격”을 신설했다. 쌀, 톳 또는 모자반이 함유된 특수용도식품(이유식 등)과 영유아용 식품, 과자, 시리얼류, 면류에 대해서는 무기비소 기준을 0.1 mg/kg 이하로, 그 외 톳·모자반 함유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1mg/kg 이하로 신설했다. 무기비소는 비소 중 산소, 염소, 황 등과 화합물을 이룬 비소로 유기비소에 비해 독성이 강하며, 일부 벼(쌀), 수산물 등에 존재한다.

△하상도 교수
2012년 9월 미국 남부산 쌀에서 무기비소가 최대 8.7㎍(1회 섭취기준) 검출됐다는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발표로 쌀을 주식(主食)으로 하는 소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쌀과 비소 관련 부정적인 논문도 여럿 나왔는데, 2011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임산부의 소변 중 비소 농도가 1.6배나 됐다” “현미 시럽을 사용한 이유식 2종에서 식수 기준의 6배를 초과한 비소가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2014년에도 쌀에 포함된 무기비소의 위험성을 전하며 제한적으로 섭취할 것을 권고했는데, “어린이에게는 쌀로 만든 시리얼과 파스타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섭취하지 말 것과 공복에 쌀로 만든 시리얼을 먹이지 말라”는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했다. 이에 우리 식약처는 유통 쌀의 무기비소 허용기준치를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와 같은 0.2㎎/㎏(200ppb)으로 마련한 바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개발국은 쌀뿐 아니라 지하수를 통한 오염에도 노출돼 있어 비소가 심각한 문제다. 물에서 자라는 벼는 다른 작물보다 비소를 10배나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비소(Arsenic, 砒素)’는 과거 전쟁과 독살에 자주 사용되던 독성이 강한 중금속이다. 회색의 고체이며, 주로 황화광물로 발견된다. 특히 무기비소는 비소의 무기화합물질로 농약 살포, 채광, 제련, 화석연료 연소, 목재 처리 등 과정에서 땅에 스며드는데 비산 납, 비산 석회, 비산 석회분제 등이 있다.

비소라는 말은 노란 분말인 ‘웅황(orpiment)’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arsenikon’에서 유래됐다. 화합물인 계관석(鷄冠石)이나 웅황(雄黃), 석황(石黃)이라고도 하는데, BC 4세기경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제자가 그 존재를 기록에 남겼으며, 중세의 연금술사들도 황(黃, sulfur)처럼 금속의 원 성분으로 간주했다. 13세기 독일의 연금술사 알베르트투스 마그누스에 의해 처음으로 석출됐으며 파라셀수스(Paracelsus) 등도 아비산무수물의 독성을 알고 독과 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나폴레옹도 비소에 의한 독살로 추정되고 있고, 로마 네로황제 어머니인 아그리피나가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클라우디우스를 비소로 살해했다는 기록도 있다. 비소화합물은 장기간 노출 시 피부, 폐, 간, 신장, 방광 등에 암을 유발한다. 홑원소물질 비소에는 독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비산이나 비산 등 화합물은 독성이 강해 주의해야 한다. 특히 방부제, 살충제, 살서제(殺鼠劑) 등으로 사용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식약처의 무기비소 규격 강화 시책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고 자급률 100%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쉽지 않은 안전관리 정책이었으나 소비자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적절한 판단이라 생각된다. 소비자들은 무기비소 기준이 설정된 쌀과 쌀 가공품처럼 모든 음식은 좋고 나쁜 양면을 갖고 있으며, 그 어떤 식품도 완벽하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으면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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